감쪽같은 그녀1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가족. 가장 가까운 단어가 될 수도 있지만, 가장 표현이 어려운 단어일 수 있다.

12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감쪽같은 그녀’(허인무 감독)는 이같은 가족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담았다.

말순은 혼자의 삶을 즐기며 즐겁게 살고 있는 72세 할머니다. 그런 말순 앞에 어느날 집 나간 딸의 아이들이 나타났다. 12세 공주(김수안 분)가 갓난아기 동생 진주를 업고 말순을 찾아온 것. 말순에게 있어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늘 혼자만 지내다가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것도 손길이 필요한 갓난아기와 초등학생이었기에 말순의 고민은 커져갔다.

하지만 나이답지 않게 모든 것을 야무지게 도맡아 하는 공주, 존재만으로도 흐뭇한 아기 진주까지 말순과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게 된다. 가난한 형편 속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산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은 편견을 보이고, 이들에게 세상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편에 서준다. 행복도 잠시, 심상치 않은 말순과 진주는 변화를 맞이하며 세 가족은 함께 사는 것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최근 ‘대가족’이란 말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가족의 의미가 변화하고, 퇴색되고 있기도 하다. 1인 가구가 많아지고, 혼자가 되는 이들이 많은 현실이다. ‘감쪽같은 그녀’는 이처럼 가족이란 존재에 서툰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감쪽 같이 두 사람의 몸이 바뀌는 것인가?”, “유쾌한 코미디 장르일까?”하는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감쪽같은 그녀’는 이같은 편견을 확실히 깨준다.

누군가에게 버림 받고 혼자가 된 두 사람이 가족이 되는 모습은 단순히 ‘가족’이란 글자 그 이상으로 따뜻하다. 팍팍한 현실이 이들을 가로막고 있지만, 말순과 공주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흐뭇한 모습이다.

감쪽같은 그녀_메인 포스터

무려 65년이라는 나이차가 무색할 만큼 최고의 콤비 연기를 펼친 나문희와 김수안의 활약이 대단하다. 나문희는 데뷔 59년 차의 위엄을 제대로 드러냈다. 일상 속 유쾌한 모습부터 치매 노인까지, 과하지 않게 나문희만의 색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아낸다. 이쯤되면 ‘수상한 그녀’(황동혁 감독),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에 이어 ‘나문희 장르’의 완성이라 볼 수 있다. 비슷함이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지만,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표현해내며 작품을 이끌어냈다.

김수안 역시 차진 부산 사투리부터 비밀을 안고 있는 공주를 연기하며 관객들을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직접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토닥여주고 싶을 만큼, 당차면서도 짠한 공주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선배 나문희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모습으로 앞으로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배우다.

이들 뿐 아니라 ‘신스틸러’들이 영화를 채운다. 공주의 담임선생님을 맡은 천우희부터 150:1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만큼 감칠맛 나는 연기를 펼치는 아역배우들의 모습이 돋보인다.

다수와 모습이 다를지라도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의 기댈 곳이 돼주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메시지와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져, 쌀쌀해지는 겨울, 마음 속 한 공간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훈훈한 모습의 영화다. 러닝타임 144분. 전체관람가. 오는 12월 4일 개봉.

true@sportsseoul.com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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