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백 대표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가 9일 서울 마포구 에이스토리 본사에서 한류타임즈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이주희 기자] “아시아 콘텐츠를 잘 활용해서 새로운 길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랍 이야기인 아라비안 나이트가 헐리우드에서 작품화돼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잖아요. 아시아도 이런 재밌는 콘텐츠가 많아요. 이걸 잘 활용해서 할리우드와 같이 만들고 세계에 유통하는 것. 그런 비즈니스를 해나가려고 해요.”

지난 9일 서울 상암동 한솔교육빌딩 소재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는 사업의 미래에 관해 이렇게 소개했다.

알파벳 A의 시작처럼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로서 첫 주자가 되고 싶다는 에이스토리는 지난달 1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2004년 창립 후 15년 만이다. 그동안 회사는 30여 편의 드라마를 제작했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과 전 세계 리메이크 시즌제 드라마 ‘시그널’ 등을 제작한 국내 최대 규모의 드라마 제작사로 성장했다.

◆ 코스닥 상장 ‘성공적’, 하나씩 목표 달성할 것

이 대표는 “저희의 IPO(기업공개) 과정은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투자자분들에게는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안 좋으니까 이 부분에 대한 미안한 감은 분명히 있지만 약속했던 대로 상장됐고 공모자금도 쌓였고 목표치를 달성하는 등 약속했던 사업 계획을 차근히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장한지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코스피는 물론 코스닥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회사 안팎으로 분위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상장하자마자 들어온 분들은 현재 주가 내림 때문에 단기적인 피해를 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목표치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영향받을 일은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IPO에 열성적인 편은 아니었단다. 과거 경험 때문이다.

“2004년부터 찬스는 있었다. 소위 우회상장이라고 하는 방법이다”라는 그는 ”설립 이후 2014년까지 여러 곳에서 연락이 많이 왔는데 2002년도에 일이 있었다. 친구들이랑 엔터원이라는 상장기업을 M&A(기업 인수·합병) 한 적이 있는데, 이 회사는 비디오 테이프, DVD를 유통했고 영화랑 음반도 제작했다. 가수 쥬얼리, 거북이 등의 앨범도 만들었다. 그 회사 대표를 약 8개월 맡았다. 상장사 경험을 한 건데 그걸 하고 나니 제 입장에서는 이런 건 그만해야겠다, 소위 머니게임이라고 부르는 건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때의 경영을 통해 상장사와 회사 공금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미리 깨달은 셈이다.

이 대표는 “자기자본도, 경영에 대한 베이스도 없이 M&A를 해서 경영하는 게 바람직하진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앞으로도 우회상장은 안 하겠다, 차근차근 키워서 어느 정도 상황이 됐을 때 상장해서 그 회사를 더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현재 에이스토리는 계열사가 없지만 기회가 있으면 업종과 관련 있는 방향으로는 넓힐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는 없지만 미국에 지사나 연락 사무소든 필요하면 M&A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킹덤이 쏘아 올린 할리우드 진출

에이스토리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27억원, 영업이익은 9억원이다. 대부분 해외 매출로 넷플릭스를 통해 발생했다. 킹덤이 해외 매출로 잡히니, 해외매출 모두 킹덤 매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넷플릭스와의 작업에서 느낀 점으로 제작이 굉장히 세분화돼 있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세분화에 대한 노하우가 생기는 거다. 일단 전문가의 시선으로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해준다. 미국 시장에선 작은 차이가 위로 올라갈수록 중요하다. 작은 차이가 뿜어내는 퀄리티, 결과물이 다르다는 걸 안다”면서“최근 미국 쪽 분들과 비즈니스 인터뷰를 했고 킹덤이 좋은 효과를 많이 발휘하는 것 같다. 잘 만든다는 평가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에이스토리가 반드시 가야 할 시장은 미국, 중국, 일본으로 더 좁히면 미국과 중국(G2)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잘 되고 있고 중국은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 때문에 못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으로 가려면 교두보가 필요한데 다행히 중국에서 시그널은 대히트를 거뒀다. 북미는 가장 큰 시장으로 이 시장을 잡아야 한다.

현재 한국 지상파는 수익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드라마를 잘 만들어도 시청률이 안 나오면 광고가 없어 예전만큼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콘텐츠가 다양해졌고 그걸 접하는 채널이 많아졌다. 이런 구조에서는 제작사가 이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

킹덤 제작비는 회당 20억원으로 미국으로 들어가면 회당 50억~80억원이다. 그만큼 미드 시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대표는 “수익을 어디서 찾느냐가 문제인데 그게 북미 시장이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합쳐도 북미를 따라오지 못한다. 그래서 이 시장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북미에서 새롭게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 게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다”도 강조했다.

