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커리어 통산 첫 3년 연속 20홈런 고지에 오른 추신수.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베테랑’ 추신수(37·텍사스)의 가치는 녹슬지 않았다.

빅리그 데뷔 후 15시즌째를 맞이한 추신수가 잊지 못할 기록을 작성했다. 추신수는 1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2-3으로 뒤진 7회말 공격 때 상대 투수 샘 다이슨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11일 밀워키전 이후 7경기 만에 나온 홈런이자 시즌 20번째 아치였다. 이로써 추신수는 개인 통산 7번째이자 첫 3연속시즌 20홈런 고지에 오르는 기쁨을 함께 누렸다. 개인 커리어 최다 홈런 기록 작성도 가시권에 뒀다. 추신수의 최다 홈런 기록은 2010년과 2015년, 2017년에 기록한 22개다. 앞으로 3개의 홈런만 더 치면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쓸 수 있다. 지난 6월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로는 최초로 200홈런 달성의 금자탑을 세운 추신수의 기록 행진도 현재진행형이다.

클리블랜드 소속이던 지난 2009년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을 달성한 추신수는 이듬해 22홈런을 때려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 시즌 모두 타율 3할을 찍었다. 이후 신시내티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2013년 다시 20홈런 고지를 밟은 추신수는 현 소속팀인 텍사스에서 2015시즌과 2017시즌, 2018시즌, 2019시즌까지 총 4차례 20홈런을 돌파했다.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들었음에도 괴물들이 득실득실한 빅리그에서 여전히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는 추신수이기에 이번 기록이 더 놀랍게 다가온다.

추신수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시카고 (미 일리노이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기록 달성의 원동력은 꾸준함이다. 빅리그 생존을 위해 무서울 정도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추신수의 성실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스프링 캠프에서는 팀내 최선참임에도 한참 어린 후배 선수들보다 매번 2~3시간 이른 새벽에 가장 먼저 캠프지를 찾아 훈련하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텍사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이 추신수에게 출근 시간을 조금 늦춰달라고 요청을 할 정도였다. 또 과거 출연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몸관리에 방해가 되는 콜라 빨리 마시기 게임을 사양한 일화도 유명하다. 미국 무대에 진출한 후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빅리그 입성에 대한 간절함을 현실로 이뤄낸 추신수에게 자신을 향한 치열하고 지독한 채찍질은 어찌보면 당연한 루틴일지도 모른다. 매시즌 트레이드 기간에 빠지지 않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추신수의 활용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최근 추신수는 자녀들의 미국 국적 선택이 논란이 되면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공교롭게도 논란이 일어난 기간동안 성적도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하지만 추신수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 선택이었고 같은 상황이 또 주어진다 하더라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지금껏 자신을 위해 희생한 가족들을 위해 이젠 자신이 헌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소신 발언을 한 다음날 열린 미네소타와 경기에서 11경기 만에 3안타 쇼를 펼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쏜 추신수는 이날도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작성하며 기록 달성의 축포를 쐈다. 15년 동안 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꾸준함과 성실성만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추신수는 이번에도 보란듯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추신수가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도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며 ‘베테랑의 가치’를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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