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천우희가 스스로 마음자세를 바꾸고, 예민하다고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바꾸려는 모습이다.

천우희가 영화 ‘버티고’(전계수 감독)에서 스트레스로 현기증 나는 현실을 사는 위태로운 30대 직장인 서영 역을 그렸다. 계약 연장에 대한 스트레스와 엄마마저 부담이 되는 현실로 현기증(vertigo) 나는 삶을 사는 서영은 사내에서 인기가 높은 진수(유태오 분)와 비밀 연애를 하면서도 마음을 위로 받지 못한다. 얼마전 화제를 모은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보여준 당당하고 발랄한 30대 진주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천우희는 ‘버티고’를 만난 뒤 “저 스스로를 자유롭게 해주게 됐다”고 돌아봤다.

천우희

올초 개봉했던 ‘우상’(이수진 감독)부터 ‘버티고’까지 올해 세 작품에서 각각 너무도 다른 캐릭터를 그린 천우희. 스스로도 그 배역들을 바라보며 달라진 자신을 느꼈다고 했다. 천우희는 “‘우상’을 찍은뒤 자신감도 떨어지고, 처음으로 연기에 대한 의욕까지 잃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놓은 뒤 “‘우상’ 후 근 1년을 쉬다가 ‘버티고’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관우가 ‘당신 떨어지지 않아요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게 저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 대사 한마디에 힘이 돼서 작품을 선택했다”고 했다.

천우희는 “작품을 바라보는 마음자세가 바뀌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달라진 것이었을까. 그는 “‘우상’ 때는 촬영기간도 길어지니까 긴장감이 안 떨어지게 저를 몰아봍인 것 같다. 배우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괴롭혔던 것 같다. 그런데 ‘버티고’ 후에는 스스로가 나를 존중해야지 배우생활도 충분히 오래 할 수 있겠구나 깨닫게 되면서 저를 좀 놔주게 됐다. 적절한 타이밍에 ‘멜로가 체질’이라는 작품도 만났고,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발랄한 캐릭터도 하게 됐다. 저 스스로를 자유롭게 해준 것 같다”고 지난 2년을 회상했다.

“‘우상’이라는 영화가 힘들어서 내가 힘들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나 스스로 곪아있었던거다. 꿋꿋하다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다쳤었던 것”이라고 말하는 천우희는 ‘우상’ 이전에도 늘 쉽지 않는 캐릭터와 연기에 도전했다. 그 만큼 몰입하며 쌓아둔 감정들이 마음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까도 궁금했다. 천우희는 “다른 배우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난 그렇지 않다. 저는 힘든 감정을 찍는다고 해서 그걸 일상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제 삶에 갖고 가면 힘들 것도 같고, 그게 연기에 꼭 좋을 것 같지도 않다는게 연기에 관한 내 생각”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서 “그냥 촬영할 때 집중해서 하고, 카메라가 돌지 않을때는 환기해야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집중해서 하다가도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는 장난치고 여유있게 잘 지내는 편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연기를 할때 힘들지 않다고 느끼는게 연기를 해서 소모되는 게 아니라 해소하는 느낌인 것 같다. 배우로서 안 써본 감정을 써보는거니까, 그 감정이 남아서 힘들진 않은거 같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한 인물에 몰입했다가 빠져나오기에 능숙한, ‘타고난 배우구나’ 싶은데 스스로는 “내 성격이 자체가 그런것”이라며 싱긋 웃었다. 또, “많은 분들이 저를 예민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감각은 예민해도 성격은 예민하지 않다. 감정을 써야하니까 예민한 면이 있다. 그렇지만 예리할순 있는데 그렇게 성격이 까칠하고 날 서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렇게 살면 피곤하니까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천우희

천우희의 성격이 예민할 거란 오해가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는 듯하다. 만일 그런 오해가 있다면 그동안의 필모그래피와 캐릭터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이에 천우희도 수긍을 하면서 “나도 ‘왜 이런거 많이 할까’ 생각해본적이 있다. 그때그때 많이 다르긴 한데 결국 내 취향인거 같다. 그리고 ‘버티고’와 ‘멜로가 체질’을 하면서 느낀건데, 내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인 사랑에 관심이 없었구나 했다. 그냥 ‘진부해~’하고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소중한 감정인데 저는 연기 외적으로 경험이 많거나 많이 해보진 않아서, 현실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고 생각한거 같다. 그러나 요즈음 제 나이 때 할수 있고, 좀더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에 ‘버티고’나 ‘멜로가 체질’을 한거다”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좀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할까 싶은데, 안그래도 차기작으로 영화 ‘앵커’를 정해놨다. 천우희는 “전문직 여성으로 등장해 다음달 촬영에 돌입한다”면서 “그 모습이 매끄럽게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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