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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15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토트넘이 3-0으로 앞서가는 골을 넣은 뒤 관중에게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출처 | 토트넘 SNS

[런던=스포츠서울 이동현통신원·김현기기자] “새 구장에서 가장 잘한다.”

90분 드라마가 끝난 뒤 토트넘 팬들은 한국인을 발견할 때면 “소니~”하며 엄지를 치켜 들었다. 상대팀 크리스털 팰리스는 2017년 9월 백전노장 로이 호지슨 감독 부임 뒤 원정 경기에서 승점 50점을 획득, 아스널(44점)보다 어웨이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남기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6위다. 토트넘이 직전 홈 경기에서 뉴캐슬에 덜미를 잡힌 터라 이날 원정에서 발휘되는 ‘호지슨 매직’이 한 번 더 위력을 떨칠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토트넘엔 크리스털 팰리스에 강한, 그리고 지난 4월 개장한 새 구장에서 펄펄 나는 손흥민이 있었다. 전반 10분과 전반 23분 그의 왼발이 번뜩일 때마다 크리스털 팰리스의 수비진이 와르르 무너졌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지난 2015년 9월 20일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쏠 때 상대팀이었다. 당시 토트넘 수비 진영부터 60m 이상을 질풍처럼 드리블, 골까지 뽑아내는 그의 모습은 세계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프리미어리그에 박지성 이후 새로운 한국인 스타가 등장했음을 의미했다. 지난 4월 4일도 기억될 날이었다. 토트넘은 이날 6만을 수용할 수 있는 새 구장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을 개장한 뒤 첫 공식 경기를 크리스털 팰리스와 펼쳤는데 ‘1호골’ 넣은 킬러가 바로 손흥민이었다. 같은 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 시티전 결승포 등 손흥민은 토트넘 구단이 야심차게 지은 새 스타디움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토트넘 팬들이 “새 구장의 사나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원맨쇼에 힘입어 전반전을 4-0으로 크게 앞선 뒤 홈 관중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다. 전반부터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환호성의 중심에 바로 손흥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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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14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도움을 기록한 세르쥬 오리어와 자축하고 있다. 런던 | 이동현통신원

멀티골을 폭발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타난 손흥민은 차분하게 동료들의 도움을 얘기했다. 물론 오른발 못지 않은 손흥민의 왼발 활용 능력이 멀티골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그는 이날 두 골을 주로 쓰는 발이 아닌 왼발로 넣었다. 하지만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롱패스, 세르쥬 오리어의 크로스 등 도우미들과의 궁합도 잘 맞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손흥민은 “이런 경기력으로 싸우면 골을 넣든 넣지 못하든 기분 좋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골 넣을 때 내가 특별히 한 것이 없었다. 동료들이 너무 좋은 찬스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고맙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1~2라운드를 징계로 쉰 뒤 3~4라운드 선발 출전으로 몸을 풀었다. 지난 두 경기에서 토트넘은 1무1패에 그쳤다. 손흥민은 “복귀하고 나서 첫 승리여서 고맙다”고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올렸다. 손흥민은 이날 멀티골로 유럽무대 118골을 기록, 전설 차범근의 121골에 바짝 다가섰다.

영국을 대표하는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이날 경기를 직접 지켜본 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을 만나 “이 팀과 이 곳(경기장)에서 지금도 내가 뛸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라며 “이 경기장은 굉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굉장한 경기장’에서 손흥민이 역사를 계속 바꿔나가고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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