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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상가 내 위치한 캐논과 니콘 카메라 매장.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카메라는 사실상 대체 상품이 없어 판매가 크게 줄진 않았다. 하지만 신제품이 나왔는데도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긴 했다”

지난주 3~5일 캐논·소니·니콘·후지필름·올림푸스·파나소닉 등을 판매하는 백화점과 카메라 직영 스토어 등에서 만난 판매 직원들은 일본산 카메라 판매 동향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진행한지 벌써 4개월차에 접어들었다. 현장에 있던 매장 직원들은 일본 제재 여파가 카메라 판매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하지만 매장 주변은 비교적 한산했다. 그나마 카메라 직영 스토어에서는 카메라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들이 종종 방문을 하기도 했지만 이들 대부분이 제품만 만져보고 가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나마 오프라인 대비 온라인에서 카메라 구매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 7월 1주차 판매량을 100%로 볼때 2주차와 8월 첫째주에는 91%, 92%로 각각 9~10% 수준으로 줄었고, 이후 8월 2주~5주차에는 각각 83%, 84%, 85%, 77% 수준으로 비슷한 추이를 유지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9월 2주차에는 31%로 급감, 다시 신제품 출시가 본격화된 9월 3주차에는 85%로 오름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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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내 위치한 소니 카메라 부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백화점의 한 카메라 부스에서 만난 한 직원은 “카메라는 고가 제품이기 때문에 하루 1대만 팔아도 장사를 잘했다고 말하는데 주말에 미러리스만 총 3대나 팔렸다”면서 “DSLR은 무겁고 눈에 잘 띄어서인지 손님들이 거의 찾지 않고, 대부분 작은 사이즈의 미러리스를 찾는다.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진 영향인 듯 싶다”고 답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카메라 직영점에서 만난 또다른 직원은 “구형 제품에 대해 할인행사를 10~15% 수준으로 하고 있는데 찾는 손님이 지난해보다는 많이 줄긴 했다”면서도 “그래도 카메라가 필요한 손님들은 결국 산다”라고 말했다.

카메라 성수기 지난 7~8월 카메라업체들은 프로모션 행사도 포기한 채 소비자들의 눈치만 살폈다. 또한 당초 카메라업체들은 8월과 9월 신제품 출시에 맞춰 행사를 준비했으나 불매운동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단 한 곳도 출시행사를 열지 않았다. 다만 보도자료와 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조용히 출시를 알렸다. 가장 먼저 소니가 지난 8월초 첫 신제품인 하이엔드 콤팩트 디카 ‘RX100 VII’이어 중순에 풀프레임 카메라 ‘A7R IV’를 출시했다.

8월 말에는 캐논이 DSLR ‘EOS 90D’와 미러리스 ‘EOS M6 Mark II’ 등 하반기 전략 신제품을 내놓았다. 게다가 캐논은 최근 자사 렌즈교환식 카메라 라인업 ‘EOS 시리즈’의 글로벌 누적 생산량이 1억대를 돌파했다는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전범기업 미쓰비시공업의 계열사 중 한 곳인 니콘은 계속 눈치만 살피다 3사 중 가장 늦은 이달 초 미러리스 카메라 ‘Z50’과 Z50 전용 니코르Z DX 렌즈 2종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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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백화점에 진열된 라이카 카메라. 미러리스 카메라 평균 가격이 400만원대를 호가한다.

일본산 카메라의 대체재인 독일의 라이카, 스웨덴의 핫셀블라드 등이 그 사이 반사이익을 얻었을까하는 질문에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소재 백화점에서 라이카와 핫셀블라드 등 판매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최근 이효리 등 인기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많이 사용을 해서 관심은 높아졌지만 라이카와 핫셀블라드는 일본산 카메라 대비 워낙 고가인데다 성능도 월등하게 뛰어나진 않아 잘 찾지 않는다. 또 전혀 가격 할인행사를 하지 않아 매니아층만 구매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카메라업계 한 관계자는 “카메라는 대체재가 거의 없어 구매할 사람은 구매를 하기 때문에 판매에 큰 타격은 없다”면서 “온라인 대비 오프라인에서 확실히 판매량이 크게 줄긴 했다. 풀프레임 등 프리미엄 고가 제품보다는 카메라를 처음 접하거나 사용에 익숙치 않은 입문형 카메라 비중이 특히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미러리스 수요는 꾸준히 있다. 한일 관계 악화가 예상보다 길어져 대책 마련을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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