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글 양민희기자·영상 윤수경기자]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이 영상. 지난해 8월에 열린 '제15회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 단체 결승전 영상이 1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며 200만 뷰를 넘어섰습니다.


씨름은 어르신만 보는 스포츠라는 인식에 인기가 없는 비주류 종목이었지만, 요즘은 꽃미남 씨름 선수들 덕분에 젊은 층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요.


온몸으로 맞붙는 모래 위 한판 승부이기 때문일까요. 선수들의 몸을 보면 보디빌더를 연상하게 하는 근육질 몸매와 아이돌 못지않은 비주얼에 많은 여성 팬들이 대포 카메라를 들고 응원을 올 정도라고 하네요.


사람들을 씨름판으로 발길을 돌리게 한 주역이자 화제의 영상 속 주인공 황찬섭(23). 그를 모래 밖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최근까지도 좋은 성적을 보이며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연수구청 씨름단 소속 선수입니다. 대학부 시절 경장급 75kg 이하 10관왕 최강자 출신으로 올해는 '증평인삼배 씨름대회' 태백급 1등, '창녕 장사대회' 태백급 3위를 했네요.

Q) 현재 유튜브에서 조회수 200만이 넘은 화제의 씨름 영상 속 주인공이 됐어요.


1년 전 공개된 영상이었는데 그렇게 많은 분들이 보실 줄 몰랐어요. 그로 인해 씨름이 많이 알려진 것 같아 뿌듯합니다. 댓글에 '잘 생겼다'는 내용이 많아서 당황스러웠지만요(웃음). '돌잡이 때 내 심장 잡았겠지'라는 댓글도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경기 장면을 볼 때마다 심장이 멈춘 것 같이 떨린다고 한 팬이 남겨준 글이죠.


Q) 연예인 만난 느낌인데 요즘 인기 실감하나요?


많이 느끼고 있어요. SNS에서 댓글이나 응원 메시지도 보내주시고 가끔 길 가다가도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생겼어요. 사인이요? 원래 없었는데 요청이 잦아지다 보니 최근에 하나 만들었네요(웃음).


Q) '여진구 닮은 꼴'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싱크로율.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는데 부끄럽네요. 전혀 겹치지 않는 거 같은데요. 연예인 닮은 꼴이라니 전혀 아닙니다. 전 지극히 평범한 씨름 선수라고 생각해요.


Q) 팬 서비스가 좋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모래를 자주 밟으니까 팬들이 풋크림이나 운동복 같은 선물을 많이 챙겨주세요. 아무것도 아닌 운동선수인데 잘 대해주셔서 최대한 보답을 해드리려고 해요. 응원 글이 오면 답장도 해드리고 있고요. 팬클럽까지는 아니고 메신저로 팬들과 소통 방을 만들어서 일상 사진이나 대화도 나누고 공유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Q) 요즘이야 인기가 많아지고 있지만 사실 빈 관중석에서 경기할 때가 더 많았다고요.


전국체전 때부터 경기장에 자주 오시는 팬들이 있어요. 항상 감사하죠. 보답하는 마음으로 밥도 한 끼 사드렸어요. 소고기는 아니고 돼지고기 사드렸습니다(웃음). 대회가 주로 외곽에서 펼쳐지다 보니 팬들로부터 찾아가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지원이 늘어나 선수들이 씨름에 집중하고, 팬들은 경기장에 편하게 와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Q)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2'에서 얼굴을 비쳤고, 11월 말에 방송되는 '씨름의 희열(가제)' 출연도 앞두고 있습니다. 예능감도 장사급이던데 스포테이너도 꿈꾸는지.


'강호동, 이만기 선배님처럼 스포테이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상상은 해봤는데 워낙 대단하신 분들이라 내가 그들처럼 되겠다는 마음보다는 존경하는 마음이 더 커요. 그렇다고 아주 예능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은 씨름 실력을 보여드리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Q) 존경하는 씨름인이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이만기 선배님이요. 씨름인으로 엄청난 업적을 남기셨고 낮은 체급에서 천하장사도 했기 때문에 본받을 게 많다고 생각해요.

Q) 씨름은 학원 같은 곳에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처음 샅바를 잡았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였죠. 그러던 중 교내에서 씨름대회가 열려 출전했는데 왜소한 체구로 힘과 기술을 사용해 상대방을 넘길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이후 저를 눈여겨보던 감독님의 권유로 씨름 세계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Q) 어지간한 대기업 임원급 연봉 받고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어느 매체에서 제 연봉이 1억 2천이라고 보도가 된 기사를 봤어요. 사실과 다릅니다. 확실하게 액수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어요. 잘못 전달이 된 것 같습니다.

