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인
송유인 헤링스 상무. 사진|이혜라 기자

[스포츠서울 이혜라 기자]“세상에 나쁜 약은 없다. 나쁜 임상 디자인만 있을 뿐이다.”

한 저명한 의학 통계학자의 말이다. 한 해에도 십만 건 이상의 임상이 진행되지만,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는 물질은 고작 20~30여 개다. 이 중에서도 ‘노블 드럭’, 즉 기존 물질의 용도를 수정하거나 확장하지 않은 ‘순수한 신약’은 손에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 임상시험 플랫폼 구축 업체 헤링스의 목표는 단순하다. 좋은 시스템으로 임상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소모되는 비용 등의 감축을 도모해, 좋은 약을 더 많이 세상에 ‘탄생’시켜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는 국내 유일 업체인 헤링스의 재무 및 관리 총괄을 맡고 있는 송유인 헤링스 상무를 만나봤다.

◇ 컨설팅업체, 운용사 거쳐 바이오업계로

송유인 상무가 다져온 레퍼런스는 꽤 다채롭다. 전공과 무관한 헬스케어 업체에 발을 들인 것이 시작이었다. 수술장비 등을 다루는 회사에서 다 년 간 근무하며 기본적인 아나토미(해부학) 교육, 수술실 참관 등을 거쳐 바이오산업에 대한 눈을 떴다. 딜로이트컨설팅 내 헬스케어부서에서 사업 전략 구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에 입사하게 된다. 이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 상무는 “운용사 재직 시 초창기 멤버로서 의욕을 가지고 일을 추진했다. 일반 투자회사와는 차별화 돼야 하는 것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인데, 10년이라는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긴 과정에서 운용사에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사모펀드 본연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부분에서 어느 순간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하는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 큰 도움을 주고 싶었다. 단순 투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더스트리(산업)에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 임상시험의 방점은 ‘임상 디자인’

이때 그는 국내 바이오 스탯(생물 통계)의 권위자인 남병호 박사(現 헤링스 대표·前 국립암센터 임상시험협력센터장)를 만나게 됐다. 송 상무는 “동일 물질을 놓고도 임상시험의 설계 방법(디자인)에 따라 약이 되기도, 되지 않기도 한다“며 “제약업체, 병원 등이 겪는 임상 디자인 및 과정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했던 남 박사님의 뜻에 적극 공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남 박사의 역량, 송 상무의 열정. 이것이 헤링스의 시작이었다.

헤링스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CRO(임상시험수탁기관)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플랫폼을 구축해 이화의료원 등 다수 대형 병원들과 협력하고 있다. 그는 “전체 임상 중 80% 이상은 제 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다수가 임상 대상자 모집에 실패해서다. 대상자 모집만 잘해도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헤링스는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을 AI(인공지능)가 구분해, 즉 연구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포맷대로 데이터를 넣기도 하고, 산출하기도 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정교함을 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것을 활용하면 의사에 따라 다르게 기입되는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구분하던 기존의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된다. 의학업계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 대상자를 빠르게 선별할 수 있어 헤링스의 행보를 보다 반기고 있는 것이다.

◇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크게 확대될 전망

송 상무는 “연구 과정에서 여전히 남은 불편함을 개선하고 싶다는 병원의 니즈가 크다. 우리가 가진 특장점이 바이오 스탯, 의학 통계이므로 이것을 연계해보자는 데에 다수 병원들과 뜻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상무는 “의학통계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질환 연계 예측 플랫폼은 많지만,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질병에 걸릴 확률을 예측하는 헤링스만의 시스템을 빠르게 상용화 할 예정이다. 정부과제 프로젝트 ‘스마트 약물 감시 시스템’도 진행중”이라며 “향후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업계의 전체적인 효율과 성장을 개선해보자는 목표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hrle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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