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훈
권창훈이 4년 전 레바논전 원정에서 징크스를 깨는 슛을 날리고 있다. 제공 | 대합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2015년 레바논 원정 징크스를 깬 권창훈(25·프라이부르크)의 활약이 이번 중동 원정에서도 기대되고 있다.

권창훈은 지난 9월 A매치에서 6개월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지난 5월 경추 골절 부상으로 한 달 뒤 대표팀 소집에서 제외됐던 권창훈은 9월에 돌아온 뒤 지난달 10일 스리랑카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득점했다. 지난해 3월 북아일랜드와의 친선전 이후 19개월 만에 A매치에서 세리머니한 것으로 복귀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

소속팀에서 사정은 다르다. 지난 여름 프랑스 리그1 디종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한 권창훈은 좀처럼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적을 통해 더 넓고 경쟁력있는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시즌 초반 2경기 이후 주전에서 밀렸다. 2라운드에서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기록한 이후 소식이 거의 없다. 프라이부르크는 현재 분데스리가 4위(승점 21)를 달리고 있다. 2위 라이프치히(승점 21)와 승점이 같다. 부상으로 개막 전후 쉬었던 권창훈 없이 ‘역대급’ 시즌 초반 성적을 보여주다보니 권창훈이 입지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권창훈에게 이번 중동 원정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레바논 원정에서의 기억이 달콤하다. 이번 중동 원정길에 오른 벤투호 23명 중 레바논을 경험한 태극전사는 10명이다. 이 중 손흥민, 황의조, 김신욱, 남태희, 이재성, 권창훈 등 6명이 공격 자원이지만 권창훈만 유일하게 레바논전 골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 2015년 9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레바논 원정에서 3-0으로 이길 당시 유일한 필드골을 기록했다. 당시 경기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한국 축구는 지난 1993년 이후 레바논 원정에서 22년간 2무1패로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하며 징크스를 겪고 있었다. 권창훈은 당시 장현수의 페널티킥 골과 상대의 자책골로 앞선 상황에서 레바논의 수비라인을 깨는 움직임으로 쐐기골을 뽑아내며 길고 긴 징크스를 깼다. 당시 수원 소속으로 유럽 무대 진출하기 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유럽파로 나름 자리잡은 지금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1위인 레바논이 객관적으로 한국보다 몇 수 아래의 실력으로 평가되는 팀은 맞다. 그러나 그간 태극전사들의 중동 원정은 쉽지 않았다. 긴 이동거리, 한반도와 다른 기후, 경기장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태극전사들의 발목을 잡았다. 전력상 한 수 아래인 레바논은 밀집 수비로 대응, 태극전사들의 공격 작업을 어렵게 했다. 이번 레바논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레바논전 골맛을 본 권창훈이 어떤 식으로든 벤투호의 승리를 이끌 파랑새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팀에서 선발로 나설지, 교체로 뛸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일정 시간 이상은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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