Q) 하루 동안 훈련 스케줄을 알려주세요.


아침부터 시작해 저녁에 마무리 운동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오후에는 씨름 실전 훈련을 같이 병행해요. 아무래도 힘을 쓰는 운동이기 때문에 근력 향상을 위한 무산소 운동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예전에 강호동 선배님이 모래사장에서 타이어를 들고 뛰었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요. 씨름은 힘을 한 순간에 써야 하고 유연성이 겸비되어야 해서 생활형 근육을 늘리는 훈련이 필요해요. 저희 같은 경우는 주로 토끼뜀을 하면서 산을 올라가거나 목장갑 끼고 네 발로 걸어가는 훈련을 주로 합니다.


Q)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이나 특기는 무엇인가요.


들배지기 선수인데요. 상대편의 샅바를 잡고 배 높이까지 들어 올린 뒤 자기의 몸을 살짝 돌리면서 넘어뜨리는 기술이 주특기죠. 상대방을 드는 파워와 함께 스피드를 겸비해야 해요.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자신감' 인 거 같아요. 마인드에 따라서 시합 결과가 달라지거든요. 경기 전에 상대 선수의 눈을 계속 쳐다보다가 제 눈을 피하거나 내리면 기선 제압에 성공했으니 이 경기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자기 암시를 걸어요.


Q) 이 운동을 하는데 유리한 몸무게와 키가 있는지 궁금해요.


175㎝ 78㎏로 운동선수로서는 큰 체구가 아닙니다. 하지만, 체급별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유리한 몸무게와 키가 따로 있지 않아요. 추석장사씨름대회 3년 연속 태백장사에 오른 윤필재 장사님만 봐도 키는 작은데 힘과 기술이 최고거든요.

Q) 씨름하면 하체 힘!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허벅지 둘레를 재어봐도 될까요?


23인치가 나왔네요. 아이유 허리 수치라고요? 그래도 만족 못해요. 요즘 운동을 제대로 잘 안해서 한 10cm는 준 거 같은데 이따가 펌핑하고 다시 재볼게요(웃음).


Q) 평소에 병행하고 있는 하체 운동이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바벨 스쿼트 : 바벨을 어깨에 짊어진 채로 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동작


기본적으로 엉덩이부터 뒷 중심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스쿼트를 많이 해요. 등이 쫙 펴져야 해요. 구부러지면 부상 위험도 있어서요. 주의하실 게 무릎이 앞으로 나가지 않게 한 뒤 90도로 유지한 채로 허리를 펴고 엉덩이를 쭉 내리세요.


②레그컬 : 대퇴후면(무릎 위의 부분인 넓적다리 뒷 부분)의 슬굴곡근(무릎관절을 굴곡 시키는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한 운동으로 하체 근력을 키우기 위해 필수


시합이나 연습 도중에 햄스트링(인체의 허벅지 뒤쪽 부분의 근육과 힘줄)이나 십자인대(무릎관절 내에 위치하며 관절의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를 다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평소에 많이 하고 있는 운동입니다. 허벅지 뒤쪽에 강화가 많이 되는 운동이며 보통 하면 20개 정도 하고 5세트를 반복합니다.


Q) 잘 먹어야 힘을 쓰잖아요. 평소에 절식이나 다이어트는 하지 않나요?


주량은 소주 3~4병 정도 먹고 음식도 잘 챙겨 먹어요. 밥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루에 두 끼 정도는 무조건 고기를 먹습니다. 그래서 팬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사드렸죠. 다이어트는 딱히 하고 있지 않아요. 시합 나가기 전에 체급을 맞추기 위한 체중 조절 정도?


Q) 씨름 실력보다는 예능 출연으로 더 유명세를 얻은 게 아쉽진 않은지. 앞으로 각오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팬들이 미모나 스타일을 보고 다가오셨다가도 씨름의 매력 자체에 푹 빠지셨으면 좋겠어요. 이 종목 자체의 재미를 느껴서 열기가 식지 않고 많은 분들이 씨름장에 찾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더 집중해서 장사 타이틀을 따내는 그날까지 힘낼게요!


ymh1846@sportsseoul.com

영상│윤수경 기자 yoonssu@sportsseoul.com

사진│황찬섭 인스타그램, 유튜브 캡처, 양민희 기자 ymh184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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