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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7년간 변기 부품을 제조하던 코스닥 상장사 와토스코리아 주식회사가 욕실 층간소음을 줄이는 층상배관 시공법을 개발했다. 사진은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 사진 | 김윤경 기자

[스포츠서울 김윤경 기자] “국내 대부분 아파트의 욕실 배관은 층하배관공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욕조, 세면대, 변기 등 연결 배관을 바닥 슬래브 아래에 설치해 아래층 세대 천장으로 노출시키는 공법이죠. 때문에 은밀해야 하는 욕실에서 윗집, 아랫집의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나는 등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겁니다.”

지난 47년간 변기 부품을 제조하던 코스닥 상장사 와토스코리아 주식회사가 욕실 층간소음을 줄이는 층상배관 시공법을 개발했다. 송공석(67) 와토스코리아 대표는 1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으로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며 “욕실 배관 시공법만 바꿔도 아래층, 위층 욕실에서 발생하는 생활소음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12년 준공한 인천시 계양구 장기동 와토스센터 사옥 1층에는 각종 욕실용 도기와 수전이 전시됐다. 이곳에는 와토스에서 개발한 욕실용 부품들과 납품업체들의 제품들이 빼곡히 자리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층상배관 시공을 해놓은 욕실 모형 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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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는 인천시 계양구 장기동 와토스센터 사옥 1층에 마련해놓은 층상배관시공 욕실 모형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사진 | 김윤경 기자

꾸며놓은 욕실은 바닥이 21cm 두께로 이곳에 배관을 묻어 아래층과 단절시켰다. 기존에는 아래층 천장에 배관을 묻었기에 유지보수를 하게 되면 아래층에 양해를 구하고 작업해야 했다. 송 대표는 “층하배관 시공의 경우 불이 났을 시 배관 통로를 통한 유독가스로 인해 위험할 수 있고, 위층에서 누수 발생 시 아래층 천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층하배관과 층상배관의 소음 측정 결과 층상배관을 설치했을 시 소음이 적게 나왔다. 일반적으로 욕실 소음은 45데시벨, 층하배관은 43.4~47.9데시벨, 층상배관은 39.4~43.7데시벨로 조사됐다.

실제 송공석 대표가 개발한 층상배관공법은 올해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헬리오시티 84개동, 9510세대의 욕실에 적용됐다. 송 대표는 “층상배관 시공은 신축·리모델링 아파트, 100년 이상 가는 장수 아파트에 필요한 공법이다”며 “층간소음, 누수문제, 악취문제를 해결해 주거복지를 이루고, 안전, 생활편의를 위해 조속히 법제화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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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토스코리아는 올해 일본, 대만, 베트남, 태국, 중국 기업과 손잡고 해외진출을 했다. 사진 | 김윤경 기자

◆ 독일 히든챔피언처럼 ‘100년 기업’으로 키울 것

송 대표가 욕실 관련 사업을 시작한 건 1973년, 그의 나이 22세였다. 16세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 입사한 양변기 부속품 생산 회사는 5년 만에 부도가 나서 망했다. 그는 1년간 이런저런 일을 하다 회사생활 당시 어깨너머로 배운 것을 활용해 창업했다. 당시 월급이 1만원(쌀 한가마니)이었는데 지인에 5만원을 빌려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목표는 열쇠 3개를 갖는 것이었다. 송 대표는 “집, 사무실, 자동차 열쇠 3개를 가지고 여유롭게 사는 것이 꿈이었다”며 “허무맹랑한 꿈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애초 목표의 800배를 이뤘다”고 말했다. 와토스는 2005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지난해 연매출 218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회사 순자산은 750억~800억원이다.

