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수용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배우 이수용(35)이 최근 종영한 KBS2 일일극 ‘태양의 계절’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극중 이수용은 유월(오창석 분)의 회계사 동기 ‘곽기준’ 역을 맡아 끈끈한 우정을 보여줬다. 큰 비중은 아니었지만 카메라 앞 경험이 많지 않았던 이수용에겐 값진 시간이었다. 작품을 마친 뒤 만난 이수용은 “너무 좋은 팀과 함께해서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제대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더군다나 긴호흡의 일일극이서 공부도 많이 됐다. 좀 더 잘하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더라. 다시 한번 이 사람들과 같이 작업하고 싶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방송 경험이 많지 않은 그에게 102회라는 긴 호흡의 촬영 경험은 큰 자양분이 됐다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때 표정이나 자세도 잘 몰랐는데, 장기간 배우와 스태프들과 호흡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좋은 사람들만 모여서 문제가 하나도 없었다. 행복했다”는 그는 일일극에 참여한 뒤 식당을 좋아하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모님들이 ‘맞죠? 태양이 친구 맞죠?’라고 부르면서 고기도 음료수도 서비스로 주신다.(웃음)”

이수용은 “기준이란 역할이 대본에 정확히 나와 있지 않았다. 오태양(유월)의 친구이자 조력자로만 나와 있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유일하게 주인공이 믿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신뢰감을 주고 싶었다. 태양이를 생각하는 친구로서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해주고 그런 부분을 연기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기준’ 캐릭터에 공을 들인 부분에 대해 밝혔다. 또 “창석이 형이 많이 챙겨줬다”고 운을 뗀 그는 “선배님이 캐릭터에 대해 같이 얘기해보고 많이 팁들을 알려주셨다”며 함께 호흡을 맞춘 오창석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이수용의 시작은 무대였다. 2011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한 이수용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총각네 야채가게’ 등 줄곧 뮤지컬 무대에 서 왔다. 훈훈한 외모에 탄탄한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로 많은 인기를 얻은 그다. 이수용은 “2011년 ‘그리스’란 뮤지컬 오디션으로 데뷔했다. 당시 꽤 큰 규모의 오디션이었는데 운이 좋았다”며 “라이브의 매력에 푹 빠졌다. 두 시간 가까이 배우들과 관객들과의 호흡이 재밌었다. 매번 다른 호흡으로 연기를 하니 즐거웠다”며 뮤지컬에 애정 가득했던 모습을 회상했다. 이수용은 남다른 노래실력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는 “노래를 잘 부른다기보다는 고음이 잘 올라가는 편이다. 록 노래는 더 잘할 수 있다”며 “그런데 어릴 적부터 가수보다는 배우가 더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연기와 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뮤지컬을 좋아했던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뮤지컬 무대를 떠나 매체 연기로 새로운 도전을 한 계기는 무엇일까. “서른이 되기 전에 한 번 방송에 도전하고 싶었다. 30대가 됐을 때 뮤지컬 활동을 중단하고 막무가내로 매체에 뛰어들었다. 고생도 많이 했다.” 뮤지컬 활동을 중단하면서 방송 활동에 매진한 이유는 그의 강한 결심 때문이었다. “(병행 할 수도 있었지만) 저의 결단이 필요했던 거 같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보단 한쪽에 올인 하는게 좀 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했다”는 이수용은 “다시 뮤지컬로 돌아가고 싶은적도 많았는데, 중간에 포기한다는게 스스로 용납이 안되더라. 끝까지 한번 해보잔 마음으로 달려왔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배우 이수용

뮤지컬 활동을 중단한 그는 2014년부터 독립영화와 뮤직비디오, 광고 등에 출연했다. 중국으로 건너가 광고와 잡지 모델 활동을 하기도 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는 생계를 위해 핸드폰 가게 아르바이트부터 식당 서빙, 쇼핑몰 운영 등을 하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생각했던 것만큼 주어진 기회가 많지 않았고, 중국 활동을 접고 다시 돌아온 그는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중국에 다녀와서 생각보다 일이 잘 안 풀렸다. 불안함이 생기니 공황장애가 오더라. 하루에 길면 두 시간 잤다. 30분도 못 잘 때도 많을 정도로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러다보니 몸 상태도 안좋아지더라”라고 털어놓은 그는 “그러던 중 우연히 매일 오가는 길에서 복싱장이 눈에 띄었다. 그날 복싱을 하고 16시간 잠을 잔 거다. 그 뒤로도 힘든 일이 생길 때면 복싱을 하며 극복했다. 예전엔 힘들면 술을 마셨는데 이젠 복싱을 하면 이겨내지더라. 복싱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만난 이수용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었다. “모든 상황을 재미있게 잘 풀어나가는 편이다. 힘듦을 좀 다르게 해석한다”는 이수용은 “수입이 들쑥날쑥 하다보니 친구네 가게에서 알바를 하거나 서빙, 고객 응대를 하면서도 스스로 얻는 거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었다. 실제로도 배우는게 많더라. 이런 부분은 연기적으로 써먹어야지 생각했다”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배우로서 늦은 출발에 대한 불안감도 없었다. “지금까지 이 일만 바라보고 왔기 때문에 늦어도 언젠가는 될 거라 생각했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라며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최종적인 목표는 무대와 매체를 오가는 배우가 되는 거다. 당분간은 매체에 대한 욕심과 갈증을 채워나가고 싶다”고 소신있게 말했다.

이수용은 절친인 배우 윤현민과 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바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동창은 아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다. 현민이 외에도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친구들이 많은데, 이런 또래 친구들과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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