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청재킷과 블랙 진에 클래식한 손목시계까지. 요즘 말로 '꾸안꾸(꾸민 듯 깔안 꾸민 듯)' 스타일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배우 이종원(25)은 댄디한 인상을 풍겼다. 스타일만큼이나 목소리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중저음에 또박또박한 딕션까지 더해지니, 은근한 흡인력으로 대화 상대를 매료시키는 힘이 있었다.


지난해 웹드라마 '고,백 다이어리'로 얼굴을 알린 이종원은 이제 막 데뷔 1년 차를 맞이한 루키다. 준비된 군필 배우이기도 하다. '귀신데렐라', '잘빠진 연애'에 이어 첫 브라운관 데뷔작 JTBC2 '너를 싫어하는 방법'까지. 열일 모드로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쌓아올리고 있다. 최근 SBS 드라마 '농부사관학교' 시즌2 출연도 확정 지으며 쉼 없이 노를 젓고 있는 그다.


지난달 공개된 웹드라마 '사회인'에서는 험난한 사회생활에 지친 데다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풀리지 않는, 사회인 야구단 '하트 피플' 일원 김경식으로 열연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회인'은 캐릭터들을 빈볼, 본헤드플레이, 벤치 클리어링 등 야구 용어와 연결해 우리네 인생사를 담백하면서도 울림있게 풀어낸 작품.



이종원은 그룹 EXID 정화를 포함해 박철민, 공정환, 동현배 등과 호흡했다. 또래 배우가 아닌, 대선배들까지 함께 한 작품은 '사회인'이 처음이었다. 이종원은 "다 같이 모여서 촬영하는 장면은 괜찮았는데, 선배와 단둘이 연기하는 씬은 긴장됐다. 공정환 선배님이 '네가 생각해왔던 연기를 해보자. 내가 다 받아주겠다'라고 응원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많이 편해졌다"라고 회상했다.


이종원과 정화가 연기한 김경식, 성시은 이야기에는 청춘의 고충이 담겼다. 이종원은 특히 성시은 이야기에 공감했다면서 "성시은은 면접을 볼 때마다 계속 떨어진다. 그래도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데, 저도 면접 경험이 많아 그때가 생각났다"라고 이야기했다.


학창시절 소심했던 그는 성격을 변화시키고자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면접 경험도 많아졌다. 이종원은 "노는 것도 별로 안 좋아했고, 그렇다고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었다.(웃음) 이성 친구들 앞에서도 많이 부끄러워하는 편이었다"라며 "안되겠다 싶어서 편의점, 신발·가방·아이스크림 가게, 칵테일 바 등에서 일하며 손님들과 많이 대화했다. 군대에서는 일부러 조교를 하며 성격을 활발하게 바꿨다"라고 이야기했다.


1994년생인 이종원이 데뷔한 나이는 만 24세. 연예계에 일찍이 발을 들이는 보통의 시류에 비하면 다소 늦은 나이에 배우가 된 셈이다. 불안감은 없을까. 그는 "제가 한 선택이라 걱정되는 부분은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그 자체로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분명 더욱 빨리 달리고도 싶었을 테지만 이종원은 서두르지 않았다. 묵묵히 도전하고자 마음먹은 그는 첫 오디션으로 단번에 주연 기회를 꿰찼다. 데뷔작 '고, 백 다이어리'가 그에게 더욱 애착이 가는 이유다. 파일럿 4부작이었지만, 이종원에게 더없이 값진 기회이자 잊을 수 없는 첫 작품이었다.


"배우로서 본 첫 오디션이었는데 바로 합류하게 됐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미팅을 하려고 제작사 앞에 서있었는데, 감독님이 멀리서 저를 보시고는 '주인공 도재현이잖아'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외적인 부분이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캐스팅했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를 촬영을 마친 후에 듣게 됐는데, 다행이다 싶었다.(웃음)"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고, 백 다이어리'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을 사귄 커플 이야기다. 로맨스가 근간이지만 2008년을 풍미한 미니홈피, 생과일주스 전문점이 나와 옛 감성을 두드리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자신 역시 그 시기를 함께했다는 이종원은 "촬영했던 생과일주스 전문점이 제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였다. 너무 반가웠다. 친구들과 미니홈피 방명록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추억도 생각나 이 작품에 더욱 정이 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 백 다이어리'는 도재현이 여자친구 이현비(김예지 분)에게 마음이 돌아서며 끝을 맺는다. 다른 여자 한미라(유혜원 분)를 몰래 만나기까지 해 시청자의 분노를 샀다. 이종원은 이에 대해 "왜 도재현이 저런 행동을 했을지 생각을 많이 해봤다. 답이 안 나와 작가님께 여쭤봤는데 안 알려주셨다.(웃음) 미스터리하게 남아 아쉽다. 정규로 편성된다면 꼭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이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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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라이프타임-플레이리스트 공식 SNS, JTBC-뮤직앤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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