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대만 포수, 왼쪽 팔뚝의 분석자료
대만 포수가 12일 일본 지바현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한국과의 경기에서 왼쪽 팔뚝에 분석자료를 붙인 채로 수비를 하고있다. 치바(일본)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지바=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낯선 상대일수록 신중한 볼배합이 필요하다. 타자의 ‘핫-쿨 존’만 알아도 확신을 갖고 구종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벼랑끝에 몰린 대만은 이른바 ‘오픈북’ 전략을 앞세워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2일 일본 지바현에 위치한 조조 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대만전에서 선발투수 장이를 공략하지 못하고 끌려 갔다. 1회말 무사 1, 2루, 1사 2, 3루 기회에서 선취점을 뽑아내지 못한 뒤 이후 장이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대만(7개)보다 많은 9개의 잔루를 남겼는데 기회를 잡을 때마다 대만 포수 가오위제의 다른 몸짓이 눈길을 끌었다.

[포토] 대만 포수, 왼쪽 팔뚝의 분석자료
대만 포수가 12일 일본 지바현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한국과의 경기에서 왼쪽 팔뚝에 분석자료를 붙인 채로 수비를 하고있다. 치바(일본)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국립 대만 스포츠대학에 재학 중인 가오위제는 대만내에서도 최고 기대주로 손꼽히는 공격형 포수다. 이날 2회초 한국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선취점의 발판이 되는 좌중간 2루타를 뽑아내는 등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의 가치는 안방에서 더 도드라졌는데 한국 타자들의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한 볼배합으로 눈길을 끌었다. 위기를 맞을 때마다 왼팔뚝을 슬쩍 슬쩍 쳐다보며 뭔가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한국타자들의 기본 정보가 담긴 일종의 커닝 페이퍼였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는 “확인 결과 포수가 타자들의 정보가 담긴 페이퍼를 활용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 타자별로 강한 존과 구종을 표시한 약식 전력분석표로 장이의 이날 구위, 볼궤적, 한국 타자들의 스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배합을 했다. 김재환이 몸쪽 빠른 공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정보가 있으면 몸쪽을 더 깊게 찔러 넣은 뒤 같은 코스로 날아들다 떨어지는 포크볼로 타이밍을 흔들고 배트 중심을 비껴가는 식이다. 몸쪽에 배트가 잘 나오는 이정후에게는 더 붙은 몸쪽 공 혹은 끝까지 회전이 살아있는 높은 포심 패스트볼을 유도해 범타로 처리했다.

[포토] 대만 선발 장이, 1회 위기 딛고...쾌투!
대만 야구대표팀의 선발 장이가 12일 일본 지바현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한국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2회 이닝을 마친 뒤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치바(일본)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투타 모두 낯선 상대라면 투수가 훨씬 유리하다. 타자의 약점을 알고 공략해들어오는 상대라면, 더군다나 투수가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진다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만라운드(B조 예선)에서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대만은 멕시코와의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패해 2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한국전에 패하면 올림픽 본선행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따내야만 했다. 타자들은 무모할 정도로 김광현의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 포커스를 맞춘 타격을 해 선취점을 뽑는데 성공했다. 배터리는 타자들의 약점을 완벽하게 파고드는 커닝페이퍼로 한국이 반격할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대만은 철저한 준비로 한국을 괴롭히며 한 장뿐인 올림픽 본선행 티켓 향방을 안갯속으로 몰고 들어갔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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