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지현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댄스 스포츠를 그만두면서 배우로 전향했죠. 연기 늦게 시작해 불안했지만, 재미있어 이겨낼 수 있었어요.”

배우 송지현은 지난달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에서 안작가 역으로 분해 탄산 같은 활약을 펼쳤다. 안작가는 정수현(이선빈 분)이 메인 작가로 있는 한 프로그램 서브 작가로, 불합리한 상황이라 판단되면 위아래 가리지 않고 할 말을 내뱉는 야무진 한편으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송지현은 그런 안 작가를 더 잘 표현하고자 앞머리도 짧게 자르고 칼단발로 변신한 후 체중까지 감량했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의 눈빛조차 냉랭하게 소화했던 송지현이었지만 실제 그의 모습은 너무나 수더분했다. 특히 웃을 때의 서글서글한 눈매와 말투는 까칠한 안작가와 더욱 거리가 멀었다.

송지현은 “저는 굉장히 활발한 성격이다. 하지만 안작가는 저와 정반대 캐릭터이고 특히 예민하다는 부분이 달라 맞춰가려고 노력했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정보를 수집했다. 지인을 통해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을 알게 되면서 작가의 습관이나 특징 등을 알 수 있었다. 보통 글을 쓸 때 스트레스를 받으니 간식을 자주 드신다고 해서 그 부분을 드라마에 가져오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안 작가는 ‘프로 불편러’같아 보이지만 지인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두 팔을 걷어부치고 도와주는 마음 씀씀이을 가진, 냉온탕을 오가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송지현은 “안작가는 츤데레적인 면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차가워 보여도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의리 있는 모습이 좋았다”라고 떠올렸다.

송지현은 극 중 이선빈과 한 팀이었던 만큼 많이 마주칠 수밖에 없던 터라 자연스레 막연한 사이로 발전했다. 송지현은 “사적으로 만나면서 가까워졌다.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친해진 배우는 이선빈 씨가 처음이다. 요즘도 연락하며 지낸다. 유장영, 표혜림 씨와도 작품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으면서 친해졌다”라고 말했다.

송지현은 ‘위대한 쇼’에 대해 “선배, 스태프분들까지 잘 챙겨주셔서 의지되는 부분이 컸고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가족 같은 작품이었다”라며 만족을 드러냈다. 또한 송승헌의 조언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송지현은 “‘가을동화’를 재밌게 봤는데 아직 그때의 아우라가 있으셨다”라며 팬심을 보인 후 “연기적인 부분, 특히 대사가 없을 때의 리액션에 대해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조언을 해주셨다. 또 현장이 어려울 수 있지만 연기를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며 용기도 주셨다”라고 말했다.

송지현

송지현은 2012년 OCN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시즌2로 데뷔한 후 독립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2017년 그룹 엑소 카이와 호흡한 KBS1 청춘 드라마 ‘안단테’로 주목받은데 이어, 지난해 OCN ‘애간장’으로 이정신과 현실 남매 케미를 그리며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조연이지만 신스틸러로 매 작품 곳곳에 뚜렷한 자취를 남겨 온 송지현이다.

이처럼 배우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송지현에게 어떻게 연기에 빠지게 된 거냐고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댄스 스포츠 선수로 활동했지만 부상이 찾아와 연기로 방향을 돌렸다는 것. 송지현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부상 때문에 댄스 스포츠를 그만두게 됐다. 중요한 시기에 그렇게 되니 방황을 많이 했다. 제가 춤을 좋아하니, 아버지가 뮤지컬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그렇게 뮤지컬 학원을 가게 됐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알게 되면서 연극 학과까지 진학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송지현은 특기를 살려 2013년 Mnet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 시즌1에 도전하기도 했다. 당시 영상은 아직도 남아있는데 유려한 춤선을 그리는 180도 다른 매력의 송지현을 만날 수 있다. 송지현은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이 컸다. 춤을 안 춘 지 4년이 된 시점에서 제안을 받은 거였다. 안무도 스스로 짜야 됐고 연습도 많이 해야 했다.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지만 이젠 춤은 취미로 즐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조금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것에 대해 송지현은 “많이 불안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연기가 저의 길이 맞는 건가 싶었다.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 더 무서웠다. 하지만 연기가 재미있어지면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연기할 때가 행복하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어느덧 두 달도 채 안 남은 2019년. 송지현에게 내년 바람에 대해 물으니 “독립영화도 계속 도전하면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또 드라마나 영화 등 촬영 일정으로 바쁘게 보내고 싶다”라고 밝혔다. 또한 ”저의 롤모델은 전도연, 김혜수 선배님이다. 어떤 캐릭터이든 과감하게 도전하시는 점과 작품마다 연기 색깔이 바뀌는 모습을 닮고 싶다. 저도 그런 배우가 되겠다”라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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