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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버린 여름이 아쉽다면 당장 열대 섬나라 필리핀으로 떠나면 된다. 뜨거운 태양과 물이 있다.
[세부=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한반도가 서늘해졌다.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는 살랑이는 가을 바람에 그만 식어버리고 말았다. 당장 여름 결핍이 온다. 언제 더위가 싫었나 싶다. 물놀이도 그립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비행기 4시간 거리 이내에 열대 휴양지가 많다. 지정학적으로 어디론가 놀러가기 썩 좋은 나라란 얘기다.그중에서도 필리핀은 저렴한 물가에 아름다운 열대 바다를 즐길 수 있어 많은 한국인이 즐겨찾는 곳이다. 우리가 지중해를 동경하듯이 맑은 북태평양을 끼고 있는 필리핀은 서구인들이 좋아한다. 먼 곳을 갈망하는 것은 어차피 같은 이치다. 필리핀이 품은 열대 바다 중 세부(Cebu)로 떠났다. 필리핀의 여러 휴양지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행편과 좋은 스케줄이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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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엔 물놀이가 기다리고 있다.
◇즐거운 리조트에서 쉬다

“♪딩딩 디리디리 딩딩딩♬” 잠결에 갤럭시노트9의 기본 모닝콜 벨소리가 울렸다. 평소보다 2시간이나 앞당겼지만 짜증보다는 활력을 불어넣는 소리다. 공항집합이 오전 6시30분. 모닝콜은 4시였다. 부랴부랴 짐을 쌌다. 필리핀으로 떠날 가방 쯤이야 당일에 정리해도 된다. 고작 반팔 티 몇장에 수영복(겸 반바지), 충전기 정도가 전부다. 공항버스는 4시40분에 정확히 출발했다.

최갑수 작가가 본 ‘밤의 공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들은 공항에서 자고 일어난 것일까. 이른 아침인데도 J카운터 주변은 북적하다. 필리핀으로 출발하는 여행객이 이미 한가득이다. 보안검색대는 문전성시를 이뤘고 우리 비행기(필리핀항공)도 만석이었다. 탑승교를 떼어내자 곧바로 눈꺼풀이 붙었다. 스스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비행기 모드의 핸드폰 처럼 잠자코 누웠다 일어났더니 창밖 바다가 푸르다. 아침 햇볕도 따갑다. 난 열대 바다 필리핀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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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에 왔으니 휴양이 시작될 줄 알았다. 이날부터 당일치기 취재가 시작됐다. 서울에서의 알람 시간은 비교가 안된다. 부디 여행기자처럼 여행하지 말기를 빈다.

세부는 분주했다. 이제 겨우 점심을 맞은 필리핀 제2의 도시는 활기찬 하루를 펼치고 있다. 쉴새 없는 경적소리와 함께 사람을 가득 태운 트라이씨클로가 지나는 길을 달려 막탄섬 라푸라푸 시로 향했다. 세부섬과 교량으로 이어진 막탄섬은 리조트, 호텔로 가득한 세부 인근 휴양도시인데 관광객이 흔히 ‘세부’라고 하면 이곳을 지칭한다.(유학생이나 사업가는 세부시티만 특정해 세부라 부른다.)

아무튼 ‘세부’에서는 서울과는 전혀 다른 생활이 가능하다. 먹고 쉬고 놀면 되도록 최적화됐다. 느긋하게 쉬다가 더우면 물놀이를 즐기면 된다. 배고프면 맛난 것을 찾아먹고 목 마르면 산구엘이나 망고주스를 들이키면 해결된다. 정 심심하다면 주변 관광지에 놀이삼아 나가면 된다. 스쿠버 다이빙이나 스노클링 등을 즐길 수 있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가 지천에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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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파크 아일랜드는 밤늦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워터파크를 갖췄다.

따라서 리조트 선택이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 추천 리조트는 제이파크 아일랜드다. 한국인에게 독보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워터파크 호텔·리조트로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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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제이파크 아일랜드. 가족형 휴양리조트로 인기가 높다.

커플도 있지만 대다수는 어린 자녀와 함께 쉬러온 가족 단위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워터파크 때문이다. 기역(ㄱ)자 처럼 생긴 리조트 바로 앞에 필리핀에서 가장 큰 워터파크가 있어 아무때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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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제이파크 아일랜드 야경

제이파크 아일랜드의 워터파크는 이를테면 관우의 ‘청룡도’나 아서 왕의 ‘엑스칼리버’ 같은 존재다. 이 앞에선 모든 관광객이 무너져내린다. 초대형 슬라이드 3기와 파도풀, 유수풀, 키즈풀, 아쿠아 바 등이 있고 주변을 자이언트체스, 카트레이싱 서킷, 전통품 판매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빙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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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사이드 전통공연

앙증맞은 프라이빗 비치까지 여러 시설을 한번 씩만 즐긴대도 이틀은 걸린다. 밤낮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도 매력포인트다. 주간엔 가족 물놀이, 야간엔 풀사이드에서 즐거운 공연이 열린다. 특히 신나는 음악에 맞춰 철사에 불을 붙여 빙글빙글 돌리는 필리핀 전통 공연을 펼쳐 흥겨운 열대의 밤에 뜨거운 열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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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사이드에서 펼쳐지는 흥겨운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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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파크 아일랜드 하바나 댄스공연.

