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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26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마그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따낸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으로 돌아가면 부모님과 술 한잔 하면서 마음껏 자축할래요!”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하이트진로)이 시즌 4승을 72홀 노보기 플레이로 완벽하게 따내고 그 어느때보다 밝게 웃었다. 고진영은 26일(한국시간) 26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로라에 위치한 마그나 골프클럽(파72·6709야드)에서 열린 캐나다 퍼시픽(CP) 여자오픈(총상금 225만 달러)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8타를 줄여 26언더파 262타로 압도적인 우승을 따냈다. 26언더파는 CP 여자오픈 대회 최저타 신기록이고, 2016년 애리야 쭈타누깐(태국)이 보유하고 있던 23언더파 265타 기록을 3타 줄인 성적이다. 고진영 스스로도 LPGA투어에서 생애 첫 72홀 노보기 플레이 우승을 차지했고, 4라운드 대회 최저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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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시즌 4승째를 캐나다 내셔널타이틀 홀더로 작성한 고진영이 밝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노보기 행진은 AIG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3라운드 2번홀 이후 106홀 동안 이어졌다. 현자에서도 이 기록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고진영은 대회가 끝난 뒤 미디어룸에서 진행한 공식 인터뷰에서 “어젯밤에 친구가 노보기 행진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그래서 최종라운드에서도 노보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원하는대로 됐다. 스스로에게 대단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며 뿌듯해 했다.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낚은 뒤 우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고진영은 “9번홀에서 파세이브를 한 게 결정적이었다”고 돌아봤다.

파5였던 9번홀에서 고진영은 세컨드 샷으로 3번 우드를 선택했다. 그러나 왼쪽으로 타구가 갤러리를 지나 패널티 구역에 떨어졌고, 한참 볼을 찾던 고진영은 언플레이어볼을 선언했다. 1타를 잃을 위기였지만 핀까지 63m 남겨둔 지점에서 한 네 번째 샷이 핀 2m 옆에 멈춰섰다. 고진영은 “운이 나빴고, 헤저드에 볼이 떨어져 벌타를 받았지만 파 세이브를 해냈다. 정말 대단한 파였다. 9번홀에서 파 세이브를 한 덕분에 72홀 노보기 플레이를 완성할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도 자신감을 되찾아준 홀”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72홀 노보기 플레이는 처음”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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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은 이번 대회 우승 비결을 세컨드 샷 실수를 파 세이브로 만회한 것으로 꼽았다. 사진제공 | LPGA

당초 한국에 남아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바꿔 CP 여자오픈 참가를 선택한 이유로 “캐다나가 좋고, 아이스 카푸치노가 너무 맛있기 때문”이라며 재치있게 답한 고진영은 “캐나다인인 게럿 라플레프스키 코치와 지난해 시즌 최종전인 CME 투어 챔피언십 직후부터 2주간 쇼트 게임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던 게 올해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당시 고진영은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내고도 휴식 대신 훈련을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쇼트게임 전문 코치인 라플레프스키는 2주간 어드레스 자세와 볼 위치 등을 세밀하게 조정해주며 고진영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고진영은 “코치는 최근에도 거의 매대회 오셔서 퍼팅 어드레스나 볼 위치 등을 봐주신다. 그 때 클럽부터 마인드까지 모든 것을 바꾼 게 큰 도움이 됐다.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국 선수의 우승을 바라던 캐나다 매체에게 공동 3위(19언더파 269타)로 대회를 마친 핸더슨의 인성을 우회적으로 칭찬하는 배려도 돋보였다. 우승을 예감한 뒤 18번홀(파4) 그린으로 이동하면서 디펜딩챔피언인 브룩 핸더슨(캐나다)과 어깨동무를 하며 밝은 표정을 지어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고진영은 “브룩과 함께 걸어오는데 관중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그래서 ‘브룩, 너를 위한 함성이야’라고 말했더니 그가 ‘아냐 너한테 보내는 거야’라고 말해 웃었다. 브룩은 늘 좋은 기운을 주는 친구다. 너무 좋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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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은 우승자 인터뷰를 하며 캐나다인 코치와 캐나다 선수인 브룩 핸더슨에 대한 칭찬을 잊지 않아 세계랭킹 1위의 품격을 드러냈다. 사진제공 | LPGA

고진영은 “포틀랜드로 돌아간 뒤 한국으로 갈 예정이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 부모님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 4승을 자축하고 싶다. 술도 한 잔 할 것”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트로피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샷뿐만 아니라 인터뷰에서도 세계랭킹 1위 다운 재치와 입담을 과시한 고진영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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