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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세마스포츠마케팅

[양양=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그야말로 폭풍전야였다.

레전드와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설해원·셀리턴 레전드 매치’가 태풍 영향에 노심초사했다.

이 대회는 한국 골프 ‘살아있는 레전드’ 박세리 여자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LPGA투어 메이저 10승 통산 72승의 주인공인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멕시코 국민 영웅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열정의 골프 스타 줄리 잉스터(미국)가 레전드 선수로, 박성현과 렉시 톰슨(미국), 태국 간판스타 아리야 쭈타누깐(태국), 호주 교포 이민지가 현역 톱랭커로 나란히 출전하는 이벤트다. 첫째 날인 21일엔 레전드 4인과 현역 4인이 각각 1명씩 2인 1조로 포섬매치를 치르고 둘째 날인 22일엔 현역 4인이 펼치는 스킨스 게임으로 진행된다. 특히 18홀 각각에 걸린 상금은 각 홀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전달해 대회 종료 후 선수 이름으로 강원도 산불 이재민 돕기에 기부하기로 했다.

의미와 재미를 곁들인 이 대회는 오래전부터 골프 팬의 주목을 받았다. 하루 티켓 가격이 12만 원으로 일반 투어 대회와 비교하면 최대 5배 이상은 비싸다. 그럼에도 양일 각각 2000장 가까운 표가 팔려나갔고 실제 첫째날 구름 갤러리가 몰려들었다. 선수 시절보다 다소 어색할 순 있지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왕년의 스타들의 샷과 세계 최정상 현역 선수의 정교한 샷이 나올 때마다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다만 문제는 변화무쌍한 날씨였다. 이날 오전 제17호 태풍인 ‘타파’가 전날 일본 오키나와에서 남서쪽 해상을 지나 시속 22~26㎞ 빠른 속도로 제주 방향으로 북상 중이었다. 남부 지역이 태풍 영향권에 든 가운데 기상청은 다음 날인 22일 오후 제주 동쪽 해상을 통과해 밤사이 대한해협을 지나 동해로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타파’의 이동 속도가 갈수록 빨라졌고 남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고 급기야 양양 땅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날 포섬 매치는 줄리 잉스터와 이민지, 아니카 소렌스탐과 박성현, 박세리와 렉시 톰슨, 로레나 오초아와 아리야 쭈타누깐이 각각 팀을 이뤘다. 2개 조씩 2개 그룹으로 나뉘어 티오프했는데 1그룹인 잉스터와 이민지, 박세리와 톰슨이 먼저 나섰다. 그런데 1그룹 5번홀을 진행할 때 설해원 리조트 내 빗줄기가 굵어졌다. 당황한 갤러리들도 하나 둘 우산을 펴기 시작했고 레전드-현역 선수들의 캐디들도 다급해졌다.

4번홀아이언샷 렉시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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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이동중인 줄리잉스터렉시톰슨박세리이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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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기획을 맡은 세마스포츠마케팅 관계자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익일 스킨스 매치는 태풍을 대비해 경기 시간 조정 등을 미리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이날 포섬 매치에서 예상보다 이르게 비가 내리면서 자칫 대회 운영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스러웠다. 더구나 정규투어 대회가 아니고 이벤트 매치여서 예비일을 두거나 날씨에 대비한 여러 가지 대비책을 갖춘 것도 아니다. 한 관계자는 “오늘 비가 예상보다 많이 내리면 (일정 조정 등) 대책안을 마련은 해야겠지만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런데 설해원에 내리던 빗줄기는 금세 가라앉았다. 흐린 하늘이 지속하다가 선수들이 후반 홀을 돌 때쯤엔 맑은 하늘도 간간이 보이기도 했다. 2000여 갤러리도 그제야 안도한듯 레전드, 현역 선수들을 쫓으면서 설해원 내 경치를 즐기고 기념촬영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박성현의 팬클럽인 ‘남달라’ 회원 수십여 명이 대회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보냈다. 남달라 한 회원은 “우리나라에서 평소 보기 어려운 레전드 선수들과 현역 선수들이 진귀한 경기를 하는데 태풍이 온다고 해서 속상했다. 다행히 오늘은 고비를 넘긴 것 같다”고 웃었다. 박세리-톰슨 조를 따라다닌 또다른 갤러리는 “박세리 프로 시절을 누구보다 기억하는데 오랜만에 필드에 나와서 마음대로 안 될텐데 날씨까지 이러면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설해원 레전드 매치는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옛 추억에 젖은 선수, 갤러리가 어우러져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분위기를 끌어내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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