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물리역학
박우진 대한당구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2학년 교실에서 진행된 ‘당구의 물리’ 특강에서 당구의 물리 역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 대한당구연맹

당구물리수업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우와~!”, “신기하다!”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2학년 한 교실, 당구 예술구 영상이 흐르자 토끼 눈을 뜬 여고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쩍’ 벌렸다. 이어 당구공끼리 충돌 시 접선을 그리고 각도를 묻는 말에 사인과 코사인을 대입해 열심히 필기하며 답을 구했다.

당구와 물리가 만났다. 한국 당구는 최근 세계 톱랭커를 다수 배출하고 ‘당구장 금연법 시행’에 따라 남녀노소 모두 접하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 ‘제 2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이런 흐름은 일반 고등학교 물리 수업에 당구가 스며드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금옥여고에서는 ‘당구의 물리’를 주제로 특강이 열렸다. 핵물리학 박사인 박우진(41) 대한당구연맹(KBF) 경기력향상위원회 부위원장이 강사로 나섰다.

당구는 사각 테이블에서 탄성을 지닌 공을 두고 큐의 속도, 공의 회전, 공과 테이블의 마찰력 등이 조합된 스포츠다. 과거 세대만 하더라도 단순히 테이블에서 경험치를 높여 당구 원리를 터득, 경기력을 습득했다면 요즘 세대는 다르다. 조명우나 김행직 등 20대 선수가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건 당구장 경험치 뿐 아니라 최근 보편화한 당구전문학교에서 수학하고 다채로운 채널을 통해 과학적 원리를 일찌감치 습득했기 때문이다. 최근 당구 뿐 아니라 타 종목도 과학적 기법을 더해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당구를 기본적으로 테이블을 벗어나지 않는 2차원 평면 충돌로 정의,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물리학의 ‘운동량 보존의 법칙’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한다.

최근 당구 동호인 사이에서도 입사각과 반사각, 분리각처럼 중고교 시절 수학, 과학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당구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바탕으로 결국 당구대 어느 포인트를 치면 어느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을 계산해야 하는 만큼 물리 역학과 관련이 있다. ‘파이브앤드하프 시스템’처럼 수치화한 이론도 존재한다.

당구물리수업캡처
박우진 대한당구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2학년 교실에서 진행된 ‘당구의 물리’ 특강에서 당구의 물리 역학에 대해 설명할 때 활용한 자료의 한 챕터. 제공 | 대한당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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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여고생들은 평소 익숙한 물리 수업에 당구가 소재로 쓰이면서 더욱더 흥미롭게 참여했다. 딱딱한 수업이 아니라 마찰력, 병진운동 등 특정 물리 용어와 맞물리는 당구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특히 ‘물리 법칙을 거스른’ 예술구 영상은 여고생들이 당구 종목 자체에 흥미를 품는 계기가 됐다. 이 수업은 KBF가 지난 4월 학교팀 창단을 위한 학교체육위원회를 설립한 것에서 비롯됐다. 학교체육위는 최근 교원연수 프로그램에 당구를 반영하기로 했다. 권역별로 방학 중 시행하는 교원연수 프로그램에 강사료, 장소 대관료, 용품 등을 일부 지원해 교사와 학생이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하도록 했다. 향후 추진중인 학교스포츠클럽에 당구를 반영, 또다른 리그 형태를 구축하면서 유망주 육성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다.

이번 특강은 교원연수에 참가한 금옥여고 한 교사가 당구의 스포츠적 가치 뿐 아니라 교육적 가치에 공감해 KBF에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수업에 참여한 송지연 KBF 주임은 “스포츠 종목을 학생이 배우는 교육과정 속에서 과학적 원리를 통해 접하는 게 흥미로웠다. 2020년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당구장이 제외되는데, 이런 특강이 지속해서 이뤄지면 당구가 학생들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종목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고생들은 평소 배운 물리 개념을 당구 종목을 통해 접하면서 수업 효과는 배가 됐다. 무엇보다 학창 시절 스포츠 종목을 처음 접하는 계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KBF의 이번 특강은 타 종목에도 유의미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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