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이정수 기자

[스포츠서울 이정수 기자] “우리가 더 잘하지 않아요?”

최근 제약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이 얘기를 자주 듣거나, 나누게 된다.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이은 기술수출 계약이 성공하면서 그로 인한 자신감이자, 주식시장에서 바이오업계만 주목받는 것에 대한 시기(猜忌)다.

바이오업계 종목은 ‘투기주’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주가등락이 심하고 연간 최고가와 최저가 편차가 심하다. 자그마한 호재나 악재에도 주가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상당히 민감한 종목은 거래량이 500만을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3상 임상에서 긍정적 신호가 확인됐다는 소식만으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한다.

주요 제약업계 종목은 이에 비하면 비교적 ‘초라한’ 편이다. 신약개발 성과로 주목받아온 한미약품은 7일 기준 거래량이 4만에 그친다. 유한양행은 지난 4일 자체 발굴한 항암 신약후보물질 ‘레이저티닙’ 연구결과가 세계학술지 ‘란셋 온콜로지’에 실렸다는 소식이 발표됐지만, 4일부터 7일까지 거래량은 5만7000주, 주가 상승률은 3.85%에 머물렀다.

시가총액 측면에서도 바이오업계와 제약업계 종목에 대한 관심도는 여실히 드러난다. 7일 기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가총액이 각각 약 23조원, 21조5000억원으로 코스피 시장 7, 8위다. 반면 최근 신약개발 성과로 주목받은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시가총액은 각각 4조원, 3조원 수준이다.

제약업계 볼멘소리는 이같은 상황이 바이오업계와 제약업계 간 성과가 대조적인데도 계속된다는 데 있다. 최근 바이오업계는 이른바 대장주로 불리기도 했던 신라젠을 비롯해 코오롱, 삼성바이오로직스, 헬릭스미스 등 여러 업체로부터 발생된 각종 부정적 이슈에 시달려야만 했다. 신라젠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은 미국 임상 중단이 권고됐고,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는 세계 최초로 허가됐다가 취소되는 유례없는 사태를 빚었다. 최근 헬릭스미스 신약 3상 임상 실패까지 바이오업계는 하락에 하락을 거듭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승승장구다. 유한양행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새 총 3조원이 넘는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 4건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성공적인 임상시험 결과도 속속 발표돼 글로벌 시장 출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JW중외제약도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에도 기술수출 계약 체결에 성공하면서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종근당과 동아에스티가 각각 일본에 기술수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 2종은 올해 말 출시가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신약 개발이 목표라는 점, 개발 성과가 기업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점 등은 바이오업계나 제약업계나 같다.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연간 실적은 연 20조원에 달한다. 유한양행 신약후보물질 레이저티닙 경쟁제품으로 꼽히는 폐암신약 ‘타그리소’는 연 매출이 3조원이다. 유한양행 연 매출액이 1조5000억원에 이르더라도, 글로벌 신약 하나가 갖는 의미는 이를 뛰어넘는다.

과거 제조업으로 구분돼왔던 제약업종이지만, 이제는 신약개발 사업에 뛰어들면서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넘어갈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 ‘신약개발=혁신=바이오’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leej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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