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이영호 "테사기? 결과론적인 것…신경 안 써요" [응답하라! 스타크] (+SS영상)
    • 입력2019-09-16 09:12
    • 수정2019-09-1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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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년대 전세계 게이머들을 열광시키며 PC 방 좀비를 양산했던 스타크래프트를 기억하시나요 ? ' 응답하라 ! 스타크 ' 는 전설의 프로게이머들의 근황을 인터뷰로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 스타크래프트와 함께했던 추억을 공유하겠습니다 .< 편집자주 >

[스포츠서울 박경호기자] '최종병기'. 단어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별명을 가진 이영호(28)는 15살 나이에 한국 E스포츠계에 한 획을 그었다.


2008년 스타크래프트 개인 리그 '최연소 우승'을 시작으로 '역대 승률 1위', '단일 리그 4회 우승' 등 그가 남긴 기록만 봐도 왜 '최종병기'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는지 왜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넘치는 승부욕, 과도한 연습으로 손목 수술을 받고도 지금까지 최고의 실력을 유지하는 이영호의 노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막바지 여름 햇살과 가을의 선선함이 공존했던 9월의 어느 날.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이영호를 만나 스타크래프트 스토리부터 연애, 군 입대까지 그에게 궁금했던 20여 가지의 질문을 던져봤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前 프로게이머이자 지금은 아프리카TV에서 BJ를 하고 있는 이영호입니다. 반갑습니다.


Q. 2007년부터 프로게이머를 시작하셨는데, 스타크래프는 어떻게 접하셨나요?


어릴 때 친척 형, 누나들이 스타크래프트를 하러 갔었어요. 같이 놀고 싶었는데 저는 스타크래프트를 잘 못했죠. 그러다가 진짜 빠지게 된 게 중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예요. TV를 봤는데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연습도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Q. 처음부터 테란으로 시작한 건가요?


원래는 초이스 랜덤을 했었어요. 테란 상대로는 저그, 저그 상대로는 프로토스, 프로토스 상대로는 테란을 하는 식으로 세 종족을 다 했어요. 당시에 제가 나이에 비해서 잘 하니까 주위에서 도와주려는 분들이 많았죠. 그때는 게임 리플레이를 구하는 게 힘들었는데, 테란 유저 리플레이를 갖고 계셨던 아는 형이 "종족을 하나로 가야 된다" 라고 얘기를 해주셔서 그때부터 테란으로 했죠.


Q. '종족을 바꿔볼까'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는지


프로토스나 저그한테 계속 지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어차피 선택했으니까 거기서 최대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테란만 연습했습니다.


Q. 최근 ASL 우승으로 열 번째 개인 리그 우승, 단일 리그 최초 4회 우승을 하셨죠.


이번 대회 우승은 너무 하고 싶었어요. 열 번째도 중요한 우승인데 제가 현역 때부터 3회 우승만 했어요. 지금까지 스타크래프트 단일 리그에서 4회 우승을 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이번 우승으로 그 기록을 깬 느낌이라서 기뻤습니다.


Q. 우승 확정 후 느낌은 어땠나요?


쉽지 않은 승부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잘 이겨서 얼떨떨했죠. 예전처럼 촐싹대면서 좋아하지는 못하겠더라고요. 표현은 많이 못 했지만 너무 좋았고 '드디어 우승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Q. 2017년 우승 후 2018년 준우승, 이번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컸을 것 같아요.


맞아요. 조금 더 컸죠. 2018년 대회에서 한 경기 차이로 준우승했거든요. '다음 시즌에서 꼭 우승해야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다음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서 다행인 것 같아요. 우승은 기회가 왔을 때 할 수 있는데, 제가 언제 또 우승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거든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Q. 승률 1위, 최연소 우승 등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계세요.


부담은 없어요. 항상 승률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오랜 시간 동안 나름대로 잘 해왔구나'. 어쨌든 우승이나 1등이라는 기록은 좋은 기록이니까. 요즘은 시청자분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데, 스타크래프트를 아예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제가 모든 경기를 다 이기는 줄 아세요. 열 판 중에 일곱 판 이기는 거거든요. 너무 다 이기는 줄 아시니까 항상 설명을 해요. "열 판 중에 일곱 판 이기고, 이것도 스타판에서는 진짜 많이 이기는 거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Q. 승률이 무려 '70%', 승리할 때 무덤덤했던 적은 없나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열심히 하기 때문에 승리할 때는 매번 좋아요. 다만 미성년자 때와 30대를 바라보는 지금과는 차이가 있어요. 그때처럼 막 활개치면서 좋아하지는 않아요.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처럼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고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을 꼽는다면?


열 번의 우승 중에 두 번째 우승(*EVER 스타리그 2009) 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첫 번째 우승을 하고 두 번째 우승까지 2년 가까이 걸렸거든요. 항상 우승 후보인데 우승을 못했어요. 사람들이 "이영호 이제는 끝났다" 이런 얘기를 할 때 두 번째 우승을 했고, 우승하고 운 적은 그때가 처음이에요. 그때가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네요.


