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태부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극을 앞에서 이끌진 않아도 어느 극에서나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히 드러나는 배우 남태부(27). 그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지난달 22일 종영한 KBS2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하 세젤예)에서 남태부는 박선자(김해숙 분)의 막내 딸 강미혜(김하경 분)의 전 남자친구이자 드라마 스타 작가 방재범으로 분했다. 뛰어난 스펙, 부와 명예를 모두 갖고도 강미혜를 10년간 짝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인물이다.

종영 후 만난 남태부는 “전 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 극의 감초 역할, 장치적인 역할만 할 줄 알았는데 작가님 덕분에 입체적인 서사가 있는 인물을 맡아 감사했다. 이른 나이에 꿈을 이룬 기분이다”라고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오디션 비하인드 스토리도 이야기했다. 주연 오디션이어서 마음을 비우고 갔지만 2차까지 붙자 간절해졌다는 남태부. 그는 “3차 오디션 때 남태부를 캐스팅해야 되는 이유 3가지를 편지에 담아 가져갔다. 제 노력을 가상히 여기셨던 거 같다”고 회상하며 당시 “감독님께서 리딩까지 2주가 남았으니 살을 14kg로 빼야 한다며 안 그러면 하차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재범이라는 캐릭터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 작가인 만큼 너무 풍채가 크면 시청자들이 괴리감 느낀다고 하셨다”며 피나는 노력 끝에 목표 몸무게에 도달한 후 극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극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 김해숙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선배님과는 KBS2 ‘아버지가 이상해’ 이후 두 번째 작품인데, 작은 역할이었는데도 저를 기억해주시더라. 제가 연기적으로 힘들 때가 있었다. 하경 누나랑 초반에 많이 헤맸을 때 선배님을 찾아갔더니 선배님이 ‘너 잘하는 친구잖아’라고 말씀해주셔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김해숙 선배님은 말보다 연기로 먼저 보여주시는 분이다. 연기호흡을 나누면 아 이런게 선배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시는 분이다. 참 많이 배웠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올해로 9년차 배우인 남태부는 단역, 조연, 주연을 가리지 않고 다수의 작품에서 자신의 연기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쌓아왔다. 쉬지 않고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남태부는 배역의 크기에 대한 아쉬움보단 자신의 연기 역량에 대한 고민이 더 큰 사람이었다.

“스타 배우보다는 ‘니즈’를 잘 충족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남태부는 “연기자도 어떻게 보면 서비스직이라 생각한다. 극 안에서 메시지를 잘 전달해야 하는 역할도 있고, 기승전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도 있고, 극 전체적인 분위기를 위한 역할도 있을 거다. 그에 맞는 ‘니즈’를 잘 충족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게 내 목표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우로서 본인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물음엔 “사고력이 유연한 편이다. 연기자는 수용, 인용을 잘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능력이 조금은 있는 거 같다”고 말하며 “전 저만의 특수한 순발력과 화술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제 색깔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시더라”라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열일곱 살, 개그맨을 꿈꾸던 남태부는 당시 여자친구 때문에 연기에 발을 딛게 됐다고. “고1 때 짝꿍이던 여친이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제게 ‘맨날 말로만 한다. 제대로 하는게 없다’고 말했다. 그 말에 제가 엄청 흥분한 거다”라고 회상하며 “그 길로 학교를 조퇴하고 KBS별관에 갔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고 무작정 들어가다 경비 아저씨한테 쫓겨나기도 했다. 그때 엑스트라 구한다는 전단지가 보여서 전화했고, 바로 KBS2 ‘천추태후’의 거란군 80만대군 중 한 명으로 출연했다. 이후 영화 ‘포화속으로’ 학도병 71명 중 한명으로 3초 정도 나왔다. 오기로 지금까지 한거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직접 방송국을 찾아가 명함을 돌리고 발품을 팔며 혼자 8년을 활동한 남태부는 최근 현 소속사를 만나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끝으로 남태부는 올해 남은 목표로 “너무 감사하게도 ‘아버지가 이상해’ 이후 거의 못 쉬고 일했다. 연기적으로 생산을 많이 해냈는데 정리가 잘 안 된거 같다. 이제는 잘 추스릴 때인거 같다”며 기작으로는 영화 쪽을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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