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롯데 박세웅, 아...맞은 건가?
롯데 선발 박세웅이 21일 문학 SK전에서 1-0으로 앞선 5회 2사 만루 위기를 맞아, 최정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허용하고있다. 문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문학=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어느 때보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안경 에이스’의 표정은 어두웠다. 결정적인 수비 실책과 갑작스럽게 쏟아진 거센 비가 야속할 뿐이었다.

롯데 투수 박세웅이 21일 문학 SK전에서 올 시즌 최고 수준의 투구를 뽐내고도 패전을 떠안았다. 4.2이닝 동안 80개 공을 던지면서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는데 실점은 모두 비자책점으로 기록됐다.

가뜩이나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의 더딘 승수 쌓기와 ‘오프너 다익손’ 카드 실패, 토종 선발진의 핵심으로 기대를 모은 김원중의 난조 등이 맞물린 롯데 선발진이다. 이날 4회까지 박세웅의 투구는 롯데 선발진이 지향해야 할 내용을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한 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으면서 3피안타 무실점.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지표보다 내용이 훌륭했다.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거쳐 지난 6월25일 사직 KT전을 통해 258일 만에 1군 복귀전을 치른 그는 7월 이후 연착륙, 최근 2연승을 달렸다. 안정감을 불어넣어 준 건 기존 주 무기 중 하나였던 포크볼 비중을 줄이면서 스피드를 끌어올린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활용하면서다. 이날 역시 리그 선두인 SK 강타선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제 구위를 펼쳤다. 1회 무사 1루에서 한동민을 삼진으로 잡은 뒤 최정 타석 때 유격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흔들릴 법했지만 다시 이재원을 삼진, 고종욱을 2루 땅볼로 처리했다. 2~3회 모두 삼자 범퇴처리했는데 3회엔 공 9개로 SK 타선을 제압했다.

4회는 박세웅의 최근 컨디션을 확인하는 장이었다. 선두 타자 최정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지만 이재원을 병살타로 처리했다. 다음 타자 고종욱에게 다시 안타를 허용했지만 주 무기인 포크볼을 앞세워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엇보다 7연승 가도를 달린 SK 헨리 소사와 선발 맞대결이어서 더욱 돋보였다. 박세웅과 소사 둘 다 공교롭게도 4회까지 3피안타 무실점 행보를 보였다. 그만큼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는데, 모처럼 롯데 마운드에서 묵직한 기운이 느껴졌다. 여기에 5회 초 롯데 공격에서 채태인이 선제 솔로포까지 터뜨리면서 박세웅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런데 5회 말 위기에 몰렸다. 우선 경기 시작 이후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갑자기 거세졌다. 강우 콜드 등 여러 변수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투수 입장에서는 조급한 마음이 들 수 있다. 박세웅은 첫 타자 최항에게 이날 처음으로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 김창평과 승부에서 볼 3개를 먼저 내주고도 풀카운트 승부로 끌고 간 뒤 2루 플라이로 처리했고 김성현도 3루수 제이콥 윌슨의 호수비를 곁들여 막아냈다. 하지만 노수광에게 볼넷을 다시 내준 뒤 한동민 타석에서 1루수 포구 실수가 나오면서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끝내 최정과 부담스러운 대결을 펼쳐야 했고 좌전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다만 이후 상황이 의아했다. 공필성 감독 대행은 박세웅을 곧바로 마운드에서 내리고 박진형을 투입했다. 박세웅의 투구 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둔 터라 뜻밖에 교체였다. 취재진이 롯데 측에 “박세웅이 몸에 이상을 느낀 게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는데, 코치진을 통해 교체 사유를 확인한 롯데 관계자는 “박세웅의 몸엔 문제 없다. (코치진이) 경기 흐름 끊고 빨리 따라가려는 의도에서 교체했다”고 말했다. 더그아웃과 온도 차는 존재한다. 박세웅이 거센 빗줄기에서 궁지에 몰리고 승부처에서 직구가 아닌 변화구 위주 볼배합을 늘리는 등 부담을 느끼는 흔적은 있었다.

문제는 박세웅의 조기 강판이 묘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박진형이 6회 폭투에 이어 2사 3루에서 SK 김창평에게 프로 데뷔 첫 적시타를 허용한 데 이어 김성현 타석 땐 좌익수 전준우와 중견수 민병헌이 뜬공 처리를 미루다가 1타점 2루타로 연결됐다. 결국 다음 타자 노수광의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6회에만 3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브룩 다익손의 오프너 폐기를 선언하며 선발 로테이션 재조정이 필요한 롯데는 이날 박세웅의 활약이 매우 절실했다. 토종 투수진의 확실한 무게 중심을 잡아주기를 바랐다. 과정이 소중한 만큼 결과 역시 중요한 법인데 결과적으로 야속한 실책과 맞물리며 박세웅의 조기 강판은 본전도 못 찾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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