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한류(韓流) 열풍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한류 금융’의 도전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로 국내 금융사의 진출이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지금 ‘한류 금융 3.0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에 눈을 뜨고 첫 발을 내딛은 것이 ‘한류 금융 1.0’,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 진행된 세계화의 결과물이 ‘한류 금융 2.0’이라면 내년부터는 과실을 본격적으로 거둬들이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사들은 과거와 사뭇 달라진 환경에서 어떤 해외 전략을 취해야 하는 것일까. 쉽지 않은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29일 한류타임즈 본사 대회의실에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아세안금융연구센터장,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병길 파운트투자자문 대표가 모였다. 좌담회의 진행은 이승제 한류타임즈 금융증권부장이 맡았다.

◇생존을 위한 해외진출, 한류금융의 걸림돌은?

서병호 아세안금융연구센터장(이하 서병호)

=국내 은행의 경우 금리가 낮아지면서 순이자 마진이 떨어지고, 보험사 역시 과거 판매한 고정금리 상품으로 인한 역마진 우려를 안고 있다. 증권사는 수익률이 높은 해외 대체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의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수익 기반 다변화, 마진율이 높은 수익 창출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기업끼리 경쟁하다 보니 부동산 가격을 너무 높이는 역효과도 나온다.

한류타임즈 좌담회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아세안금융연구센터 센터장은 29일 “조만간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면서 급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지에서도 가장 좋은 물건은 현지 회사나 글로벌 기업이 가져가고, 이너서클(inner circle)에 속하지 못한 국내 금융사는 상대적으로 값어치가 떨어지는 물건을 산다. 해외시장에서 제대로 실사하고 계약해 본 경험이 부족해 사기도 많이 당한다. 최근에도 국내 큰 은행이 사기를 당한 사례도 있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상 이제는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때다. 조만간 글로벌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이면 급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럴 때를 기다려야 할 시기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이하 안수현)=

기업 진출과 한류 금융은 맥을 같이 하면서도 차별화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이유는 국내 시장의 경쟁 격화,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 등이다. 한국 시장은 은행이든 증권산업이든 성숙된 시장이다. 관련 제도도 마련돼 있다. 제도 정비는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기에 몸이 무거워진 측면이 있다. 규제 체제가 덜 정비돼 있는 나라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계열사나 관계사가 해외에 나가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본사가 이를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 부분을 엄격하게 체크하면 외국에 나갈 때 주저하게 된다. 공격적인 투자를 안 하게 된다. 그런 부분을 감독기관이 정책적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류타임즈 좌담회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편한 서비스는 사람들이 널리 전파하기 때문에 사용자 기반이 늘어난다. 따라서 플랫폼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경우 몸을 가볍게 해서 외국 나가는 데 한국과 동일한 방법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베트남이나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나라마다 금융 발전 단계가 다르다. 베트남은 국민의 70%, 인도네시아는 50%가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 기업의 노하우와 현지 수요를 접목시키는 것이 한류 금융 성공의 조건일 것이다. 그 나라 정부와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만 해당 지역의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한국의 금융산업이 맡아준다면 빠르게 금융 한류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서병호=

신남방정책은 금융사의 국내 진출 이후 따라온 것이다. 금융사가 정책 이전부터 진출해 왔다. 미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금융사의 브랜드 경쟁력 등 밸류가 떨어져 못간다. 유럽은 경제적으로 침체돼 있다. 중국은 규제가 너무 강하고 버블이 깨질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알아서 동남아시아로 가고 있다. 그곳이 돈을 벌기 좋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교역량도 엄청나고 최근 박항서 감독 효과도 있어 우리에게 우호적이다. 제2의 한국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대 인구대국으로 이슬람 국가지만 자본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

안수현=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화다. 말도 통하고 현지의 관심도 얻어야 신뢰가 쌓인다. 지금의 금융기관 진출은 주로 한국 기업이 가서 지원하는 역할이었다. 해외 금융사와 경쟁해서 적응하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을 나가서 지원하는 한계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외관과 실제가 안 맞는 경우이다.

서병호=

전체 해외 점포를 살펴보면 10개 중 9개가 이에 해당한다. 제대로 된 지점은 1개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최근의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이나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등이다.

