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11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구리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구리=스포츠서울 김현기·이지은기자] “선수들을 기계의 소모품으로 생각했죠. 돌아온 뒤엔 축구 선·후배로 다가가려 합니다.”

K리그가 1~2부 합쳐 200만 관중을 돌파, 부활의 싹을 틔우고 있다. 대표팀 인기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K리그 자체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구성원들이 간절하게 팀과 리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점 역시 한국 프로축구 앞날이 밝은 이유다.

그런 2019년 K리그 중심에 FC서울 사령탑 최용수(46) 감독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지옥문’ 앞까지 갔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서울은 올해 반전스토리를 써나가며 대한민국 수도의 K리그 열기를 되살리고 있다. ‘6강’ 진입은 물론, 12개팀 중 3위로 파이널라운드에 돌입한다는 것 자체로 최 감독 복귀 효과가 잘 설명된다. 예능에 출연하고, 라디오방송에 깜짝 등장하는 최 감독 모습은 서울이라는 팀을 넘어 K리그의 판을 키우려는 움직임과도 같다. 최 감독은 2018년 10월11일 복귀했다. 부임 1주년인 지난 11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최 감독은 “돌아온 뒤 앞이 캄캄했던 시간이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서울의 성장 과정을 ‘라이브’로 보여주는 과정이다. 2년 뒤엔 경쟁력 있는 축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서울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꼴찌에서 2등을 했는데 올해 6강이면 된다. 5등을 해도, 6등을 해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며 파이널라운드A 진출로도 성공적인 한 시즌이 됐다고 자평했다.

◇“후임 감독은 ‘땡큐’ 해야죠”

서울은 지난해 창단 후 첫 강등 위기에 몰렸다. 최 감독이 왔음에도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급기야 부산과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른 뒤 1부 생존을 이뤄냈다. 그는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 밖에선 자신 있었는데 들어와서 보니까 캄캄해 지더라. 숙제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풀어가야 했다. 겨울 전지훈련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월이 됐다”고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최 감독은 구단과 팬들에게 특히 고마움을 전했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꾸기 위해 내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감독이 혼자서 ‘갑시다’라고 했을 때 지원이 없으면 안 된다”며 “선수단과 구단, 팬들이 삼위일체가 됐다. 등 돌렸던 팬들이 돌아온 것은 고무적이다. 고참들도 솔선수범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코너에 몰리면 간절해진다”는 표현으로 서울이 지난해 같은 수모를 더 이상 당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는 “구석에 있을 때 정말 최선을 다했다”며 “시간이 필요했다. 올해도 많은 선수들을 솎아냈지만 내년, 후년이면 서울이라는 구단에 경쟁력 있는 자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다음 감독은 상당히 편하게 갈 수 있을 거다. 진짜, 내게 땡큐해야 돼. 그런데 (황)선홍이 형이 다시 오는 거 아냐?”라며 웃는 모습에선 지난해 아시안게임 기간 중 TV를 강타했던 최용수식 ‘소환 유머’가 묻어났다.

역전한 선수들에 \'엄지척\' 최용수 감독 [포토]
최용수 감독이 9월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인천유나이티드경기 후반 역전한 선수들에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성적은 하늘이 주는 것…너무 결과에 집착했다”

“평생 FC서울 감독할 줄 알았어요.” 2011년 대행으로 서울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1부리그와 FA컵에서 각각 한 차례씩 우승한 뒤 2016년 6월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떠났다. 2년 4개월 만에 서울과 K리그로 돌아온 셈인데, 그 시간이 최 감독에겐 자신의 리더십을 업그레이드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그는 “(서울을)떠났다가 다시 복귀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좀 더 선수들을 지원해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후회가 되더라”며 “감독이니까 지기 싫고, 자존심 지키고 싶고, 축구 선.후배들에게 결과로 이기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선수들을 기계의 소모품으로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세상과 성적 앞에 좀 더 ‘초연한’ 지도자 최용수가 됐다. 그는 “애들(선수들)과 헤어져 있다보니까, ‘성적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인데, 너무 결과에 집착했던 것 아닐까, 애들과 좀 더 친하게 지냈더라면…’이란 마음을 갖게 됐다. 선수와 감독, 이런 사이가 아니라 축구 선·후배로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최 감독은 “심플하게 말하면 선수가 주인공이 되는 축구다. 밖에선 ‘감독, 감독’하지만 내가 한 발 물러났을 때 뛰어다니는 그런 조직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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