Q. 반면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두 번째 우승하기 전까지가 힘들었어요. '1년 안에 두 번째 우승을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못 한 거예요. 그다음 1년이 가장 힘들었어요. 시청자분들이나 팬분들도 기대를 하다가 실망감을 드러내잖아요. 저도 저한테 실망을 하고, 슬럼프 같기도 하고. 왜냐하면 프로 리그에서는 제일 잘하는데 개인 리그만 나가면 그렇게 죽을 쑤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16강 테란' 이렇게 불렀어요. 저한테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너무 힘들던 시기였죠.


Q.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게임만 죽어라 열심히 했어요.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아무것도 안 보고 게임만 했습니다. 밥 먹고 게임 밥 먹고 게임. 이것만 무한 반복했던 것 같아요.


Q. 이번 ASL 우승 후 '테란은 사기다', '테란 때문에 밸런스가 망했다', '이영호가 나오면 재미가 없다' 같은 댓글도 있었어요.


뭐 그런 것은 결과론적인 거라서 만약 제가 프로토스였으면 '프사기'라고 했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프로게이머들은 많은데 어쩔 수 없이 1등은 존재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테사기'라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건 있어요. KSL은 '4토스', 저번 ASL은 '3토스'. 두 시즌 연속 4강 여덟 명 중 프로토스가 일곱 명이었죠. 그럴 때는 '프로토스 사기'라고 도배가 되고 이런 게 스타판의 문화인데, 아무래도 저는 딱 봤을 때 독보적으로 이기는 게 강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좀 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KSL은 안 나가고 ASL도 한 시즌 쉬었으니까 그럴 때는 시청자분들이 저를 엄청 찾아요. 그런데 막상 나가서 이기면 "이영호 때문에 망했다" 얘기가 나오고. 저도 이런 얘기들 알긴 알거든요. 안티 팬분들이 쓰는 것도 있는 것 같고, (제가) 없을 때는 있었으면 좋겠고, 있을 때는 없었으면 좋겠고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ASL를 예를 들면 시청자가 많은 10게임을 꼽으면 제 경기가 한 9게임 되거든요. 시청자분들도 제가 있어서 재미없다고 하지만 다 보시는 거죠. 그래서 그런 얘기들은 귀담아듣지도 않고 아예 신경 안 써요.


Q. '갓영호', '최종병기'. 별명이 어마어마한데, 본인은 '천재형'인가요 '노력형'인가요?


저는 항상 노력형이라고 얘기했는데, 어느 정도 재능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그려서 전략을 짜고 그 전략을 실행하는 스타일이에요. 예를 들어서 샤워를 하다가도 전략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게 시뮬레이션을 그려서 제대로 된 전략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저만의 노력인 것 같아서 노력형도 있고 재능도 있는 것 같습니다.


Q. 스타크래프트에 있어서 본인 만의 가장 큰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판단인 것 같아요. 제가 제일 판단을 잘 하는 것 같아요 솔직하게 얘기하면. 게임에 있어서 '이긴다'라는 직진이 있잖아요. 그 판단을 내렸을 때 어떤 사람은 10분의 1~3을 생각하면 저는 9까지 생각하는 것 같아요. 9는 거의 맞는 판단을 하고 가끔 한 번씩 틀리는 판단. 그래서 승률이 높은 편인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이나 다른 게이머들도 그런 식으로 평가를 많이 해주는 것 같아요.


Q. 판단력은 타고났다고 봐야 할까요?


연습에서 나온다고 봐요. 연습을 통해 이런저런 상황을 많이 해보면서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거죠. 저는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해요. 스타크래프트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연애를 할 때도 그렇고요. 두 번 실수를 안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한 번 실수한 내용을 기억했다가 두 번은 안 하다 보니까 똑같은 실수는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승률에 좀 반영되고 많이 이기는 것 같아요.


Q. 이영호 선수가 생각하는 최고의 라이벌은 누구일까요?


사실 제 이미지가 많이 퇴색됐는데, 누가 봐도 제동이 형(이제동)이죠. 제동이 형이랑 할 때가 항상 재미있었고, 특히 현역 때 제동이 형이랑 재미있게 싸웠던 것 같아요. '리쌍록'도 많이 했었고. 아프리카 TV에 와서는 많이 못 했는데 그래도 제동이 형이랑 하면 특별함이 좀 있고,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Q. 전성기 이영호 VS 전성기 임요환


시대가 너무 달라졌기 때문에 실력으로는 논할 수 없는 것 같고요. 저는 요한이 형이 스타크래프트뿐만 아니라 E스포츠에서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큰 역할을 하셨잖아요. 커리어 부분으로 봤을 때는 제가 잘 한 부분도 있겠지만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제가 열심히 잘 했구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영광이고 멋진 선배라고 생각합니다.