안수현=

현지화를 하려면 현지 회사와 인수합병(M&A)나 협업이 중요하지만 하라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자본이나 역량이나 현지 인맥을 만들고, 현지 유능한 전문인력을 뽑아서 유지해야 한다. 한국인이 나가서 경영하고, 한국적인 금융문화를 내세우는 식이면 (해당 국가) 내부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현지 고객에게도 전달이 안된다.

서병호=

국내 모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해외에서 물건을 보기 위해 CEO가 나오면 상대방도 CEO가 나온다. 반면 실무자가 나오면 상대방도 실무자가 나온다. CEO가 나가야 좋은 물건 보여주고 계약도 성사된다. 국내 주요 금융사 CEO가 해외에 다녀야 한다. 중요한 딜을 직접 챙겨야 한다는 얘기다.

◇ 우리의 예상과는 너무도 다른 시장

최병길 파운트투자자문 대표(이하 최병길)=

우리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홍콩에서 자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막상 해당 시장에 들어가보면 생각지도 않게 비슷한 사업을 통해 관련 시장의 니즈를 충족해주는 모델이 있다. 우리가 시장을 다 가져갈 것 같았은데 가 보면 필요한 것은 다 있고 소비자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의 것보다 훨씬 좋아야 하는데 사실 그것이 어렵다.

한류타임즈 좌담회
최병길 파운트투자자문 대표는 “우리가 시장을 다 가져갈 것 같지만 가 보면 필요한 것은 다 있고 소비자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등은 모바일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도시 인구 100만명 도시에서도 정교하진 않지만 우리의 새마을금고 같은 기관이 금융 서비스를 한다. 그래서 결국 중국 시장을 포기했다. 핵심인력이 몇 년 가서 같이 해야 한다.

서병호=

비슷한 사례도 있다. 국내 한 증권사가 한 해외 시장에 대형 약국 체인 투자를 고민했다. 그 시장은 동네 약국밖에 없었다. 당연히 잘될 줄 알았는데 어느날 앱이 하나 생겼다. QR코드를 찍으면 약이 집으로 배달됐다. 결국 대형 약국 체인은 그 시장에서 실패했다. 해외 시장은 우리 생각보다 빠르게 점프한다. 모바일 뱅킹은 우리보다 훨씬 발전한 곳도 있다.

최병길=

중국은 은행 계좌가 없고 ‘QQ’가 계좌 역할을 한다. 소규모 사업자 경우 아르바이트비도 거기에 통해 송금해준다. 우리와는 개념이 다르다.

안수현=

실제로 나라마다 발전속도가 다르다. 은행계좌가 없거나 신용카드 없는 나라에서 QR코드 등을 사용하는 것은 전통 서비스에 못 들어가는 사람들을 포용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커머스 업체가 물건을 사용하고 남은 잔액을 자체적인 페이로 돌려 그것을 회사에 운용해서 돈을 불려준다.

반면 한국에서는 규제가 있어서 안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런 서비스 모델을 만든 유니콘이 4개나 탄생했다. 상황에 따라 1단계에서 3단계로 점프할 수 있다. 그 나라의 불편한 점을 알고 가야 한다. 이 때문에 대형사보다는 핀테크 기업의 진출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못한 서비스를 외국에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가 아닌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

안수현=

방탄소년단이 외국에서 히트 친 이유를 생각해봤다. ‘아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국 언어로 번역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발적으로 수요 기반이 확대되는 채널이 만들어졌다. 서비스도 본인이 편하면 전파돼 사용자 기반이 늘어난다. 따라서 플랫폼화를 지향해야 한다. 하나의 서비스에 다른 서비스를 붙이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그 안에서 세금도 낼 수 있다. 에코시스템이라고 하는데 핀테크 업체도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여러 기업이 뭉쳐서 플랫홈 안에서 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최병길=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성공사례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아직까지는 치열하지 않아서 플랫폼을 다 만들어서 그 안에서 다 된다는 점을 보여줄 때 소비자들이 우리 플랫폼으로 넘어올 것이다.

정리=채명석·임홍규기자 oricm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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