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K證, 경제상황 변화 원인, 저물가 탈피에 주력해야

[스포츠서울 채명석 기자] 돈과 양의 흐름을 조절해 인플레를 막는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를 존재의 이유로 내세웠던 각국 중앙은행의 역할을 저물가 탈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발표한 ‘구조적 변화, 중앙은행의 과도기’에서 “2012년 이후 주요국 물가는 대부분 목표치를 하회해 더 이상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필요 없게 되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저물가 대열에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도 합류하고 있는데, 고령화, 낮은 생산성, 기술 진보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해 발생되고 있는데, 이는 중앙은행의 목표가 과거와 달라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저물가 현상으로 국내총생산(GDP) 등 기존 거시지표간 상관성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대표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한국에서 GDP와 물가간 관계가 약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의 원인으로는 ▲노동시장 변화, 경쟁 심화, 인플레이션 기대 약화 등 ‘구조적 요인’과 ▲유휴생산능력이 늘 존재하는 ‘경기적 요인’을 꼽았다.

‘아마존 이펙트’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규모의 증가는 온·오프라인 업체들 간 경쟁 심화와 상품 가격을 낮추는 현상을 만들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조사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시장이 먼저 발달했던 유로존에서는 온라인 업체들의 시장점유율(MS)이 1% 상승할 때 전체 물가상승률이 연간 마이너스 0.1% 하락했다. 2019년 기준 글로벌 전자상거래 규모는 3조4500만 달러였으며, 내년에는 4조878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라 물가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

김 연구원은 ‘노령화’를 앞세운 글로벌 인구구조 변화의 가속화도 저금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령화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율보다 노령인구 증가율이 빠른 비율을 나타낸다. 김 연구원은 “고령층이 고용시장에 흡수되면 실업률이 낮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지만, 임금상승률이 둔화되며 물가를 낮추기도 한다”면서 “저축 성향이 높은 고령층 고용 확대는 소비 위축을 초래하며, 이는 저금리 현상을 추가 확대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저금리 상황은 더욱 심화되며, 한국의 노령화는 글로벌 국가들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저금리 현상 타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성장 동력 둔화도 저금리 현상을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은 6.0%로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 ‘5% 성장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여기에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양국 간 경제탄력도 글로벌 경기의 성장 동력을 둔화시키는 장기적인 요인이 되고 있으며, 유로존 역시 ECB의 적극적인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독일 제조업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김 연구원은 “지금 중앙은행들은 구조적인 변화에 정책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과도기’적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구조적 변화에 맞는 정책 환경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기존 정책을 쏟아 부어 저성장, 저물가 진행을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산 인플레이션과 정책의 효용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과하다고 여길 만큼 강력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일본은행(BOJ)이 가장 먼저 통화정책 다변화를 꾀해 중앙은행들 중 유일하게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oricm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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