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정말 이 나긋나긋한 배우가 기괴스러운 변득종을 연기한 게 맞는 건지 연결이 안 됐다. 드라마의 분위기 그리고 캐릭터가 주는 힘이 이토록 강렬하다는 걸 박종환이 다시금 깨닫게 했다.

박종환은 6일 종영한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로 존재감을 선명하게 남겼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낯선 이들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극으로, 박종환은 변득종과 변득수 1인 2역을 소화했다. 변득종은 말을 더듬고 “킥킥”대는 괴상망측한 웃음소리와 어리숙한 표정을 가진 남자로, 그 행동거지가 우스꽝스럽지만 섬뜩함을 준다. 변득수는 변득종의 쌍둥이 형으로, 변득종과 정반대인 조용하고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다.

실제로 만난 박종환은 침착하고 단단한 사람 같았다. 금방이라도 변득종표 웃음을 날릴 것 같았지만 수줍은 미소로 나직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박종환은 2008년 ‘보통 소년’으로 데뷔해 ‘잉투기’, ‘베테랑’,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 ‘원라인’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아왔지만 사실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았다. 하지만 비로소 ‘타인은 지옥이다’로 대중성의 부재를 지우게 됐다. 양면의 캐릭터가 주는 강렬함이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 이처럼 캐릭터에 스며들 수 있었던 건 끝없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먼저 박종환은 섭외됐을 때 1인 2역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컸다고 했다. “기괴한 웃음은 원작의 키위 모습을 차용했는데 냉소적인 건 자칫하면 서문조(이동욱 분), 유기혁(이현욱 분) 등 다른 인물들과 겹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피해 가자는 생각에 제5의 인물을 창조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털어놨다. 변득종의 큰 특징은 에덴 고시원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하이톤의 웃음소리다. 박종환은 변득종의 웃음소리를 창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ㅋ’이나 ‘ㅎ’으로 시작하는 웃음소리 등 다양하게 웃어봤다. 받침을 넣어보고 빼보기도 했다. 대본 리딩 후 감독님이 ‘킥’ 소리를 실제로 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이 부분을 참고해 만들었다”

박종환

변득종과 변득수가 한 고시원에 사는 형제인 만큼 두 인물이 한 컷에 담기는 장면도 많았다. 박종환은 이에 대해 카메라를 고정해놓고 홀로 촬영하는 걸 반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옷을 수없이 갈아입어야 했다고. 박종환은 “찍는 순서가 복잡해지면 옷을 10번도 넘게 갈아입었다. 이런 식으로 혼자 연기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어색했다.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라며 미소 지었다.

박종환은 기괴한 변득종으로 인해 자신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짖꿎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걸 극대화시킨 거였다. 실제로 제가 저렇게 행동을 하면 변득종처럼 보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편으로는 불편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했기에 여러 감정이 들었던 박종환이지만 변득종, 변득수 역할을 소화한 것에 대한 만족도가 ‘상’이라고 했다. 대중과 가까이 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만족감의 이유였다. 박종환은 ”그동안 대중과 친밀해질 수 있는 무언가가 없었는데 ‘타인은 지옥이다’로 저를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 같다. 너무 좋다“라며 작품과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박종환이 이를 더욱 값지게 여길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가족의 반응도 좋아 자신 역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 어머니의 경우 첫 방송 후 연락이 왔는데, 조심스레 주인공이 아니냐고 물었다고. ”1회에서는 분위기상 그렇게 느껴지실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생각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개무량했다. 어머니 기분이 너무 좋아보였고 끊고 나서도 전화가 세 번이나 더 왔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종환은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의 지인이 식당에 플랜카드도 걸어놨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방송 전부터 플랜카드를 걸어주셨는데 캐릭터명이 ‘변득종’이 아닌 ‘벽득종’으로 잘못 인쇄됐더라. 주변에서 벽 씨가 어딨냐고 했다는데 아직도 걸려있는 걸로 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난 탓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겼다. 길거리를 다닐 때 사람들이 알아보곤 하지만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자신 또한 웃어보이지 못하겠다는 것. “저를 알아보시는데 다가오진 못하신다. 한 번은 상냥하게 웃으려고 했는데, 웃었다가 변득종 이미지가 생각나 아차싶었다”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플럼액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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