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로이스터
[2010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롯데] 롯데 로이스터감독.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로이스터 컴백(Royster Come Back)?’

‘거인군단’의 부흥기를 이끈 제리 로이스터(67) 전 롯데 감독이 다시 부산 땅을 밟을 것인가.

로이스터 전 감독이 난파선에 비유되는 롯데의 차기 시즌 새 사령탑 후보군에 포함됐다. 롯데는 19일 ‘2020시즌을 시작으로 팀과 함께할 감독 선임 과정’을 공개하며 외국인 감독 후보자를 전격 공개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시즌 롯데 지휘봉을 잡고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로이스터 전 감독을 비롯해 스캇 쿨바, 래리 서튼 등 3명의 외국인 지도자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KBO리그 구단이 새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후보자 이름을 공개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롯데는 지난 2주간 새 감독 후보자 선정 작업에 몰두하면서 심층 면접 및 평가를 병행했다.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공필성 감독 대행을 비롯해 국내 지도자 4~5명이 언급됐지만 메이저리그(ML)에서 경험을 쌓은 성민규 신임 단장과 시너지를 낼 외국인 감독 선임을 최우선 순위로 뒀다.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로이스터 전 감독이다. 올시즌 저조한 경기력 뿐 아니라 장외에서 여러 잡음에 시달리며 최하위로 밀려나자 부산 팬들은 ‘로이스터 시절’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를 냈다. 당시 투수코치로 활약했던 페르난도 아로요 코치가 최근 투수 육성 총괄 코디네이터로 복귀한 것도 희망의 불씨를 당겼다. 이어 ML식 체질 개선을 내세운 성 단장이 부임하면서 로이스터 복귀 여론이 조성됐다. 성 단장은 부임 직후 새 사령탑 선임 기준으로 ▲도전적 공격야구 ▲선수와 원활한 소통 ▲데이터 활용을 강조했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당시 화끈한 공격 야구와 더그아웃에서 허물없는 소통을 앞세워 만년 하위 팀 롯데 재건에 앞장섰다. 지역 문화와 팀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있어 리스크가 적은 것도 이점이다.

제리 로이스터
[2010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롯데] 롯데 로이스터 감독. <스포츠서울DB>

하지만 로이스터 전 감독의 복귀가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긴 현장 공백이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지난 2015년 멕시칸리그에서 감독 생활을 한 뒤 5년 가까이 현장을 떠나 있었다. 아무리 유능한 감독이라도 오래 현장을 비우면 트렌드를 파악하고, 경기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로이스터 전 감독이 KBO리그를 접한 건 10년 전이고 현재 70대를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도 걸림돌이다.

구단 내부에서도 로이스터 전 감독의 선임을 두고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했다. 한 관계자는 “로이스터 전 감독이 롯데 구단과 팬에 좋은 추억을 안긴 건 맞지만 그 시절을 다시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엔 최근 업적이 없다. 하지만 연고 지역 팬이 워낙 (로이스터 전 감독의) 복귀를 바란다. 구단도 로이스터 전 감독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듯 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복귀를 추진하더라도 옛 환상에 젖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파격적으로 만 37세 젊은 단장을 선임하면서 체질 개선 속도를 올린 롯데가 자칫 향수에 젖거나, 팬 여론에 휩쓸려 로이스터 전 감독을 재영입했다가 실패로 끝나면 치명적이다. 확실하고 투명한 프로세스를 통해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감독 후보자와 협상 과정, 청사진 등을 공유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도 프로세스 확립과 궤를 같이 한다.

또 다른 후보인 쿨바는 1966년생으로 현역 시절 일본프로야구 한신, KBO리그 현대 등에서 활약했다. 현재 LA다저스 산하 트리플 A 팀인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타격코치를 맡고 있다. 서튼은 현대, KIA에서 뛰며 홈런왕 타이틀까지 따냈던 인물이다. 현대 시절에는 홈런, 타점, 장타율 부문을 석권하기도 했다. 현재 캔자스시티 산하 클래스A팀인 윌밍턴 블루락스에서 타격코치로 활동 중이다.

롯데는 쿨바와 서튼이 KBO리그를 경험한 것 뿐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도 호평을 받는 점을 고려해 로이스터 전 감독과 함께 최종 후보 3인에 포함시켰다. 이제 선택만 남았다. 롯데는 이르면 정규시즌 종료 직후 새 감독을 발표할 예정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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