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국제영화제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제1회 강릉국제영화제가 본격적인 축제의 일정을 시작했다.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가 지난 8일 개막을 알린 후 진행되고 있다. 개최 전부터 전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던 ‘20+80: 21세기 국제영화제의 회고와 전망’은 지난 9일 오후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펼쳐졌다.

이번 포럼에는 김동호 조직위원장, 가린 누그로호 욕자카르타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로나 티 마카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마르틴 떼루안느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조직위원장, 사무엘 하미에르 뉴욕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 마에다 슈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 히사마츠 타케오 도쿄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키릴 라즐로고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윌프레드 웡 홍콩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펼쳐지는 영화제 위원장들이 모이는 자리였기에, 그 관심을 반영하듯 포럼이 열리는 명주예술마당 공연장의 객석은 가득 찼다.

김홍준 강릉국제영화제 예술감독이 던진 두 가지 질문, ‘지난 21세기동안 국제영화제를 운영하며 겪었던 문제점과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국제영화제가 지속되려면 필요한 요인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각국의 국제영화제 위원장들이 직접 영화제를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답변을 했다. 예산 부족으로 인한 재정 위기, 정부의 검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관객의 감소 등을 겪어본 위기로 언급하며 사무엘 하미에르 뉴욕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영화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제만의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고 관객 규모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는 영화의 축제라는 것을 기억하고 즐기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가린 누그로호 자카르타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디지털 언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등장의 활용이 중요하며, 이제는 커뮤니티를 넘어 접속과 연결의 시대다. 재정도 중요하지만 네트워크와의 연결이 영화제의 지속 가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답변을 남겼다.

영화제 위원장들이 각자 의견을 공유한 이 소중한 자리를 마치면서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많은 국제영화제를 방문하면서 각국의 집행위원장들이 모이는 포럼을 많이 보지 못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서로간의 경험을 공유해 영화제의 미래 비전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영화 제작자이며 감독, 평론가이자 자타공인의 영화 애호가였으며, 또한 한국 영화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故피에르 리시앙을 추모하고 그의 작품을 함께 관람하는 시간을 가지는 뜻 깊은 시간도 있었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칸 영화제에서 소개된 이후 한국 영화를 지속적으로 칸 영화제에 소개하며, 전 세계적으로 한국 영화를 알리는데 큰 공헌을 하였던 그를 추모하기 위해, 그가 사랑하고 그를 사랑했던 동료들을 초청하여 국경을 넘어 영화인으로서 그의 의미를 되새겼다.

오후 2시부터 피에르 리시앙의 작품인 영화 ‘오가피’ 상영 전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시작되었다. 이 행사에서는 피에르 리시앙의 부인인 송영희 씨, 벤자민 이요스 칸 영화제 감독주간 프로그래머, 인도네시아 국민배우 크리스틴 하킴, 이창동, 양익준 감독, 이준동 제작자, 전도연이 참석하여 그를 추모하였다.

피에르 리시앙 부인 송영희 씨는 “피에르 리시앙은 한국 음식을 자주 찾을 정도로 한국을 아주 좋아했다. 피에르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피에르 리시앙과 매우 절친했던 인도네시아 배우 크리스틴 하킴은 고인을 이야기하는 도중 많은 눈물을 흘리며 관객들과 함께 슬퍼했으며 양익준 감독은 프랑스 도빌 영화제에서 있었던 일화를 통해 무거웠던 행사장 분위기를 녹여주었다.

영화계 진출을 희망하는 영화 지망생들을 위한 ‘영화의 일생’ 행사도 마련하였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명주예술마당 공연장에서 열린 ‘영화의 일생’에서는 각 분야의 멘토를 초청하여 영화의 기획, 제작, 배급, 영화제 출품 등 한 편의 영화가 탄생하고 관객들을 만나는 과정을 알아보았다.

기획 및 제작 분야는 ‘부산행’, ‘염력’, ‘생일’, ‘미성년’ 등의 영화로 유명한 이동하 레드피터 대표, 배급 및 예술영화관 운영 분야는 백두대간과 아트하우스 모모 최낙용 부대표, 제작지원 및 영화제 출품 분야는 강원영상위원회 김성태 사무국장이 참여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배급과 예술영화관 파트를 맡은 최낙용 부대표는 “예술 영화가 상영되는 곳도 너무 적고, 보시는 관객 분들의 연령대도 다소 편중되어 있다”는 아쉬움과 함께, “많은 분들이 예술 영화관도 양질의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처럼 공공재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이번 강릉국제영화제가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접점이 없었던 강원 영동 지역의 영화 지망생들에게 영화 제작 전반을 체험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로 진행되었다.

저녁 7시에는 강릉의 명소인 고래책방에서 ‘배롱야담: 감동을 읽다’라는 특별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이번 배롱야담은 시인이 사랑한 ‘시 같은 영화’ 4편을 선정하였으며, 김도연 소설가, 장석남 시인, 양연주 동화작가가 선정한 영화인 ‘마이클 래드포트 감독의 일 포스티노’, ‘피터 위어 감독의 죽은 시인의 사회’,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 ‘사라 코랑켈로 감독의 나의 작은 시인에게’와 같은 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시와 문학’에 관한 깊은 토론의 자리를 가졌다.

대표 연극배우인 박정자, 손숙, 윤석화가 함께 하는 스페셜 콘서트는 오후 5시, 강릉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 ‘강릉, 영화를 노래하다 : 연극배우 세 여자의 영화 이야기’란 이름으로 꾸며졌다. 세 배우는 아름다운 영화음악을 관객들에게 들려주며 뜻 깊은 시간을 선사해주었다.

‘문예영화라는 제도, 장르, 미학’이라는 주제로 강연도 펼쳐졌다. 오후 2시 CGV 강릉 5관에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상영 후, 고려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박유희 교수가 문예영화의 전성시대였던 1960년대 후반을 중심으로 한국 영화가 문학과 관계 맺어 온 역사를 살펴 보았다. 이 강연에서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흥행이 한국 전쟁 이후 과부가 사회적 문제가 되며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라는 배경을 설명하고, 한국 예술 영화와 문학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한 한국적이고 향토적인 영화의 영화제 수상이 우리 영화의 세계화라고 여겨져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과거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했다.

지난 201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오후 4시부터 CGV 강릉에서 ‘원더풀 라이프’ 영화 상영 후 약 40분간 만남을 가졌다. 그는 “나에게 영화란 직업이자 풍요롭게 해주는 일”이라며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좋아한다. 오늘 아침에 호텔에서 조식을 먹으면서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을 만나 이 이야기를 했다”고 자랑하며 관객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개막작 ‘감쪽같은 그녀’의 허인무 감독을 비롯, 배우 김수안, 강보경, 고규필, 진선미, 임한빈 등은 영화 상영 후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확장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허인무 감독의 발언을 시작으로, 나문희가 편하게 잘 이끌어주어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여 줄 수 있었다는 김수안, 그리고 아역배우들의 귀여운 사투리 등이 관객들에게 웃음꽃을 선물해 주었다.

이 외에 영화 ‘배드 배드 윈터’의 올가 코로트코 감독, ‘가장자리의 사람들’의 알리스 오디오트 감독, ‘우리는 코요테’의 한나 래둘, 마르코 라 비아 감독 등이 관객들을 만났으며, 소설가 김수련도 영화 ‘황금시대’ 상영 이후,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는 오는 14일까지 강릉아트센터, CGV 강릉,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고래책방, 경포해변 및 강릉시 일원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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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강릉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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