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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현식해마로푸드 회장, 이효율 풀무원 총괄 대표, 소진세 교촌F&B 회장. 제공| 각 사

[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국내 500대 기업 대표이사 가운데 전문경영인 비중이 꾸준히 늘면서 올해 82.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식품 기업 역시 가업 승계보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에 무게를 싣고 있다.

6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대표이사 660명(겸직 제외)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경영인은 546명으로 전체의 82.7%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 76.7%에 그쳤던 전문경영인 비중은 2013년 78.3%, 2014년 79.9%에 이어 2015년에는 80.1%로 80%를 넘겼다.

해마로푸드서비스 대주주 정현식 회장은 5일 보유지분을 사모펀드에 팔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해마로푸드서비스 관계자는 “포화된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위해 해외시장에 밝은 전문경영인이 맘스터치를 이끄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지분을 넘기기로 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종 계약이 이뤄지게 되면 정 회장은 소액주주로 남고, 해마로푸드서비스의 경영권은 케이엘앤파트너스로 넘어가게 된다. 매각단가는 주당 3500원으로 총 1973억원에 달한다. 정 회장은 보유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게 되며,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풀무원은 34년간의 오너경영을 마감하고 전문경영인체제 전환 2주년을 앞두고 있다. 남승우 전 대표는 퇴임 전 수차례에 걸쳐 “비상장기업은 가족 경영이 유리하지만 상장기업은 전문경영인이 승계하는 게 합리적이다”며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올바른 지배구조에 있다”고 강조했다.

풀무원 사원 1호로 입사해 전문경영인까지 맡은 이효율 풀무원 총괄 대표이사는 취임 이후 해외 영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풀무원은 올해 5월 전북 익산에 300억원을 투자해 수출용 김치공장을 짓고 6월부터는 미국 월마트와 크로거 등 대형 유통사 매장에 김치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깔린 유통망을 바탕으로 올해 8월 기준으로 미국 김치시장 점유율을 40.4%까지 끌어올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창업주인 권원강 전 교촌에프엔비 회장이 지난 4월 창립 28주년 기념일 행사에서 퇴임 의사를 밝힌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화한 교촌에프엔비는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을 영입했다. ‘불도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추진력을 자랑하는 소 회장은 취임식 당시 “글로벌 교촌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에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강력한 변화 의지를 피력했다.

소 회장은 취임 직후 기존 업무 보고 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데 집중했다. 업무 진행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구두로 이뤄지던 부분까지 모두 문서화해 보고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은 물론 최근에는 전사적인 EPR 시스템(자원관리)을 전면 개선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근 경기도 오산에는 교육 연구개발(R&D)센터 ‘정구관’을 열었다. 오는 2020년 목표로 추진 중인 IPO(기업공개)와 글로벌 영역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국민들이 세습경영자들로부터 탁월한 능력을 요구하고 세습체제가 갖고 있는 현실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것은 재벌그룹이 국민경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반적으로 기업의 창업 및 초기 성장 단계에서는 오너경영인이 과감한 투자와 효율적 의사결정 등을 바탕으로 회사를 이끄는 것이 유리하고 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기 및 성숙기에 접어들면 투명하고 전문화된 시스템을 안착하기 위해 전문경영인체제가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vivid@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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