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크러시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올해도 다양한 걸크러시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극을 견인하는 건 더 이상 특별한 볼거리가 아니다. 모두 사이다 활약을 펼친다는 궤는 닮아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어 보는 재미까지 더하고 있다.

앞서 SBS ‘열혈사제’ 검사 박경선(이하늬 분), KBS2 ‘국민 여러분’ 형사 김미영(이유영 분)은 범인을 추격하며 통쾌하게 정의구현을 했다. 적들과 몸싸움을 불사하며 본연의 임무를 다한다.

또한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속 포털 업계를 주름잡는 배타미(임수정 분), 차현(이다희 분), 송가경(전혜진 분)의 경우 일과 사랑을 모두 잡은 커리어 우먼들로 야무진 리더십까지 선보였다. 특히 배타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박모건(장기용 분)에게 “난 지금 이럴 시간이 없는데, 넌 내가 자꾸 시간을 내게 해”라며 포장없이 마음을 표현하지만, 그와의 연애가 자신의 일을 뛰어넘을 만큼의 파괴력을 갖게 하지 않는다. 열을 쏟기 보다는 관망한다.

최근에는 MBN ‘우아한 가’ 재벌가 오너리스크 팀 수장 한제국(배종옥 분)이 그만의 카리스마를 발산 중이다. 한제국은 판사 출신의 총명함을 가진 인물로, 재계 1위 MC그룹 내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과 비리 등을 지우거나 최소화 시키는 임무를 담당한다. 그룹 내의 비밀들을 알고 있고 승계 작업에까지 입김을 넣을 수 있으며 정·재계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힘도 탑재했다. 늘 단정한 단발머리와 수트 차림으로 흐트러짐이 없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내부 찌꺼기를 처리한다. MC그룹을 위해서라면 국토부 장관 부인의 뒤를 캐는 건 물론이고, MC그룹에 방해가 되는 자에겐 덫을 씌워 곤란에 빠뜨리기도.

극 갈등의 중심은 한제국 그리고 모석희(임수향 분)와 허윤도(이장우 분)와의 대립이다. 한제국은 과거 모석희를 미국에 보내면서까지, 모석희 친모 살인사건을 잘 덮어뒀던 바. 하지만 모석희는 15년 만에 한제국 앞에 나타나 한제국을 의심하며 압박하기 시작했고 허윤도 역시 이 사건을 파헤치려 달려들어 난처하게 됐다.

결국 한제국은 두 사람을 날카롭게 경계하기 시작했고, 허윤도에게는 난데없이 공금횡령 혐의를 뒤집어 씌우며 흥미진진한 전개를 잇고 있다. 이처럼 한제국을 둘러싼 긴장감 넘치는 서사는 최고 시청률 견인에 공을 세웠다. ‘우아한가’는 MBN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을 몇 차례나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1회 최고 시청률은 8%(닐슨 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전국 기준)를 돌파하며 또 한 번 신기록을 세웠다.

한제국은 이전 걸크러시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재벌가 콘트롤 타워 수장이라는 강인한 자들만 설 수 있는 이색적인 위치, 단순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MC그룹 자체를 위해 분투한다는 모습이 더욱 새롭다.

드라마 관계자는 “한제국은 단지 자신의 부귀나 욕망을 목표로 전진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MC그룹이 재계 1위인 만큼 나라의 경제까지 염두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지닌, 그래서 더욱 MC그룹을 지켜야한다는 나름의 대의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룹을 지키기 위해 공고하게 행동한다. 이 부분이 기존의 걸크러시 캐릭터들과 다른 새로운 지점이다”라고 전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tvN, SBS, MBN,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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