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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재 대학배구연맹 회장. 제공 | 대학배구연맹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지난해 1월 제7대 오승재(57) 대학배구연맹 회장이 취임하면서 대학배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오 회장은 취임 이후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들을 통해 대학배구 발전을 이끌고 있다. 먼저 프로행 불발된 선수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제2의 인생 설계를 돕고 있다. 판정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여자부도 리그를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던 사안들이다. 오 회장은 소리없이 강한 리더십을 통해 대학배구 변화를 이끌고 있다.

◇“프로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 위한 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

지난달 16일 열린 남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41명의 대학생(졸업예정자) 신청자 가운데 28명이 V리그 구단들 선택을 받았다. 68%에 달하는 신청자들이 프로행 꿈을 이뤘지만 13명은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우리나라는 엘리트 선수들의 경우 어린시절부터 운동에 전념을 해왔기 때문에 마지막 목표가 될 수 있는 프로행이 좌절되는 순간 앞길이 막막해진다. 프로배구 드래프트가 열리면 대학배구연맹 관계자들은 숨죽이고 결과를 지켜본다. 드래프트를 통해 매년 수련 선수로도 프로의 문턱을 밟지 못한 선수들이 나오고, 그 선수들을 지켜보는 연맹 관계자들의 마음은 좋지 않다. 오승재 회장에게도 프로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아픈 손가락’이다. 오 회장은 “모두 프로에 가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선수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운동하던 사람들이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나”라면서 “취임 이후 지켜보면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 배구에서 뛰는 학생들 중에서 프로행이 좌절된 선수들의 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오 회장 취임 이후 대학연맹은 대학 졸업 이후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심판 강습회를 열고, 전력분석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프로행이 불발된 선수들도 좌절하지 않고 제2의 배구 인생을 구상할 수 있도록 연맹이 적극적으로 도움 주고 있는 것이다. 연맹의 교육을 통해 이미 현장에서 활약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연맹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리그 일정에 맞춰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실습과 교육을 병행해 효율성이 높다. 연맹 심판 강습회와 전력분석 교육에 대한 현장의 반응도 좋다. 일선 감독들도 선수들에게 프로그램을 추천할 정도다. 오 회장은 “연맹이 프로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해 더 신경을 써야한다. 지금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 당장 성과를 낼 수는 없을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큰 결실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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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재 대학배구연맹 회장이 지난해 1월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이취임식에서 대학배구연맹 깃발을 흔들고 있다. 제공 | 대학배구연맹

◇비디오 판독 도입과 여자부 리그 활성화

오승재 회장 취임 이후 대학배구에서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비디오 판독 도입이다. 대학배구연맹이 주최한 지난 7월 인제대회와 8월 해남대회에서는 대학배구에서 처음으로 비디오 판독이 시행됐다. 어떤 종목이든 판정에 대한 불만이 없을순 없다. 대학배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올해 비디오 판독이 전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판정에 대한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오 회장은 “취임 직후 감독들과 세미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지도자들이 심판에 대한 불신을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더라. 그 때 이 부분을 어떻게든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심판도 인간이라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갖고 있어도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예산이 문제가 됐지만 그래도 일단 비디오 판독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비디오 판독이 시행된 2개 대회에서는 심판 판정에 대한 잡음이 확 줄어들었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정확도 높은 판정이 이뤄지면서 경기 진행도 이전보다 빨라졌다. 올해는 연맹 주최 대회에서만 비디오 판독이 도입됐지만 내년부터는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와의 논의를 통해 리그에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오 회장은 “선수들은 경기를 위해 피와 땀을 흘렸다. 판정이 잘못되서 분위기가 넘어가면 너무 안타깝지 않나. 그래서 비디오 판독 도입이 더 절실했다. 연맹 대회는 이제 시작을 했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리그 경기에도 도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는 여자부도 리그를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여자대학 배구팀은 목포과학대 우석대 단국대 호남대 서울여대 등 5개팀이다. 여자 배구의 경우 고교 졸업과 함께 대부분의 선수들의 프로행을 선택하기 때문에 대학배구의 선수층이 얇다. 대학배구에서 여자부는 소외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자부의 경우 1년에 연맹 주최 등 일부 대회만 출전하다보니 선수들이 코트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로 인해 대학연맹은 창단을 앞둔 구미대를 포함해 내년에는 6개 대학이 남자부와 마찬가지로 리그를 운영할 구상을 가지고 있다.

◇‘NO JAPAN’ 실천한 대학배구연맹

대학배구연맹은 지난 8월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3년 연속 참가를 앞두고 있던 한일 대학교류전 출전을 전격적으로 철회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촉발된 한일 관계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함께 일본 여행 자제가 전 국민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학연맹도 예정됐던 일본 대회 참가를 철회하는 결단을 내렸다. 대학연맹이 구성하는 한국 대학 연합팀은 지난 8월25일부터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되는 제20회 서일본배구5학연남자선발대항전(이하 서일본대항전)에 참가할 계획이었다. 연맹은 2017~2018년 서일본대항전에 연합팀을 파견해왔다. 선수들에게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는 유니폼 제작까지 마친 상황에서 고심 끝에 대회 출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연맹은 서일본대항전 출전을 철회하면서 수백만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오 회장은 “대회 참가 여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되돌아보면서 “최천식 전무와 연맹 관계자들이 일본을 찾아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일본 쪽에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초청대회에 예정대로 참가하겠다는 뜻을 전해와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대학연맹은 내년 1월 남녀대학 5개국 초청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이미 중국 일본 파키스탄 몽골 등이 참가를 확정했고, 대회 개최지 선정도 조만간 마무리 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남녀대학배구 국제대회가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배구의 붐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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