해안가로 비죽 튀어나온 레스토랑 ‘하바나’에선 저녁 시간 댄스 쇼 공연이 2시간 동안 펼쳐진다. 과거 스페인 지배를 받았던 필리핀 특유의 라틴 문화가 녹아든 공연이 가장 인상적이다. 라밤바, 람바다, 마카레나, 리키마틴의 리빙 라 비다 로카 등 귀에 익숙하면서도 흥이 넘치는 라틴 음악에 맞춰 다양한 댄스 공연을 연출한다. 삼바와 탱고, 메렝게 등 보기만해도 눈이 즐거운 라틴 댄스를 맛있는 식사와 함께 즐길 수 있어 정말 휴양지에 온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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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파크 아일랜드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새로 들인 뽀로로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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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파크 아일랜드 뽀로로 파크 회전목마.

아이들은 더 즐겁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20일 리조트 내에 문을 연 ‘뽀로로 파크’ 덕분이다. 워낙 인기가 높아 국내에서도 실컷 즐기기 어려운 뽀로로파크를 휴가 중에 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신이 날까. 호텔 메인 로비 옆 2개 층에 1440㎡ 규모로 들어선 뽀로로 파크는 1층은 영유아, 2층은 어린이 공간으로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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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파크 5D시네마 라이더.

2층에는 가상현실(VR) 라이더, 스윙카, 뽀로로열차, 회전목마 등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으며 1층에는 영유아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슬라이드와 인형놀이, 장난감 등 다양한 놀거리가 있다. 부모들도 자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미니 볼링, 다트 게임 등이 있어 ‘슬기로운 리조트 생활’에 매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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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파크 아일랜드에 새로 들어선 뽀로로 파크.

아예 ‘뽀로로 룸’에서 묵을 수도 있다. 거실이 따로 있는 스위트 룸(막탄 스위트) 20실을 뽀로로 객실로 꾸몄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이미 복도에 뽀로로와 에디, 루비, 포비, 크롱 등 캐릭터가 가득하다. 실제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객실 가구와 소품, 이불, 잠옷, 어메니티 등 객실 내 모든 것을 뽀로로 캐릭터로 구성했다. 거실 한켠에는 터치 스크린 게임과 볼풀, 미끄럼틀 등이 있어 마치 놀이방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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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홀 안경원숭이. 너무 얌전하다. 눈크고 과묵한 ‘매미’라 해도 될 판이다.

◇필리핀 청정 자연에서 놀다

편안한 리조트와 즐거운 워터파크, 신나는 공연을 즐기고 나면 가끔은 슬슬 나가서 돌아봐도 좋다. 다행히 세부섬과 옆 보홀섬에는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경승과 생태가 잘 보존돼있다. 그중에서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생태관광 프로그램인 ‘고래상어 투어’가 세부 섬 오슬롭에 있다. 오슬롭은 세부 섬 끄트머리 작은 해안 마을인데 이곳 연안에 고래상어가 자주 출몰한다. 어류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고래상어는 보호종으로 지정됐을만큼 진귀한 바다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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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롭 고래상어 투어 프로그램

오슬롭에선 배를 타고 나가 스노클링을 하며 고래상어와 함께 수영을 즐기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최대 18m까지 자라는 등 거대하고 지느러미 등 상어의 특징을 모두 지녔지만, 고래상어는 죠스의 백상아리처럼 무시무시한 이빨을 가지지 않았다. 큰 입을 이용해 물을 삼켜 그안에 든 작은 어류나 플랑크톤 등을 잡아 먹고 온순한 상어다. 그래서 안전하게 유영을 즐길 수 있다. 오히려 인간이 희귀종인 고래상어를 만지거나 괴롭히는 것이 문제다. 7~8마리 고래상어가 연안을 배회하는데 참가자들은 배를 타고 나가 고래상어 근처에서 놀며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이른 아침 오슬롭으로 향했다.(여유로운 곳이라면서 매일 일찍 깨운다) 필리핀 졸리비에서 ‘말도 안되는’ 콘비프라이스를 사먹고 3시간 이상 걸려 도착했다. 물빛이 아름답다. 이미 많은 이들이 해변을 장악하고 있다. “절대 선블록을 발라선 안되고, 상어를 만지면 안되고… 어쩌고 저쩌고” 참가자 브리핑이 끝나면 XL사이즈 구명조끼와 스노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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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 투어 프로그램. 스노클링을 하면서 체험하면 사진을 찍어준다.