하지만 20대에 창업을 해서 60대가 될 동안 회사가 순탄하게만 오진 않았다. 그는 “사업을 하며 3번의 힘든 일을 겪었는데 그때마다 집을 팔고 공장 절반을 팔면서 버텼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나의 운명이라고 여겼다”며 “그 고비를 넘기면서 더 이상 망하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1970년대는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인해 성장속도가 빨랐다. 농촌에 살던 이들이 서울로 몰려들었고 주택보급률이 높아 건설경기도 좋았다. 주택에 욕실 부속품을 납품하는 와토스의 사업도 승승장구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주택 200만호 공급 정책으로 건축자재 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건축자재라고 하면 먼지라도 팔릴 정도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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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는 사업을 하며 3번의 힘든 일을 겪었는데 그때마다 집을 팔고 공장 절반을 팔면서 버텼다. 사진은 그가 발명한 치아용 제품. 사진 | 김윤경 기자

그는 “어려움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움을 어떻게 돌파할까 고민했지 그만두고 포기할까 고민한 적은 없었다”며 “조급하면 필패한다. 꾸준히 한 길을 매진하다 보면 작은 시련들을 통해 더욱 단단하게 되고 크게 쓰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못 다한 공부도 마쳤다. 105일 만에 고입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6개월 동안 공부해 대입 검정고시를 치렀다. 54세에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2005학번으로 입학해 만학도로 졸업했다.

열심히 살아온 인생, 그의 인생 모토는 ‘분수를 벗어난 일은 하지 않는다’이다. 무지했기에 3번의 역경을 겪었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린 적은 없었다. 거래처와는 100% 현금결제를 하고 무차익 경영을 추구한다. 그는 “우리 회사에 돈을 지불한 소비자에게 그 이상의 가치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500원 짜리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가 1000원의 가치를 느낀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송 대표가 이끄는 회사에는 현재 113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그와 직원들은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인간의 생리현상은 계속될 것이기에 시장이 존재하는 한 진취적으로 열심히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100년 기업을 넘어선 200년 기업을 꿈꾼다.

송 대표는 “올해 일본, 대만, 베트남, 태국, 중국 기업과 손잡고 해외진출을 했다”며 “세계적으로 주택 자제 시장 규모가 크다. 수세식 변기의 혜택을 받는 이들은 30억 명 밖에 안 된다. 나머지 50억 인구는 잠재적 수요자다. 정부가 수출산업을 육성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지역 균형 지원, 가업승계 제도 바꿔야

그는 또 “47년 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사회 각계각층의 개개인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사회가 바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력이 없어서다. 와토스의 경우 본사가 전라도에 있어 좋은 인재를 구하기 힘들다”며 “국가 균형발전을 통해 지역 지원을 넓혀 인재 쏠림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기업은 자금 유동성이 막히면 부도 수순을 밟는다”며 “아무리 금리가 싸도 제조업의 경우 고정비가 큰데 인건비까지 무리하게 지출이 되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최저임금제도에 대해 비판했다.

송공석 대표는 국내 기업이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주식 증여 시 세금으로 80%를 납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송 대표는 “가업 상속을 가업 승계로 명칭을 바꾸고 창업주가 살아있을 당시 사전에 승계를 해줄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해야 한다”며 “나 같은 경우 한 우물을 50년을 팠는데도 여전히 기획하고 개발하는데 시간이 몇 년씩 걸린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업은 제품에 투자해 더 좋은 상품을 만들고 팔아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이 잘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중소기업 창업주들의 경영 능력과 축적된 노하우를 살아있을 때 다음 세대에 전수해주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득이다”고 강조했다.

◆ 송공석 대표는 누구?

2014년8월~ (현)한국욕실자재산업협동조합 이사장

2009년 2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7년 6월~ (현)와토스코리아 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

수상경력

2014년 7월 ‘중소기업의 날’ 철탑산업훈장

2008년 3월 세계 물의 날 기념 국무총리상 수상

2006년 3월 성실납세자 국무총리 표창

2003년 12월 대한민국 특허기술대전 동상 수상(특허청)

2002년 6월 환경부장관 표창장

2001년 7월 재정경제부장관 표창장

2001년 5월 발명의 날 산업포장 수상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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