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주희 기자] ‘안전자산 심리 완화, 위험자산 선호 강화’를 보여주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채권형펀드에서 돈이 빠져나와 주식형펀드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또 대표 안전자산인 달러, 금 등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과 추가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 등이 맞물리며 나타난 변화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275개)에서 최근 한 달간 9146억원이 순유출됐다. 설정액은 총 2조6563억원이다. 채권형 펀드는 주로 안전자산을 선호할 때 순유입되는 상품이다. 유형별로 보면 국공채권 79억원, 회사채권 1702억원, 일반채권 7365억원 등 모든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같은기간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국내 주식형 펀드(961개)에는 3201억원 순유입됐다. 설정액은 총 53조7910억원이다. 주식형 펀드 중 액티브 주식펀드에서는 3139억원이 순유출됐고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주식펀드가 6340억원 순유입을 기록하며 자금 유입세를 이끌었다.

올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국내 증시는 최근 미중 무역협상 진전 등 대내외 불확실성 완화에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8월 초 미중 무역분쟁 고조, 일본 수출규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코스피는 2000선 아래로 내려갔고 9월 초 2000선을 회복했다. 최근에는 2100선으로 올라섰다. 1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61% 하락한 2124.09에 마감했다.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과 코스피 강세는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다. 코스피는 1994년, 1999년, 2006~2008년 강세를 보였다. 특히 1998년 12월 500선이었던 코스피 지수가 1999년 1000선을 돌파하며 펀드 열풍이 한창이었을 때, 주식형 펀드에 55조1000억원 규모의 돈이 몰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협상 기대감이 커진 시기에 해외 주식형 펀드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해외 주식형 펀드는 한 주간 0.86% 상승했다.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북미와 일본주식이 각각 3.49%, 2.27%로 가장 크게 상승했다.

같은해 1월 한 달 간 국내 주식형펀드와 해외 주식형펀드는 각각 4.77%, 6.94% 수익률을 거두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위험자산 선호는 미국 증시가 주도하는데 10일(현지시간)기준 뉴욕 3대 지수인 다우존스지수 0.02% , 나스닥(NASDAQ)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가 각각 0.48%, 0.26% 소폭 상승 마감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제금융센터의 글로벌 주식 및 채권펀드 자금 유입 현황을 보면 지난달 24~30일 북미, 유럽, 아시아, 신흥국의 채권펀드는 전주대비 26억 달러 유출, 40억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이 전주대비 4억달러 유출해 10억달러 순유출을 보였다. 북미는 48억달러가 순유입됐지만 전주대비 36억달러가 유출되며 유입 규모가 축소됐다. 신흥국은 전주대비 11억달러가 유입되며 1억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에 큰 폭으로 하락했던 채권 금리도 최근 오름세다.

지난 8월 19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093%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이달 8일 1.518%를 나타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 관계라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내리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값이 오른다.

이에 따라 펀드 수익률도 주식형 펀드가 채권형 펀드를 앞섰다. 최근 한 달 기준 평균 수익률을 보면 국내 주식형 펀드가 6.87%를 기록했고 채권형 펀드는 -0.53%로 뒷걸음쳤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할 것이라는 기대로 글로벌 자산시장은 ‘리스크 온’(위험자산 선호) 모드”라며 “연말 특수효과와 미중 무역분쟁의 부분 타결이 연초 경기 회복세를 이끌 거란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hh2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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