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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스타트업 둥지’ 입구. 방문객을 반기듯 문이 활짝 열려있다. 사진|이혜라 기자

[스포츠서울 이혜라 기자]새가 날기 위해서는 그 과정을 준비할 수 있는 안락한 둥지가 필요하다. 초기 스타트업들의 질적 성장을 돕겠다는 일환으로 조성된 ‘스타트업 둥지’는 그들의 날갯짓 전 대비를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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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둥지’ 입구에 세워진 팻말. 사진|이혜라 기자

◇ 주거·사무 통합 창업 지원…국내·외 전무후무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주택 입구에 ‘스타트업 둥지’를 안내하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초기 창업가들을 위한 주거 및 사무 통합형 공간이다.

손해보험협회는 자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초기 창업가들을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창업에 도전하는 대학생, 대학원생 및 실험실 구성원과 일반 청년창업 팀을 대상으로 인슈어테크 분야와 일반 스타트업(IT·컨텐츠, 소셜벤처·일반, 소방·안전)으로 나눠 지난달 세 번째 기수 대상자를 모집했다.

스타트업을 위해 주거와 사무가 통합돼 지원되는 사업은 국내·외 통틀어 전무후무한 사례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드레이퍼 대학이 자체 기숙사를 활용하여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입주 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고객 발굴 프로그램과 맞춤형 창업교육 및 멘토링 실시, 창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몰입자금(창업에 몰입할 수 있는 비용으로 차비, 식사 등 항목을 지출하는 자금) 제공, 시작품 제작비 및 사업지원금을 지급한다. 손보협회는 스타트업 관련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가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과 손잡고 이 사업을 활발히 키워나가고 있다.

한적한 주택가 사이 위치해있다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권병근 손해보험협회 기획총괄팀장은 “지난해 1기를 출범시키기 전 주거와 사무를 통합해 지원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보니 한남동, 홍제동 등지 등 서울 곳곳 안 가본 곳이 없다”고 말했다. 20팀(명)의 실생활과 사무를 함께 해결할 공간을 찾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는 것. 장소 물색을 위해 몇 달을 발로 뛴 결과, 옛 주한 외교대사들의 주거 공간으로 쓰였다는 이곳이 협회의 눈에 들었다.

심사
스타트업 둥지 3기 인슈어테크랩 분야에 지원한 참가자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혜라 기자

◇ 펫금융 업체 등 참여자 다양성 확대…3기 인슈어테크랩 선발

기자가 찾은 이날은 마침 인슈어테크랩 3기 선발 심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총 11팀 가운데 최대 3팀이 선발된다. 20분의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진 참가자들 사이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종종 참가자들끼리 인사를 나누는 소리도 들렸다.

업계 추천으로 선발에 참여하게 됐다는 김태헌 파이리코 대표는 내달 중 론칭을 앞두고 모집에 지원했다. 김 대표는 “지난 국회 정책토론회 때 함께 참여했던 얼굴이 보여 인사를 나눴다. 업계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다시 만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둥지가 꿈을 꾸는 청년들에게 힘이 된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사회적 가치의 실현 과정을 밟아나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스타트업 둥지의 모든 심사에는 공정성을 위해 주최·주관기관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VC(벤처캐피탈) 및 엑셀러레이터 등 100% 외부 전문가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하여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인슈어테크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보다 필요할 때 손해보험협회의 회원사와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소속 전문가들도 선발에 관여한다. 특히 지난 7월에 개최된 성과공유회에는 쿨리지코너 인베스트먼트, 본엔젤스, 블루포인트 파트너스 등 유명 VC 대표·파트너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하여 선발기업의 성과를 알리는 기회의 장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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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층 규모의 스타트업 둥지 내부. 세미나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접견실이다. 사진|이혜라 기자

◇ 보금자리 찾은 스타트업들…성과는

스타트업 둥지를 거친 1, 2기 업체들의 성과가 훌륭하다. 매출 증대나 신규 고용 증가와 더불어 굵직한 발명전시회에서 수상하는 등 성장이 눈에 띄고 있다. 1기 선발업체인 ‘상상텃밭’은 강남 엔터식스(대형 쇼핑센터)와 독점 납품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으며, 영상 크리에이터 입문자용 종합 패키지 서비스업체인 ‘인피니트네오이즘’은 제47회 제네바 국제발명 전시회에서 금상을 거머쥐었다.

이에 대해 조남규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연구원은 “입주한 업체들이 서로 소통하며 주고받는 시너지가 크다. 한 공간에 다양한 아이템을 보유한 팀들이 있어 실시간 협업과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출·퇴근에 대한 시간적 부담과 비용 절감(사무실 임대비, 생활비 등)에 대한 장점, 생활하는 최소비용을 보조하고 있어 스타트업들의 자금적 부담을 최소화 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협회와 재단은 향후에도 스타트업의 발전과 상생을 위해 1차 3개년 계획을 넘어 이를 지속할 방안을 고민해나갈 예정이다.

hrle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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