Q. '30 cm 자 세팅'도 유명하세요.


자 세팅은 원래 안 하다가 앞서 말씀드린 2008~2009년이 굉장히 힘든 시기였는데, 제 스스로 노력 한 거죠. 연습 때는 다 이기고 개인 리그만 나가면 못하니까 뭔가 다른 점을 찾아야 되는데, 제가 느꼈을 때는 연습 때와 대회 때 세팅 감도가 조금 달랐어요. '그 걸 똑같이 맞춰주려면 뭐가 있을까' 생각했던 게 '자'였습니다. 심지어 연습 때 신었던 슬리퍼를 대회에 가지고 다녔어요. 엄청 심했을 때는 모니터도 가지고 간 적도 있었고요. 그 정도로 엄청 예민하고, 너무 승부욕이 세고 이기고 싶은데 안 되니까 어떻게든 노력을 해서 찾는 편이에요. 그렇게 자 세팅을 하고 나서 계속 우승을 했거든요. 결과적으로 잘 맞았죠.


Q. 평소에도 자 세팅할 때처럼 철두철미하신지


아니요. 딱 스타크래프트 할 때만 그래요. 일할 때만 철두철미한 사람이고 그 외적으로는 허술하죠. 많이 허술하고 완전히 반대에요. 평소에는 그냥 둥글둥글한 편이에요.


Q. 최근 여자친구를 공개하셨어요.


저는 선수 때도 공개 연애를 한 적이 없어요. 공개 연애 자체를 싫어해요. 예를 들어 선수 때 여자친구가 공개됐으면 '쟤 여자친구 생겨서 경기 못하네' 이런 얘기가 나왔을 거예요. 그런 것 자체가 너무 싫어요. 아프리카TV에 와서도 시청자분들한테 "여자친구가 있어도 절대 공개 안 합니다"라고 자주 얘기했어요. 그러다 BJ를 하면서 지금 여자친구는 4년 가까이 만나기도 했고 공개해도 될 것 같아서 공개를 했습니다.


Q. 결혼 계획은 아직 없으신가요?


'언제 결혼해야지' 같은 건 없지만 서로 한 번씩 얘기는 해요. 아직 제가 군대도 안 갔다 온 입장이라서 '언제다' 이런 건 없는 상황입니다.


Q. 군 입대는 언제쯤 생각하시는지


내년쯤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단 팔 상태가 안 좋아서 ASL 우승자 시드권은 반납해야 할 것 같고 한 시즌 쉬고 군대 가기 전에 한 번 나갈 것 같아요.


Q. 팔 상태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너무 안 좋은 상황이에요. 원래는 방송할 때 10 게임씩 했다고 치면 지금은 하루에 2~3게임합니다. 물리치료 받으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조만간 MRI를 찍을 것 같아요. 그 결과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봐야죠. 일상생활도 엄청 불편하고 무거운 걸 못 들어요. 오른손은 아예 힘이 없어요.


Q. 현역 판정을 받았는데, 군 복무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도 있기는 한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일단 MRI를 찍고 난 후 검사 결과가 중요하죠. 안 아팠으면 좋겠거든요. 당분간 군대 생각보다는 치료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Q. 군 복무를 마치면 30대가 되는데, 이후 계획을 생각하신 건 있으신지.


일단 방송하면서 유튜버 활동을 할 것 같아요. 사실 제 주위에도 군대를 갔다 오잖아요. 게이머 형들도. 1년 6개월~1년 9개월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계획을 세워도 큰 의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세운 것은 군대를 갔다 온 뒤에도 게임 실력을 되찾아서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싶다 정도만 생각했습니다.


Q. 이영호에게 스타크래프트란?


친구 같은 존재예요. 평생 친구. 제가 게임을 안 하게 되더라도 스타크래프트는 평생 제 기억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일 것 같아요. 사실 친구랑도 15년 이상 가깝게 지내기 힘든데, 어쨌든 스타크래프트는 저랑 15년 정도 가깝게 지내고 있으니까 '베스트 프렌드' 같은 생각입니다.


Q. 팬, 시청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


시청자분들이 "스타판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는데 제가 항상 그런 얘기를 합니다. "어차피 우리는 지금 즐거운 상황이고 그냥 즐기면 된다"라고. 게임을 나중에 못 할 수도 있고, 없어질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팬분들 시청자분들도 너무 즐거워하시기 때문에 계속해서 저희끼리 잘 지내면 될 것 같아요. 이 즐거움 잊지 않고 계속 열심히 해서 팔 치료도 잘 하고 좋은 경기 최대한 오랫동안 보여드릴 테니까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park5544@sportsseoul.com


사진 | 박경호기자 park5544@sportsseoul.com


영상 | 박경호기자 park5544@sportsseoul.com,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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