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키움 박병호, 시작은 볼넷으로!
키움 박병호. 문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문학=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윤세호기자] 1년 만에 다시 열린 SK와 키움의 이른바 ‘염-장 시리즈’는 시프트 전쟁으로 눈길을 사로 잡았다.

KBO리그 대표 지략가인 SK 염경엽, 키움 장정석 감독 답게 14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플레이오프(PO) 1차전은 매 순간 벤치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상대 흐름을 차단하는 전술로 경기 종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특히 일발 장타를 보유한 상대 중심타선이 등장하면 철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감한 수비 시프트를 전개해 경기 흐름이 넘어갈 기회를 원천 봉쇄했다. SK가 전면적인 시프트를 전개했다면 키움은 상황에 따른 변칙 시프트로 응수한 게 눈길을 끌었다.

먼저 시프트를 전개한 쪽은 SK였다. ‘절대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등판한 1회초 2사 3루 위기에 키움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정후가 중전안타를 치고 1루에서 오버런 한 덕(?)에 한 숨 돌린 SK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박병호 시프트’를 전개할 여건이 생겼다. 1루수 제이미 로맥이 1, 2루 사이를 홀로 막아섰고, 2루수 김혜성과 유격수 김하성, 3루수 장영석까지 다른 내야수가 2루와 3루 사이에 포진했다. 첫 번째 시프트에서는 박병호가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4회초 1사 후 박병호가 등장했을 때에도 SK 내야진은 같은 위치에 섰다. 김광현의 구위에 박병호가 삼진으로 돌아서 시프트 효과를 보지 못하는 듯 했다.

그러나 6회초에 하마터면 시프트의 덫에 걸릴 뻔 했다. 박병호의 타구 스피드를 고려해 최정이 뒤로 물러나 있었는데, 완벽히 빗맞은 타구가 3루쪽으로 굴러 갔다. 최정이 급히 달려와 러닝스로했고 비디오 판독끝에 아웃이 됐다. 시프트가 때로는 ‘계산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SK 입장에서는 아찔한 장면이기도 했다. 시프트가 한 번 무너지면 야수들 사이에 확신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비에 미세한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키움도 시프트 덕을 봤다. 에이스 제이크 브리검이 완벽한 구위로 SK 타선을 봉쇄했는데, 기민한 야수들의 움직임도 조화를 이뤘다. 4회초 2사 1, 2루 기회를 무득점으로 마쳐 ‘기회 뒤 위기’라는 야구 속설을 떠올릴 만 했다.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최정의 2루수 땅볼이 딱 그랬다. 2루수 김혜성의 수비 위치가 평소와 같은 곳에 있었다면, 어김없이 안타가 될만 한 코스였다. 1사 후 한동민과 승부 때에도 김혜성의 기지가 빛났다. 풀히터인 한동민에 대비해 평소보다 우측으로 한 발 가량 이동했다.

한동민의 강한 타구가 날아들었지만 김혜성은 여유있게 잡아냈고, 브리검의 포효를 이끌었다. 단기전은 수비 싸움이다. 양팀이 가진 모든 패를 다 까놓은 상태로 맞붙기 때문에 누가 확률을 뒤집느냐가 승부의 열쇠다. 양팀은 이 확률게임에서 완벽한 시프트로 힘의 균형을 팽팽하게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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