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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인디언 말로 친구는 ‘나의 슬픔을 대신 지고 가는 사람’이란 뜻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故설리를 추억하는 가요계 동료들이 일정을 잠시 중단하며 추모에 나섰다. 이들의 짧은 침묵이 가요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故 설리의 비보에 생전 고인과 절친했던 가수 태연과 아이유는 컴백 전 스케줄을 모두 중단했다. 구하라는 SNS 라이브를 통해 절친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설리와 같은 소속사이기도 했던 태연은 22일 예정된 정규 2집 앨범의 사전 콘텐츠 릴리즈 일정을 보류했다. 15일 게재 예정이었던 ‘태연 VOL.02. 퍼포즈(PURPOSE)’ 콘텐츠 릴리즈는 추후 일정 확인 후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설리의 아이유 소속사 카카오엠 역시 최근 공식 SNS에 “IU 5th 미니앨범 ‘러브포엠’의 사전 콘텐츠 공개를 중단하며 스케줄 관련, 추후 공지할 예정이오니 많이 기다리셨을 팬 여러분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는 글을 게재했다. 아이유가 지난 2012년 설리를 생각하며 만든 곡 ‘복숭아’는 음원차트에 역주행해 실시간 차트 100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또다른 설리의 절친이던 구하라는 SNS 라이브를 통해 “설리야, 언니가 일본에 있어서 못 가서 미안해. 이렇게밖에 인사할 수 없는 게 미안해. 그곳에서 정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잘 지내. 언니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고 열심히 살게”라고 추모 메시지를 보내며 오열했다. 그는 슬픔 속에서도 “죄송하다. 미안하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라”고 팬들을 안심시키려 애쓰며 “설리야 안녕.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태연 정규 2집 Purpose 티저 이미지 (1)
태연.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가요 관계자는 “故 설리를 좋아했든 좋아하지 않았든 모든 이들이 공통되게 느낄 수 있는 건 설리가 순수한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고, 자기 주관이 뚜렷했다. 대중이 생전의 설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방향으로 엇갈리겠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故 설리를 개인적으로 아는 이들은 모두 설리를 좋아하더라. 그래서 고인에게 마지막 예의를 지키려는 가요계의 추모 분위기가 더 울림 있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생전 고인을 괴롭혔고, 죽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악성댓글(악플) 문제와 관련해서 故 설리 절친들의 추모 분위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고인의 죽음은 가요계의 비극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악플’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시시키고 있다. 악플’이 얼마나 사회악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비극이었다. 정치, 사회권에도 큰 이슈가 된 상황”이라며 “연예인 뿐 일반인 중에도 ‘악플’의 피해를 입는 이들이 적지 않다. 추모 분위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설리법’ 등 관련 법 제정에 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고인의 절친들이 현재 조성하고 있는 추모 분위기가 여론 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더걸스 출신 핫펠트(예은)는 악플를 향해 “당신이 현명한 척 달고 있는 댓글이 얼마나 한심한 얘기인지 알고 있나요?”라며 “설리양은 이끌어줘야하는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며 어엿한 성인이었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고 싶은 솔직한 사람이었습니다. 문제는 두 사람의 관계에 색안경을 끼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내뱉고 질투와 집착을 보인 악플러들이지 서로를 사랑한 진심이 아닙니다”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연예계에서도 유명 아티스트가 세상을 떠나면 그가 생전 추구했던 가치, 철학 혹은 죽음의 의미와 메시지를 동료와 팬들이 계승하거나 공론화시키는 문화가 있다. 故 설리를 추모하는 연예계 동료들 혹은 대중들이 그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이는 게 의미있다”고 전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설리와 아이유. 사진 | 설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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