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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감독이 31일 파주NFC에서 본지를 만나 인터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주 | 정다워기자

[파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정정용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강인(18·발렌시아)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발렌시아의 특급 유망주 이강인은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라리가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라리가 데뷔골을 넣었다. 31일에는 세비야를 상대로 선발 출격해 맹활약했다. 지난 5~6월 폴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서 한국의 준우승을 견인하고 직접 골든볼을 수상한 이후 착실하게 발전하고 있다.

성장통도 있다. 이강인은 이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리그 경기에서 레드 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세비야전에서도 제수스 나바스의 발을 밟는 반칙을 범해 VAR 판독까지 가는 긴장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무리한 수비 가담이 독이 되는 그림이었다. 자칫 리그 2경기 연속 퇴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뻔했다. 31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만난 정 감독은 “퇴장 장면을 저도 봤다. 세비야전 반칙은 아직 못 봤는데 한 번 봐야겠다”라며 미소를 지은 후 “강인이가 아마 수비 부담이 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수비에 대한 지적을 받다보니 개선해야 한다는 의욕이 앞서는 것 같다. 한 번 혼이 났으니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겠나. 단점을 고치려는 노력이라고 본다. 그런 점이 보이는 것은 아직 어린 선수에게 매우 긍정적인 사인이다. 고치지 않겠다고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나”라고 흐뭇하게 말했다.

이강인은 볼 키핑 능력이 뛰어나고, 드리블, 창조적인 플레이에 장점이 있다. 다만 정 감독 말대로 상대적으로 수비 능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드필더로서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 감독은 “현대 축구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수비를 한다. 강인이도 그 능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맞다. 수비 능력이 100이라고 봤을 때 지금 강인이는 20 정도 되는 것 같다. 100까지는 어렵겠지만 50~60까지는 가능하다고 본다. 그 정도만 올려도 이미 가진 게 많기 때문에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다. 수비가 되면 뛸 수 있는 포지션도 많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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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정 감독도 U-20 월드컵에서 이강인에게 수비적인 부분을 요구한 경험이 있다. 특히 측면에 있을 때 사이드백들이 자유롭게 오버래핑을 하지 못하도록 이강인도 압박을 해야 했다. 정 감독은 “최소한의 수비 가담을 지시했다. 너무 많이 수비에 집중하게 하면 강인이의 장점을 다 끌어낼 수 없다. 그렇다고 수비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기본적인 기능을 맡겼다. 당시 동료들도 이 점을 인지하고 미드필더들이 한 발 더 뛰었다. 팀플레이가 잘 이뤄져 강인이가 수비 부담 없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아틀레티코전에서 이강인이 퇴장 당한 후 드레싱룸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정 감독은 “강인이는 원래 감정 표현이 아주 솔직한 친구다. 월드컵 전 예선에서 경기에 뛰지 못했다고 굉장히 분해 하던 표정이 생각난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려면 그런 악착 같은 면은 있는 게 좋다고 본다. 따로 연락을 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잘 극복할 친구라 걱정하지 않는다. 눈물 흘릴 수도 있지 뭐”라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이강인은 세비야전에서 처음으로 투톱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 받았다. 세컨드톱, 혹은 프리롤로 볼 수 있는 포지션에 선발로 나서 맹활약했다. 특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강팀 세비야를 상대로 장점을 뽐냈다. U-20 월드컵에서의 역할과 거의 동일했다. 정 감독은 “개인적으로 강인이는 그 포지션이 제일 낫다고 본다. 스스로 경기 템포를 조율하고 자기 흐름으로 끌고가는 능력을 프로 무대에서도 발휘할 것이다. 맡기면 제 몫을 하는 선수다. 발렌시아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감독도 세비야전을 통해 느낀 게 있을 것이다. 강인이가 앞으로도 잘 해나갈 것이다”라며 아끼는 제자에게 기대감을 드러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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