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효승 이주찬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류호승(왼쪽)과 이주찬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KBSA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순수 아마추어로 꾸린 한국 야구대표팀이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에서 4위로 떨어졌다. 중국에 두 번이나 덜미를 잡히는 등 퇴보하고 있는 한국 야구의 어두운 현실을 여과없이 드러내 충격을 던졌다.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참가 자격도 얻지 못했다.

한국은 20일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3, 4위 결정전에서 4-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6-8로 역전패했다. 수비 실책이 빌미가 됐고, 투수들의 위기관리 능력도 부족했다. 투수는 구위, 제구, 경기운용 능력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고, 야수들은 기본 중의 기본인 포구와 송구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정부의 엘리트 스포츠 죽이기가 종목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게 드러나 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사 위기에 빠진 대학야구 활성화를 위해 대표팀 전원을 아마추어로 꾸렸다. 한화가 지명한 강재민(단국대) 최이경(동국대)을 포함해 LG가 뽑은 성재헌(연세대), 삼성 유니폼을 입게될 정진수(연세대) 등 대부분 프로 지명자로 구성했다. 고교 선수 중에도 1차 지명과 2차 드래프트 상위라운드 지명 영예를 누린 소형준(유신고·KT)와 최준용(경남고·롯데) 박민(야탑고·KIA) 등 청소년 대표 출신도 합류했다. 대표팀을 이끈 윤영환 감독도 “아마추어 활성화를 위한 야구인의 열망과 협회의 의지를 등에 업고 대회에 출전한다. 프로선수는 없지만 강한 정신력과 똘똘 뭉친 팀워크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표팀이 성과를 내면 앞으로 아시안게임 등에서도 대학, 고교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며 장밋빛 청사진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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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현과 박재경, 박태성 등 대학생 선수들. 사진제공 | KBSA

문제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국제경쟁력이 바닥이라는 점이다. 특히 대학 선수들은 턱없이 부족한 경기로 기량을 가다듬을 틈이 없다. 프로 스카우트들은 “투수는 주 1회 등판하면서 투구수 관리를 하면 어깨 보호 등에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야수들은 실전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이 많기 때문에 경기를 많이 치러야 기량을 끌어 올릴 수 있다. 불펜 투수도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야구는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일반 학생과 똑같은 학사 일정을 소화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대표팀에 차출되거나 골프 등 프로로 전향하는 선수들은 논외로 두지만, 야구는 국제대회가 많지 않다. 대학 야구부 신분으로 프로구단에 입단할 수 없어 남의 일이다.

대학 감독들은 “수업 때문에 훈련에 참가하는 시간도 각기 다르다. 학습권과 휴식권을 모두 보장해야 하는 정부 방침 때문에 학기 중에는 주 1회 가량 경기하는 게 전부라 방학기간 열리는 토너먼트대회 1회전에서 탈락하면 한 학년 동안 10경기도 치를 수 없는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대학팀이 참가하는 별도의 리그를 출범하자는 안을 내놓았지만 당장 KBSA부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아 논의 조차 못하고 있다. 체육계에서는 “대학 입시에 체육활동에 가산점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관계부처의 이해관계가 달라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등을 꿈꾸던 대학 선수들은 이번 대회 참패로 자신감만 잃게 됐다.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제도가 스포츠에서는 얼마나 위험한 접근인지 정부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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