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정
허미정이 10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 베리크에서 열린 LPGA투어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이글을 잡아낸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허미정(30·대방건설)이 5년 만에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폭우와 강한 바람 등 악조건 속에서 베테랑의 관록이 빛났다.

허미정은 1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베리크에 위치한 르네상스 클럽(파71·6427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아베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츠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스코틀랜드 오픈·총상금 15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바꿔 5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4타로 팀 동료인 이정은(23)과 태국의 모리야 쭈타누깐을 4타 차로 따돌리고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LPGA투어 첫 우승을 따낸 허미정은 2014년 9월 요코하마 타이어 LPGA클래식 우승 이후 5년 만에 통산 3승에 입맞춤했다.

전반 초반 단독 선두로 올라섰던 이정은은 15번홀(파3)과 16번홀(파5)에서 잇딴 버디 기회를 아쉽게 잡지 못해 선두를 추격하는데 실패했다. 2년전 이대회 패권을 차지한 이미향(26·볼빅)은 전반에만 버디 4개를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후반 티 샷이 흔들려 15언더파 269타 단독 4위로 마쳤다.

허미정은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늘 최종라운드에서 경기를 즐기지 못했다. 내 플레이에 집중하며 즐기는 골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폭우와 강풍으로 그린 위에 물이 고이는 등 최악의 조건이었지만 허미정은 즐겼고, 리더보드 최상단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LPGA 투어 11년차 베테랑의 관록은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은 페어웨이 적중률에서 특히 빛났다. 그는 악천후 속에서도 13차례 드라이버 티샷을 모두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는 255야드로 260야드 후반대를 너끈히 치던 초반 라운드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평소보다 힘을 빼고 정확한 볼 스트라이킹에 집중한 결과다. 챔피언조에서 함께 우승 경쟁에 나선 이정은과 쭈타누깐이 티샷 컨트롤에 애를 먹어 세컨드 샷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허미정은 18차례 그린 공략 가운데 15번을 성공(그린적중률 83.3%)했다.

허미정은 전반 9번홀(파3)부터 후반 세 번째 홀인 12번홀(파5)까지 4연속 버디 행진을 이어가며 확실하게 승기를 틀어쥐었다. 그는 “9번 홀에서 첫 버디를 잡은 뒤 백나인(후반 9홀) 시작 후 첫 세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자신감이 생겼다. 그립과 볼, 지면, 손 등이 최대한 젖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고, 정확하게 치는데 집중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캐디가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텍사스주에는 거의 매일 매우 강한 바람이 분다. 그런 곳에서 훈련했기 때문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남들이 궂은 날씨에 잘친다는 얘기를 해줄 때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017년에도 날씨가 안좋았는데 공동 2위를 했고 이번에 우승까지 하고 나니 ‘내가 궂은 날씨에 강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허미정은 “솔직히 링크스 코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우승을 했으니 앞으로는 링크스 코스가 좋아질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2017년에 우승 기회가 있었는데 놓친 뒤 지난해를 정말 힘들게 보냈다. 골프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을 했다. 가족과 함께 더 많은 기쁨을 누리고 싶다는 희망이 이뤄졌다”며 멘탈과 기술적으로 도움을 준 남편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비가 오는 내내 노란색 우의를 입고 플레이 한 허미정의 등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긴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궂은 날씨와 바람,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과 피말리는 경쟁 등으로 긴장의 끈을 한 순간도 놓을 수 없었지만 묵묵히 자신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 거짓말 같은 우승이 다가왔다. 허미정의 우승은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30대 골퍼들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 더 큰 울림을 남겼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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