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역시 백종원이었다. 백종원 매직이 이번엔 골목이 아닌 휴게소를 명중했다. 특산물 살리기라는 방송 취지도 신선하게 다가온 '맛남의 광장'이었다.


백종원이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13일 방송된 SBS '맛남의 광장'이 그것. '맛남의 광장'은 지역 특산품을 이용해 신메뉴를 개발하고 이것을 유동인구가 많은 휴게소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 가수 박재범, 개그맨 양세형, 배우 백진희도 합류해 백종원과 장사를 도왔다.


백종원은 영동의 특산물을 활용해 영표 국밥(영동표고 국밥), 영표 덮밥, 멕지콘(멕시코 지니 콘꼬치), 촉복파이(촉촉한 복숭아 파이)를 메뉴로 내놨다. 이어 백진희, 박재범, 양세형과 각각 1개씩을 전담해 황간 휴게소에서 판매했다.


'맛남의 광장'은 방송 전부터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면서, 특산품 활성화에도 선한 영향력을 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또한 비록 파일럿으로 선보이지만 백종원이 중심이 된데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을 떠올리게 해 더욱 궁금증을 자극했던 바.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일각에선 '골목식당'처럼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가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휴게소, 지역 특산품이라는 특수성이 클리셰를 깨뜨렸다.


백종원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진행, 센스 넘치는 메뉴 개발, 친절한 응대, 멤버들의 케미 등 모든 것이 맞아 떨어졌다. 무엇보다 손님들에게 영동 특산물을 제대로 알려 방송 취지에 힘을 실었다. 손님들은 "복숭아가 영동 특산물이래"라는 반응과 함께 직접 음식을 맛보며 영동 특산물의 정체성을 체득했다. 판매량은 평소에 비해 2배를 넘어섰고, 대부분의 손님은 음식에 호평을 보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촬영 장소가 인터넷에 퍼지면서 손님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것. 이로 인해 대기 시간이 길어졌고 당연히 주문도 밀렸다. 한 손님은 "휴게소 밖에서 1시간, 들어와서도 1시간을 기다렸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평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봤다.


◇ 백종원, '성덕' 양세형·박재범·백진희...케미 완벽


양세형은 tvN '집밥 백선생'을 통해 백종원과 호흡을 맞추면서, 일찍이 '백종원 수제자'라는 수식어를 얻은 인연이 있다. 박재범도 지난 7월 '골목식당'에 출연해 백종원과 일면식이 있는 관계. 박재범은 이후 자신의 SNS에 백종원과 찍은 사진과 함께 "백종원 대표님 무한 리스펙트"라는 글로 애정을 드러냈고, 백진희 또한 백종원의 팬임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세 사람 모두 백종원의 '성덕(성공한 팬)'인데다, 백종원은 그동안 누구와 호흡해도 남다른 포용력을 보였기에 완벽한 합을 보였다.


양세형은 장사 초반 주문이 밀리면서 당황했지만 백종원의 솔루션으로 이를 극복했고, 부족한 부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요리에 자신이 없었던 박재범은 백종원의 레시피를 곧잘 따라갔고 장사가 수월해지도록 도와 눈길을 끌었다. 서로 서로 돕는 세 사람에게 백종원의 조언까지 더해지며 금세 하나가 됐다. 백종원은 " 2명이 해야 하는 일을 각자가 맡고 있는 거다. 정규로 간다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다들 혼자서 하는데 이 정도 하는 거면 대단한 거다"라며 흐뭇해했다.


◇ '방송인' 백종원, 또 빛났다.


백종원이 대중의 눈에 띄기 시작한 건 1인 방송을 모티브로 한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배우 소유진의 남편, 요리 연구가로 이름을 알렸던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인 백종원으로 본격적인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tvN '집밥 백선생', 올리브 '한식대첩' 시즌3,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백종원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도 탄생하면서 방송가에서 더욱 넓어진 입지를 증명했다. 그렇게 백종원은 '방송에 좀 나오는 요리 연구가'에서 '전문 방송인'으로 진화했고, 2018년 SBS '골목식당'을 만나 그해 '연예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음식에 대한 전문성과 특유의 유머러스함, 구수한 사투리가 더해져 본 적 없는 방송인의 탄생을 알렸던 백종원. 그만의 영향력은 '맛남의 광장'에서도 발휘됐다. 백종원은 바쁜 와중에도 손님들에게 "영동 표고로 끓였어요. 맛있게 드세요"라며 인사와 홍보를 잊지 않았다.


여러 상황을 챙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아이가 먹어도 괜찮겠어요?"라고 묻는 배려도 보였다. 또한 쉬는 시간, 멤버들에게 "너무 장사에 열중하는데 특산물을 알려야 한다. '골목식당'이 아니다"라고 홍보를 상기시키며 중심을 잡았다. 또한 프로그램 포맷에 대해 2년 전부터 생각한 것이라고 언급하며 남다른 선구안을 드러냈다.


◇ 여러 가능성 남긴 '맛남의 광장'


파일럿이 반드시 정규 프로그램으로 전환되어야만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특정 포맷으로 선한 영향력이 증명됐다면, 어디선가 이를 재활용해 또 다른 긍정적인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남긴 '맛남의 광장'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SBS 제공, S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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