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윤가은 감독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여성 감독들의 가치 있는 활약이 눈부신 가을이다.

임순례 감독을 필두로 변영주 감독 등 깊이 있는 색채를 가진 여성 감독들이 한국 영화계에서 활약한 가운데, 올 가을 유독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난해 흥행과 화제성 모두 잡은 ‘미쓰백’의 이지원 감독을 비롯해 류준열 주연의 ‘돈’ 박누리 감독, 유해진-윤계상 주연의 ‘말모이’ 엄유나 감독, 전도연-설경구 주연의 ‘생일’ 이종언 감독 등 올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여성 감독들이 나래를 유감없이 펼쳤다.

먼저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전세계 시상식에서 27관왕에 올라 모두를 놀라게 했고, 개봉 30일차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기록을 더했다. 독립영화에서는 1만 관객을 돌파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으로 평가 받는데, 10만 관객 돌파는 뜻깊은 성과다. ‘벌새’는 싱가포르, 미국 등 7개국에 판매돼 해외에서도 상영된다.

김도영 김한결 감독
영화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왼쪽), ‘가장 보통의 연애’ 김한결 감독. 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개봉 5일차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로맨스 영화 최단기간 100만 타이 기록을 세운 ‘가장 보통의 연애’ 김한결 감독도 주목 받고 있다. 김한결 감독은 “여성 감독의 작품은 섬세함이 강점이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넘어, 보다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연애 이야기를 그려냈다. 일명 ‘윤가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고 있는 윤가은 감독 역시 장편 데뷔작 ‘우리들’에 이어 올해 ‘우리집’까지 호평을 받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알리고 있다.

10월 개봉 예정인 화제의 영화 ‘82년생 김지영’도 여성 감독인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도영 감독은 “두 아이의 엄마이고, 아내이고, 누군가의 딸이고,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공감을 많이 했다”며 공감과 함께 연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베스트셀러인 동명 원작이 인기와 함께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였기에 영화를 향한 관심이 어느 작품보다 큰 화제작이다. 이들과 함께 ‘메기’의 이옥섭 감독, ‘아워바디’의 한가람 감독도 여성 감독으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영화계에 여성 감독들의 가치 있는 활약은 분명한 변화를 주고 있다. 신예 감독의 작품을 조명하는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섹션에서도 여성 감독의 활약을 주목하기도 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심사위원을 맡은 화인컷 서영주 대표도 “기회를 갖지 못한 여성 감독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와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들의 활약을 언급했다. 실제로 ‘벌새’와 ‘메기’ 역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작품으로, 예견된 성공이었다. 올해 뉴 커런츠 섹션에 선정된 임선애 감독의 ‘69세’도 돋보이는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대체적으로 꼼꼼하고 세밀한 여성 감독들의 성향도 이들 작품의 강점으로 볼 수 있지만, 성별을 넘어 참신함과 신선한 시도를 통한 ‘능력’ 자체로 조명되고 있다. 단순히 여성이기 때문에 주목 받는 것이 아닌,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인정이 활약을 만든 것.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영화 40편 중 여성 감독의 영화는 단 1명으로, 현저히 드문 현실이다. 여성 감독들이 독립 영화나 저예산 영화에서 활약 중이라는 한계도 있다. 이에 보다 폭넓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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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김보라 감독(왼쪽), ‘우리집’ 윤가은 감독. 사진 | 엣나인필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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