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1번홀 깃대가 휘청이고 있다
지난 8월 삼다수 마스터즈가 열린 제주 오라CC 1번 홀 깃대가 강풍에 흔들리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날씨 변수에 시달리는 건 야구 뿐 아니라 단연 골프다. 골프에서 우승은 신이 점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프로들의 경기력 외에 외적 변수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날씨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만 봐도 날씨 변수로 여러 차례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변화무쌍한 날씨를 지닌 제주에서 열린 에쓰오일(6월), 삼다수(8월) 대회가 강한 바람과 비 때문에 54홀에서 36홀로 축소돼 우승자를 가렸다.

가장 최근 들어 36홀 축소 경기를 한 건 지난 8일 경기도 용인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이었는데 이 대회는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참가자간의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전날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들어 강풍이 몰아쳤는데 2라운드를 강행한 게 문제가 됐다. 결국 절반인 63명이 경기를 끝내지 못했고 이들은 다음 날 태풍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잔여 경기를 치렀다. 애초 8일 오전 2라운드 잔여 경기를 치르고 최종 3라운드를 치르려고 했는데 경기 운영 시간의 문제로 36홀 축소 경기로 돌아섰다. 결국 선수들이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2라운드를 치렀고 강풍이 몰아친 가운데 라운드를 돈 한 선수는 “강풍 속에서 친 선수는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볼멘 소리를 했다. 당시 여러 가지 악조건을 이겨내고 우승자가 된 박교린 역시 “이번 우승은 행운이었던 건 맞다”고 말할 정도로 다소 맥빠진 승부가 된 게 사실이다.

보통 메이저 대회 등 굵직한 이벤트는 날씨 변수를 고려해 예비일을 둔다. 다만 이 대회를 포함해 예비일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접근성을 고려해 대회를 유치하는 수도권 골프장에 평일 예비일을 두는 건 쉽지 않다. 골프장으로서는 영업 일수와 매출 면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타이틀 스폰서나 주최 측 모두 되도록 대회 기간에 끝내기를 바란다. 다만 여러 골프인이나 팬들은 세계적으로도 최상위 리그로 거듭난 KLPGA 투어가 조금 더 공정성을 담보할 만한 융통성 있는 대회 운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는 스포츠가 골프이고 비나 눈이 와도 자신만의 전략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진리는 공정성이 확보됐을 때야 내세울 명분이라는 것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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