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박영수 아시아축구연맹(AFC) 골키퍼 코칭 강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골키퍼 교육법의 전도사로 맹활약하는 이가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골키퍼 코칭 강사로 활동 중인 박영수(60) 코치가 바로 그다. 박 강사는 아시아 30개국을 돌아다니며 골키퍼 코칭 지도를 하고 있다. 골키퍼 지도자들에게 교육법을 전파하는 ‘선생님의 선생님’인 셈이다. 평생을 골키퍼 발전을 위해 몸담은 박 강사는 현역 시절 엘리트 코스를 밟아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은퇴 후 1998년부터 코치로 나서 각급 대표팀 골키퍼 코치를 거쳤다. 지난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를 역임했다.

지도자로서도 은퇴할 시기가 다가왔음에도 박 강사는 공부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골키퍼 교육법 발전을 위해 논문을 작성, 사례를 만들고 또 이를 전파하기 위해 40대부터 영어를 배우기까지했다. 골키퍼를 향한 그의 사랑이 끊임없다고 할 만큼 많은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그가 공부를 멈추지 않는 건 한국 골키퍼의 발전을 위해서다. 박 강사는 “2004년 전임 골키퍼 지도자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어느 날 내가 잘못 가르친 걸 깨달았다. 골라인 중앙에 기준점을 두고 훈련시켰는데 수학자를 통해 정확하게 계산했더니 내가 잘못 가르쳤더라.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그때부터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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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아시아축구연맹(AFC) 골키퍼 코칭 강사가 작성한 골키퍼에 관한 논문.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2004년부터 공부하기 시작한 박 강사는 세계적으로도 자료나 문건이 별로 없는 골키퍼 관련 논문을 무려 6편이나 작성했다. 크로스, 위치선정을 비롯해 어느 지점에서 골이 많이 나오고, 골키퍼가 어느 지점에 서야 유리한지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그의 논문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으며 영국 축구과학회지, 남아공 저널 등에도 실렸다. 논문을 작성하며 자료를 축적한 그가 가진 자료만 해도 방대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부터 최근 대회까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위주로 데이터를 모았다.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함에도 박 강사가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연구한 건 오로지 하나 때문이었다. 그는 “내가 느끼고 익히고 구상한 교육법을 증명하려면 논문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또 교육을 표준화해서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성인으로 자란 선수들은 고치기가 쉽지 않다. 어린 아이들부터 나쁜 습관을 고쳐주고 가르치면 좋은 선수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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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아시아축구연맹(AFC) 골키퍼 코칭 강사가 아시아 지역에 무료로 배포 중인 골키퍼 교본을 들고 있다.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박 강사는 모든 골키퍼 기술을 담아낸 ‘그림으로 쉽게 배우는 실전 축구 골키퍼 기술’이라는 책까지 편찬했다. 그는 “지도자들뿐 아니라 부모님들도 보고 쉽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그림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 태국, 동티모르 등의 국가를 돌고 있다. 기본적인 훈련법만 모아 아시아지역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1970년대 수준의 훈련법으로 운용 중인 나라에 나눠주기 위해 제작했다”며 “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갖고 도움을 요청한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강의하러 가면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이 내게 ‘고맙다’고 하더라. 내가 나눠 준 책을 보고 가르치고 있다더라”라고 기억했다. 그가 애써 만든 교재를 무료로 배포하는 건 아시아 축구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박 강사는 “해외에 교재를 배포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강의 갔을 때 ‘우리에겐 교재 조차 없다’며 한글로 된 내 책을 굳이 사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영어로 배포했고 태국어로도 요청해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1982년 국가대표에 데뷔하는 등 엘리트 선수로서 평탄한 선수 생활을 보낸 박 강사는 1998년부터 연령별 축구대표팀 골키퍼 지도자를 시작했다. 그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은 이운재, 김용대부터 김영광, 정성룡, 김승규 등에 이른다. 국가대표 골키퍼는 모두 박 강사 손을 거쳐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 60줄에 접어든 박 강사가 끊임 없이 공부하는 이유에는 아쉬운 한국 축구의 현실도 있었다. 그는 “과거나 지금이나 골키퍼 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지도자가 많다.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골키퍼 지도자가 있는 초·중·고 축구부는 10%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어린 골키퍼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어딜 가도 페널티박스 크기는 같다. 전지훈련 중 점심시간 30분만 잠깐 지도해줘도 아이들의 실력이 달라진다. 온라인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환경만 마련되면 한국 축구 골키퍼의 실력은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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