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보도 (1)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제공 | 현대차그룹

[스포츠서울 노태영 기자]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이를 돌파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에 2025년까지 모두 4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15일 경기 화성시 현대ㆍ기아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자동차 비전 선포식’ 행사에서 데이터 공개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래 모빌리티 협업 생태계 전략을 발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가까운 미래에 고객들은 도로 위 자동차를 넘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로봇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오늘 출범하는 오픈 플랫폼 포털을 통해 스타트업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상생하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신차의 절반 수준인 23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으로 현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부문은 2021년부터는 ‘레벨 3’ 차량을 출시하고, 2024년에는 ‘레벨 4’ 차량을 운송사업자부터 단계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국제표준 격인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자율주행 단계 분류는 6단계(레벨 0∼5)다. 조건부 자율주행인 레벨 3은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레벨 4∼5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단계다.

현대차는 미국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에도 연구소를 설립해 자율주행 기술 인력도 육성할 방침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위기를 기회로”

정 수석부회장의 결단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와 맞물려 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부진한 모습이다. 수출과 내수 판매가 동반 둔화함에 따라 생산은 올해 400만대를 깨질 우려가 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수출과 내수 판매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324만2340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279만5914대 이후 가장 적다. 연간으로 2015년(456만3507대) 이후 자동차 판매 감소세가 4년째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판매량 400만대도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남은 두달간 월 평균 약 37만9천대를 넘겨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인데 지금까지 월 평균 판매량은 32만4천대에 그쳤다.

수출은 올해들어 198만5632대로 작년 동기에 비해 0.3% 줄면서 역시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09년(169만6279대) 이후 최소를 기록했다. 연간으로 2012년(317만634대) 정점을 찍은 이후 7년째 내리막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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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본사 2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타운홀 미팅 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임직원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 제공 |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청사진, 車 50%·개인항공기 30%·로보틱스 20%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22일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항공기,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 대강당에서 임직원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의 핵심 회사들이 자동차업체에서 모빌리티 업체로 탈바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추진을 전담하는 ‘UAM(Urban Air Mobility)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정 부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해 “고객 중에서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간적, 시간적으로 사람과 사람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라며 “가상적이 아니라 실제적 연결이기 때문에 안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과 사람을 내가 원하는 곳까지 물리적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며 “사람과 사람이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하고 기쁨을 나누는 데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동차 업계의 미래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2500만대 공급과잉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동차회사가 인수합병으로 없어지는 회사는 없었고, 우리도 그중 하나로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면서도 “미래 자동차 업계에서 사라지고 없어지는 회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중에서 살아남고 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차만 잘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서비스 등 앞서가는 솔루션을 내놔야 고객이 우리 차를 선택하게 될 것이므로 이를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변화를 추진하게 된 계기와 관련, “과거 5년, 10년 정체가 됐다고 자평한다”며 “세계의 트렌드가 바뀌어나가는데 변화하는 것은 우리가 좀 모자라지 않았나, 그래서 좀 더 과감한 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해내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민족, 여러분 모두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발휘를 못 한다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결국 그 틀을 깨어나는 것이 우리 회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것을 한다면 다른 회사가 될 것이고 못한다면 5등, 6등 위치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꼭 1등을 위함은 아니지만, 자동차 볼륨으로 1등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기업문화가 진보적으로 나가서 그 면에 있어서 1등을 하는 것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회사가 되고, 그러는 것이 가장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이날 타운홀 미팅은 지난 3월과 5월 ‘자율복장’과 ‘미세먼지 저감’을 주제로 열린 이후 세 번째였다. 정 부회장은 직원들과 셀카를 함께 촬영하는 등 격의 없는 자리로 진행됐다.

현대차그룹 인간중심 모빌리티 개발 철학 공개1
현대차그룹 혁신 거점 ‘현대 크래들’이 샌프란시스코 ‘피어 27’에서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 2019’를 개최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기조연설에서 ‘인간중심의 모빌리티 개발 철학’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모습. 제공 |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핵심은 ‘인간’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혁신적 모빌리티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MIF) 2019’에서 이 같은 개발 철학을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도시와 모빌리티는 인간을 위해 개발되고 발전돼 온 것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넓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간 중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도시와 모빌리티, 인간을 위한 통찰력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스마트시티 자문단’을 구성하고 인류에 기여하는 혁신적인 도전을 펼칠 계획이다. 그는 “스마트시티 자문단은 포용적이고 자아실현적이며 역동적 도시구현이라는 핵심 가치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자문단은 심리, 도시 및 건축, 디자인 및 공학, 교통 및 환경, 정치 등 각 분야 글로벌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내년 초 연구결과 공개가 목표다.

정 수석부회장은 “2050년 미래 도시의 정책과 구조의 변화를 연구하는 ‘미래도시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50 미래도시 프로젝트’는 각 지역의 유형별 특성에 따라 변화, 발전하게 될 미래 도시를 예측하는 공동 프로젝트다.

그는 “대학원을 다닌 1995년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큰 변화는 모빌리티가 공유로 바뀌는 전환점을 제시했다는 점이지만 차량 소유 개념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문제점들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마이크로 스쿠터 등 역시 땅 위를 다니는 또 다른 모빌리티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정된 도로상황을 극복하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모빌리티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계획이 함께 실현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factpoe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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