양쪽에 썰매같은 다리가 달린 전통 목선을 타고 1~2분도 안나가 고래상어와 마주 칠 수 있었다. 물 속 그림자와 수면을 가르는 삼각형 지느러미. 고래상어였다. 왜 이 근처를 떠나지 않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쉴새 없이 먹이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명색이 상어인데 금붕어처럼 먹이에 환장하고 있다. 축축하고 더웠기 때문에 바로 입수했다. 물 속에서 시꺼먼 생물체가 다가오는게 보였다. 상어가 다가오자 사람들은 도망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사실 입이 굉장히 커서 그 안에 빨려들어갈 것 같아 내심 겁이 나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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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사실 고래상어는 온순하다.

가이드는 수중카메라를 이용해 상어 인증샷을 찍어준다. 제대로 연출하려면 구명조끼를 안하는 편이 낫다. 물 밖에선 상어의 머리 일부만 보일 뿐이다. 수면에서 한 장, 자맥질해서 또 한 장, 사진 촬영을 반복하다보니 금세 시간이 지났다. 상어 주변엔 다른 배도 많아 물러서야 했다. 아마 백상어였으면 이렇게 붐비다가도 점점 여유로워(?)졌을 지도 모른다. 꽤나 인상적으로 체험했던 30분 정도의 시간이었다. 옷이 마르는데는 2시간 이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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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세스처럼 생겼다.

세부 항에서 페리를 타면 2시간 만에 닿는 보홀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섬이다. 물빛도 더 예쁘고 정글 역시 세부 보단 ‘열대스럽다’. 원래는 보홀을 따로 즐겨야하지만 초인적인 힘과 노력으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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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힐은 보홀 최고 관광명소라 많은 이들이 찾는다.

역시 이른 아침에 리조트를 떠났고 이후 10시간 동안 나는 커피를 한잔도 먹을 기회가 없었다. 커피 대신 눈이 툭 튀어 나온 안경원숭이를 봤으며, 역시 눈이 툭 튀어나온 사람과 함께 초콜릿 힐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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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희귀종 안경원숭이. 보홀에 산다.

고래상어보다 더 희귀한 것이 바로 안경원숭이다. 보홀과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만 산다. 두 눈이 어안렌즈처럼 생긴 원숭이로 크기가 매우 작다. 정글 속 나무에 매달려있다. 원숭이답게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매미처럼 붙어있다. 귀엽긴한데 괘씸하기도 하다. 일부러 멀리서 커피도 못마시고 찾아온 관광객을 본체만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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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홀 초콜릿 힐.

보홀에서 가장 인기있는 명소는 바로 초콜릿 힐이다. 제주도의 오름과는 달리 볼록볼록 뾰족하게 생긴 봉우리가 드넓은 평원에 가득하다. 얼핏 초콜릿 브랜드 키세스처럼 생겼대서 초콜릿 힐이다. 지금은 황색 산인데 가을이면 갈색으로 물들어 정말 초콜릿과 비슷해 보인다고 한다. 무려 1268개가 있다고 하는데 이날은 날이 흐려 ‘겨우’ 몇 백개 밖에 못봤다. 전망대에는 식당과 매점이 있는데 원두커피는 팔지않는다. 커피를 마셨더라면 눈이 밝아져 초콜릿인지 뭔지 봉우리가 더욱 잘 보였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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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이파크아일랜드(발음이 중복된다)가 들어설 보홀 지역의 해변

보홀에 제2 제이파크 아일랜드도 들어선다. 내년에 1차 개장을 목표로 시공 중인 제이파크 아일랜드 보홀은 탁빌라란 공항에서 가까운 해변 부지에 약 23만㎡ 크기에 다양한 형식과 규모의 객실 1400실, 대형 워터파크, 컨벤션 센터, 마리나 센터 등을 묶어 개장할 계획이다. 미리 가본 현장은 공사에 한창이었지만 입지나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다.(새로운 어트랙션인줄 알았지만 타워크레인이었다) 프라이빗 비치 역시 세부의 것보다 크고 아름답다.

세부와 요트로 연계되면 더욱 낭만적인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일부러 페리타러 나갈 필요도 없고 낚시와 스쿠버다이빙 등을 즐기며 두 섬의 리조트를 오갈 수 있다. 물론 커피도 있을 것이며 보안검색대에서 라이터를 뺏길 일도 없다.

제이파크아일랜드 글로벌 조현서 부사장은 “보홀에 리조트를 개장하면 세부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정과 상품을 개발해 보다 만족스러운 휴가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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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세부 여행에서 가장 슬프고 우울한 장면은 바로 떠나는 광경이다.

여행정보

●가는 길=막탄섬 세부까지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외부 관광을 떠날 때는 제이파크 아일랜드 로비 여행사에 신청하면 된다. 오슬롭 고래상어 투어는 투말록 폭포와 캐니어닝 등을 묶어서 즐기는 게 보편적이다. 보홀은 당일보다는 현지 1박 이상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제주항공은 인천~필리핀 탁빌라란(보홀) 직항 노선을 운항한다. 우선 11월21일부터 12월20일까지 한 달간 인천~보홀 직항 노선을 부정기편 운항할 계획이며, 정기편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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