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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이 7일 손흥민의 멀티골 및 기도 세리머니를 대서특필했다. 런던 | 이동현통신원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기록 만큼이나 세리머니와 스토리가 큰 화제를 뿌렸다. 영국과 유럽 현지 언론이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의 퍼포먼스를 집중 조명했다.

2019년 11월7일은 전 세계적으로 손흥민에 관한 보도가 가장 많이 쏟아진 날 중 하나였다. 피치 위에서 써낸 성적표는 화려했다.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4차전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멀티골을 기록하며 최근 불안한 출발로 어수선했던 팀에 기분 좋은 승리를 안겼다. 그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4-0 대승을 거두고 16강행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손흥민의 세리머니는 겸손했다. 첫 번째 골을 넣은 뒤에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지난 4일 자신의 태클이 빌미가 돼 불운한 사고를 겪은 동료 안드레 고메스(에버턴) 향한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요란한 자축의 제스처 없이 팀원들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는 정도였다.

‘태극전사’로서 이 골들은 더 반가웠다. 유럽 무대 개인 통산 122~123호골을 한 번에 터뜨리며 차범근 감독이 가지고 있던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골(121골) 기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개인의 영예보다는 동료의 안녕을 바랐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은 영국 중계방송사 ‘BT스포츠’와 만나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팬들과 팀원들로부터 응원을 받으면서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란 걸 다시금 느끼게 됐다. 그 사고와 관련해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팀에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게 나를 지지해준 팬들에게 올바른 반응이라고 생각했다”고 지난 며칠간을 돌이켰다.

손흥민 4호골 비디오

현지 언론들도 이런 손흥민의 스포츠맨십에 찬사를 보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고메스의 부상으로 엄청난 충격에 빠진 손흥민이 후반에 2골을 쏟아냈다. 손흥민은 그의 첫 번째 골을 축하하는 대신,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였다”고 자세히 묘사했고, ‘즈베즈다전에서 넣은 골을 끔찍한 부상을 당한 고메스에게 바친 손흥민’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영국 일간지 ‘더선’의 홈페이지 축구 섹션을 내내 지켰다. 사고 이후 침묵해온 손흥민의 반응에 우려를 나타냈던 영국 일간지 ‘더선’도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멀티골을 달성한 후 고메스 관련 후폭풍에 입을 열었다.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골 세리머니로 사과하는 듯 보였다”고 추켜세웠다.

손흥민 5호골 비디오

영국의 축구인들도 손흥민의 특별한 세리머니에 주목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이자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셀러브리티 게리 리네커는 경기 도중 자신의 SNS를 통해 “손흥민은 슈퍼골을 터트렸고 카메라로 다가와 렌즈를 바라보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마 고메스를 향한 것 같다. 잘한 행동”이라며 칭찬했다. 잉글랜드 스타 수비수 출신 리오 퍼디낸드는 ‘BT스포츠’에 출연해 “손흥민의 세리머니에서 회한이 읽힌다.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고메스의 부상은 기괴한 사고였고, 손흥민의 대응은 완벽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어느 덧 7골을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2골)보다 ‘별들의 무대’로 불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5골)에서 더 많은 득점포를 터트리고 있다. 즈베즈다전을 통해 실력 만큼이나 세리머니와 매너도 유럽 정상급으로 인정받았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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