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일전을 위해 출국하는 축구대표팀[포토]
2022년 카타르월드컵 예선 북한과의 경기를 위해 출국하는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 벤투감독이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함께 결의를 다지는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인천공항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인천국제공항=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29년 만에 평양원정에 나서는 태극전사들이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벤투호는 평양에 15일 도착, 약 48시간을 체류한 뒤 16일 오후 중국 베이징을 거쳐 17일 새벽 귀국한다. 이번 평양원정은 다른 원정과는 사뭇 다르다. 분단국가인 남북한의 특수상황으로 인해 축구경기의 필수적인 요소인 중계, 취재 등이 배제된 채 경기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평양원정은 중계, 취재진, 팬이 없는 이른바 ‘3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평양 원정을 앞두고 한국을 2차예선 H조의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대우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선수단 55명을 제외한 취재진, 응원단의 입국을 불허했다. 북한 입국을 위한 비자 발급을 위해서는 북한축구협회의 초청장이 필수다. 하지만 북한축구협회는 선수단 이외의 인원에 대한 입국 가능여부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결국 초청장 발급을 해주지 않았다.

2년 전 평양에서 열린 여자대표팀 아시안컵 예선 땐 취재진도 5박6일 일정으로 북한에 체류했다. 오는 19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아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에서도 국내 취재진의 방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선별적인 한국 취재진 방북 승인은 의구심을 자아낼만하다. 전력상 약세인 북한이 남북대결의 경기 결과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한국 취재진의 방북을 불허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취재진의 평양행을 막은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 TV 관계자들의 입국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 기자들만 남북대결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것은 아니다. 방북을 앞두고 있는 제3국 취재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팀 관계자는 “독일의 한 기자가 이번 남북대결의 취재를 위해 평양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은 좌절됐지만 일말의 희망이 남은 것은 경기 생중계다. 이미 국내 중계진 파견은 불발됐다, 지상파 3사의 에이전시가 최근 북한으로 들어가 중계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계권 협상이 타결된다면 국제신호를 받아 생중계를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이 관계자는 “내일까지 생중계를 위한 협상을 이어간다고 한다. 상황을 끝까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태극전사들이 휴대폰과 태블릿PC를 베이징에서 한국 대사관 직원에게 맡기는 가운데, 저녁식사 이후 숙소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는 것도 어려울 전망이다. 공식 일정이 아닌 상황에서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 밖으로 나가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벤투호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말 그대로 평양원정은 ‘미지의 48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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