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2003 올스타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기로 한 ML 페스티벌이 주관사와 투자사의 계약 불이행으로 무산됐다. 이주상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메이저리그(ML) 콘텐츠로 주목받은 ‘ML 베이스볼 익스피리언스’ 행사가 개막 사흘을 앞두고 돌연 취소됐다. 그 배경을 두고 다수 야구팬이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주관사인 지니이앤씨 측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7~10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예정된 ML 익스피리언스가 협찬 및 투자 파트너사 ㈜모헤닉게라지스의 지급 불이행으로 취소됐다. 민·형사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ML 사무국이 ML 콘텐츠를 전 세계인 누구나 가깝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글로벌 스포츠 체험 축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개최되는 건 한국이 처음이다. ML 올스타 초청경기 프로모터 자격을 지닌 콘텐츠 업체 지니이앤씨가 국내에서 올스타전 유치를 기획 중인데, 붐업 차원에서 페스티벌 성격으로 이 행사를 준비했다. 애초 박찬호가 LA다저스에서 뛸 때 도우미 구실을 한 게리 셰필드를 비롯해 데릭 리, 지미 롤린스, 셰인 빅토리노가 방문하고 KBO리그에서는 서용빈, 송지만, 홍성흔, 장성호가 레전드 자격으로 참가해 홈런 더비를 벌일 예정이었다. 이외에도 레전드와 함께 하는 야구 클리닉, ML 시그니처 음식 체험 등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콘텐츠를 만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서용빈은 5일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아는 후배가 행사 참석 요청을 해와서 계약서를 받았고 사인까지 했다. 그러다가 이틀 전 갑자기 취소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며 황당해했다.

모헤닉게라지스는 자동차 부품 제조·판매 업체로 지난 2014년 9월 설립됐다. 투자자를 찾던 지니이앤씨와 손을 잡고 이번 행사를 준비했는데 행사 개최 직전 이해관계가 얽혔다. 본지는 모헤닉게라지스 측의 입장을 들어보려고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지니이앤씨 측은 “모헤닉게라지스 측이 최근 M&A(인수·합병) 상황에 놓여있어서 자금이 묶여 있다는 사정을 들었다.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니이앤씨는 지난 2008년부터 ML 사무국과 파트너십 형성을 통해 올스타 초청경기 유치 작업을 해왔다. 지난 3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ML 개막 시리즈를 찾아 짐 스몰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을 만나 국내 개최에 뜻을 모았다. 앞서 스몰 부사장이 정운찬 KBO 총재를 만나 올스타 초청 경기에 관해 협의를 한 터라 급물살을 탔다. 그리고 ML 측은 올스타 초청경기 붐업 차원에서 올가을 지금의 익스피리언스로 명명된 ML 팬 페스티벌을 열기로 하고 지니이앤씨 측에 한국 유치 확약서까지 보냈다.

문제는 스폰서 유치였다. 지니이앤씨를 중심으로 애초 여러 사업파트너가 참여해 각개전투로 스폰서 유치 작업을 벌였다. 한 자산운용회사 등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폰서 유치로 이어지지 않았고 지니이앤씨와 파트너도 결별했다. 당시 한 관계자는 “스폰서 유치 과정에서 이익 배분 등을 두고 갈등을 있었던 건 맞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니이앤씨 측은 “우리 뿐 아니라 파트너사에 위임 형태로 두고 다각도로 스폰서를 알아봤는데, (파트너사 측에서) 유치 영업비 및 수수료 외에 지분까지 요구해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당시 파트너사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하려면 주관사와 ML 사무국의 유치 계약서가 필요했다. 주관사에 지속해서 오피셜한 계약서를 요구했지만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니이앤씨 측은 “우리 측 계약서를 4월에 ML에 보냈는데, 최종적으로 답신이 온 게 7월 말이다. 계약서를 받은 시점이 늦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도 투자 의향서 등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한 것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차후 손을 잡은 모헤닉게라지스를 포함해 아직 ML 콘텐츠가 활성화하지 않은 국내 시장을 고려, 기업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았다. 국내에서 ML 콘텐츠를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야구 팬과 스폰서간의 온도 차가 예상보다 컸다. 한 야구인은 “일본만 하더라도 올해 개막 시리즈를 비롯해 2000년 이후 5차례나 ML 경기가 열렸다. 주관사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ML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두지 않을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니이앤씨 측은 조만간 방한하는 스몰 부사장과 만나 사태 수습에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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