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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시대적 배경은 노태우 정부 시절이다. 6공은 ‘범죄와의 전쟁’을 발표한다. 폭력을 일삼는 조폭을 잡아들여 민생 치안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더불어 군부독재의 연장이라는 점을 불식시키며, 사회기틀을 바로세우는 정부를 꾀했다. 그러나 영화는 항변한다. 범죄와의 전쟁 후에도 나쁜놈들의 ‘전성시대’는 끝나지 않았다고. 나쁜놈이 사라지면 또다른 나쁜놈이 나타났고, 그 뒤엔 더 나쁜놈이 있다는 것.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조폭과 손잡은 ‘반달‘ 최익현(최민식)은 검은 돈을 뿌려가며 권력과 유착한다. 그러나 최익현도 결국 소탕되며 그의 전성시대는 끝난다. 하지만 그의 검은 돈으로 공부한 아들이 검사가 되며 사회 지도층에 합류한다. 아들의 성공으로 최익현의 전성시대도 재개봉한다. 악의 순환이다. 윤종빈 감독은 엔딩장면에서 과거의 룰이 망령처럼 현재사회도 지배하고 있음을 환기시킨다.

KBO리그도 나쁜놈들 전성시대다. 리그의 대원칙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은 뒷전이다. 기물파손과 욕설, 음주운전, 금지약물복용, 불법도박이 툭하면 터져나와 리그를 오염시키고 있다. 학습효과는 없다. 여기엔 KBO도 한몫을 했다. 최근 징계 수위를 높이긴 했지만, 얼마전까지 적당한 처벌로 무마했다.

그렇다고 KBO리그를 싸잡아 ‘나쁜놈들 전성시대’라는 영화제목을 붙인 건 지나친거 같아 미안하다. 대대수 선수들은 프로의 본분에 맞게 활동하고 있다. 그래도 맑은 물을 더럽히는 미꾸라지가 더 부각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사고 친 선수들도 억울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프로선수는 공인이긴 해도 신실한 종교인은 아니다. 게다가 문제 선수들은 수위에 합당한 징계를 받고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그럼에도 어떤 사고가 하나 터지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엮여 다시 도마 위에 오른다. 선수 입장에선 아주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잘한 건 없지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의 고통이 크다. 그래서 몇몇 선수는 공황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불펜투수가 복귀했다. 그는 세간의 눈초리를 의식했는지, 홈구장에서 사과문부터 읽었다. 반성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그런데 그는 징계기간과 재활기간을 맞바꾼 것에 대한 해명은 삼갔다. 다행히 이전처럼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상투적인 말은 없었다.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부인하던 그는 지난 2016년 초 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소식을 전하며 “실망시켜 죄송하다.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돌아온 빅리거 뿐 아니라 음주, 약물, 폭행, 도박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복귀한 선수들은 모두 팀의 핵심 전력이다. 구단 입장에선 일부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하지만, 공들여 투자한 그들을 내치기엔 출혈이 너무 크다.

또한 앞서 밝힌 것처럼 규정에 맞춰 이미 징계를 받은 선수들의 억울함도 십분 이해한다. 다시 뛰는 모습이 반갑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합류가 마냥 반갑진 않다. 동정을 유발하려고 해도 그들은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올시즌 프로야구의 화두 중 하나가 인기 하락이다. 프로는 팬의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런데 야구장이 이전에 비해 한산하다. 여기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동안 팬들을 불편하게 한 몇몇 선수들의 책임도 분명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리그 전체에 피해를 준 가해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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