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07 한국시리즈 두산-SK
두산 유격수 이대수가 2007년 10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1사 만루에서 내야 플라이를 놓치고 있다. 잠실|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양팀이 사력을 다해 맞붙는 한국시리즈(KS)는 특히 그렇다. 팽팽한 흐름 속에서 나온 실책 하나가 경기는 물론 시리즈 전체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지난 22일 두산과 키움의 2019 KS 1차전 또한 9회말 키움의 실책이 고스란히 패배로 이어졌다. 23일 스포츠서울 이슈추적에서는 승자와 패자를 가른 과거 두산과 키움의 KS를 돌아봤다

두산 입장에서는 잔인한 신기록과 마주한 2007년 KS였다. 당시 두산은 SK와 KS에서 문학 원정 1·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6년 만의 우승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후 거짓말 같은 4연패를 당했다. KS에서 첫 두 경기를 승리한 팀이 준우승에 그친 첫 번째 사례였다. 위기 또한 거짓말처럼 찾아왔다. 2007년 10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3차전 6회초 단단한 수비를 자랑했던 두산 유격수 이대수가 귀신에 홀린듯 연달아 실책을 범했다.

실책 3개가 한 이닝에 터져나왔다. 이대수는 1사 2루에서 김강민의 땅볼을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한 것을 시작으로 1사 만루에선 최정의 땅볼을 더블 플레이로 만들려다가 공을 놓치고 말았다. SK의 득점이 반복됐고 다시 마주한 1사 만루에서 조동화의 내야안타 타구를 3루로 송구하다가 또 에러를 범했다. KS 최초로 한 선수가 한 이닝에 에러 3개를 기록한 순간이었다. SK는 이대수의 에러 3개에 힘입어 6회초에만 7점을 뽑았다. KS 3차전에서 9-1 완승을 거뒀다. SK는 KS 4차전에선 신인이었던 김광현이 MVP 다니엘 리오스와 선발 대결에서 승리했고 이후 5차전과 6차전도 내리 잡으며 창단 첫 우승에 성공했다. 왕조 시대에 시작점을 찍은 순간이었다..

영웅과 역적은 하늘이 결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2007년 KS 3차전에서 악몽에 시달린 이대수지만 KS 2차전까지만 해도 그는 두산에 소금 같은 존재였다. 2007 정규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SK에서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손시헌의 군입대로 약점이었던 유격수 포지션을 완벽히 메웠다. KS 2차전에선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고 혼신의 질주로 홈을 밟는 등 공수주에서 펄펄 날았다.

하지만 이후 하늘은 두산과 이대수를 향해 등을 돌렸다. 2007년 KS 3차전은 빗속에서 치러진 수중전이었다. 특히 이대수가 실책을 연달아 범한 6회초 거센 비가 내렸다. 비로 인해 시야에 방해를 받은 것은 물론 땅볼 타구도 불규칙했다. 어쩌면 KS 3차전 비가 두산 준우승 징크스에 단초가 됐을지도 모른다. 두산은 2008년과 2013년 KS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원치 않았지만 ‘아름다운 2등’, ‘졌잘싸’의 표본이 됐다. 2015, 2016 KS에서 승리하기까지 가을은 두산에 유난히 잔인한 계절이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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