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배우 지진희 인터뷰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매 작품 깊이감 있는 연기력으로 사랑받아온 배우 지진희가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남겼다.

지난달 20일 종영한 tvN 월화극 ‘60일, 지정생존자’(이하 지정생존자)는 국회의사당이 갑작스러운 폭탄 테러 공격을 받아 붕괴되고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생존한 환경부장관 박무진(지진희 분)이 60일 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 ‘지정생존자’는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미국드라마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가 원작이다.

원작 애청자였다는 지진희는 “원작을 예전에 다 봤었다. 시즌1을 보고 너무 재밌어서 나중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내가 하고싶단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제안이 와서 ‘운명이다’ 싶었다”고 감격스러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박무진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후 전쟁 위기, 테러 등 시련을 겪으며 정직한 리더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지진희의 묵직한 연기는 극의 중심을 탄탄하게 잡으며 몰입도를 높였다.

지진희는 드라마의 흥행을 원작을 한국의 현실에 맞게 잘 집필해준 김태희 작가의 공으로 돌렸다. “지금까지 리메이크작을 4번 정도 했다. 그래서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잘 알고 있다. 하나만 고쳐도 이야기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4부까지 대본을 받아보고는 ‘와 재밌다’란 느낌이 들더라”라는 지진희는 “매 대본이 나올 때마다 작가님께 전화해서 멋진 대본 써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혹여나 집필하는데 영향을 끼칠까봐 끝까지 참은 뒤 16부 대본이 다 나온 다음에 ‘고생 많으셨다’고 문자를 보냈다”고 조심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원작의 팬이라는 지진희는 “미드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입장이다 보니 원작과 너무 다를 순 없었다. 또 넷플릭스에서 원하는 것과 빼줬음 하는 것도 있어 조율하는 과정도 필요했다”며 “더군다나 정치 드라마라 미국과 상황과 정서 자체가 너무 안 맞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을 작가님이 정말 잘 풀어 주셨다. 넷플릭스 쪽에서도 현지화시킨 부분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러움을 표하며 깜짝 놀랐다고 들었다”고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지정생존자’ 마지막 회에서 박무진은 대선 출마를 포기한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진들이 다시 모여 박무진에게 대통령 후보가 되어달라고 제안했고, 박무진은 웃으며 열린 결말을 맞았다. VIP의 실체는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모든 세력이 VIP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암시했다.

이러한 결말에 대해 지진희는 “이 드라마 속 박무진 역할은 중심을 잡는 것이었다. 박무진은 어떤 쪽에도 치우치면 안 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정당이나 소속이 있고 그래서 자신이 대표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 모르지만 다행히 박무진은 무소속인데다 연구결과와 데이터만 믿고 따르는 인물이다. 그랬기 때문에 대선 출마 포기란 선택이 가능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이긴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리더의 심경을 이해하게 됐냐고 묻자 “진짜 정치가 아니라 드라마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고뇌와 무게는 당연히 알 수 없다”면서도 “그래도 하나 느낀건 정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겠다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전과 후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느껴졌다. 살도 많이 빠지고 주름도 많이 생겼더라. 한 인간이 버티기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더라. 나도 60일 권한대행이긴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좀 달랐으면 했다. 그래서 살을 많이 뺐다. 몸무게를 재보진 않았지만 바지에 주먹이 하나 들어갈 정도로 빠졌다”고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20년차 베테랑 배우이면서 드라마를 이끄는 주연 배우인 지진희지만 주인공이란 욕심보단 주변의 후배들을 챙기는 따뜻한 선배였다. “극의 중심엔 있었지만 내가 끌고 가진 않았다. 주변 배우들이 빛난 작품이다. 난 거기에 살포시 올라섰을 뿐이다.”

앞서 ‘지정생존자’에 출연했던 후배 배우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지진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혼자만 돋보이려 하진 않을 거다’ ‘너희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라고 늘 말했다. 그게 아마도 그들에겐 큰 힘이 됐을 거다”라며 “도드라진다는게 어찌보면 어울리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다같이 어우러지면서 각자의 색으로 빛이나 준 후배들이 있어 기쁘고 분명히 더 잘될거라 믿는다”며 후배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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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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