이상백 대표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가 9일 서울 마포구 에이스토리 본사에서 기자의 질문에 설명하고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한국 콘텐츠 산업, 시즌제·OTT 에 답있다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 애플TV플러스가 나왔고 또 디즈니 플러스, 내년 초에 나오는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설 등이 있어 OTT시장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현재 1순위가 북미인 상황인데 이들도 미국 시장에서 돈을 다 쓰지는 않는다. 거기도 한정된 시장이라서 경제적으로 소비 잘 되는 나라가 한·중·일3국이 속한 동북아시아다. 또 동남아아시아국가를 가려면 한국과 함께 가는 게 편한데 이 시장하고 결합해서 같이 가자고 하는거다”고 설명했다.

OTT는 가입자 수가 가장 중요하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는 영업 비밀이라 제작사한테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인기 데이터를 지도로 알려준다. 어느 지역에서 인기가 있었고 없었는지 지역별로 알려준다고.

그는 글로벌 시즌제로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시즌제 드라마가 생긴지 오래 되지 않았다. 시즌제의 장점은 효율성이 높다는 것으로 새로운 콘텐츠의 드라마 하나를 만드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시즌제를 만들어 반응이 좋으면 시즌2를 내는 편이 훨씬 이익이라는 거다. 시즌제여도 실패했으면 당연히 다음은 없지만 성공했으면 엎을 이유가 없다.

시즌제를 글로벌로 가야 하는 건 시장 규모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한국 시청자를 타깃으로 만들어서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해도 성장이 한계가 있다. 판권료 같은 게 확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글로벌이면 사이즈가 달라진다”면서“성공한 드라마를 대부분 사장시켰는데 그 이유는 지금까지 첫 기획 자체가 시즌이 안되는 구조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로코(로맨틱 코미디) 같은. 그건 연애하면 끝이니까 헤어지는 얘기를 시즌2로 못하지 않나(웃음). 미드에 로코가 잘 없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시그널은 무전기 하나만 있으면 된다. 강력한 엔진을 장착해놓고 있으면 계속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가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매출이 예측 가능한 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시즌제 드라마를 1년에 4개 한다고 가정하면 새로운 시즌제가 나와도 이미 다른 시즌2, 시즌3로 진행되는 게 있어 매출을 예상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그는 “한국 내 드라마 제작사들은 자기 채널이 없으니까 방송국에서 채널 편성 못 받으면 매출이 떨어지는 거라고 본다. tvN이나 JTBC 등은 1년에 드라마 개수를 채워야 하는 슬롯이 있다. 1년 다 채우면 기본 매출이 예측되는 베이스가 깔리는데 일반 제작사는 이게 아니라 시즌물로 인해 가능해지는 거다”고 설명했다.

에이스토리의 최대주주 중 하나인 텐센트는 OTT 사업도 한다. 2017년 텐센트 OTT에서 시그널은 1위를 차지했고 이 대표는 이를 계기로 텐센트와 계약할 수 있었다. 현재 중국에서는 시그널을 리메이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촬영과 편집은 끝난 상태로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은 시그널을 영화로 준비 중이며 오는 11월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내년 상반기 한국에서 선보일 시그널2에 대한 성공을 확신했다. 시그널2 역시 이야기가 재미있고 탄탄해 성공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BTS처럼 ‘월드베스트’ 꿈꿔

이 대표는 에이스토리가 ‘월드베스트’가 되는 게 목표이자 꿈이다.

“에이스토리의 10년 후는 아직 모르겠지만 5년 후는 OTT 할리우드 팀들과 주주인 텐센트 등과 공동제작으로 세계에서 같이 볼 수 있는 콘텐츠 5개 이상은 장착하지 않을까싶다”는 그는 “글로벌 스튜디오가 되기 위해서는 회사 가치가 조 단위를 넘어야될 것이다. 15년 전에 1억원으로 시작했는데 지금 회사 가치가 1000억원 정도 된다. 천배가 됐다. 지금은 상장해서 260억원이 넘는 공모자금도 있다. 10배만 키우면 조 단위가 된다. 할 수 있을 것 같아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대표는 타이밍까지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전에는 할리우드에서 한국 스타, 한국 이야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지금은 재밌고 관심 있어 하는 큰 흐름이 있다고. 할리우드는 백인 위주의 콘텐츠가 고갈된 상태로 마동석이 마블 스튜디오의 주연 캐릭터가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1등 하면 BTS처럼 월드베스트가 되는 거다. 킹덤을 했으니까 이런 걸 해보고싶어하는 작가나 감독들이 우리가 터놓은 물꼬로 들어가서 킹덤을 능가하는 작품을 하고 그 작품으로 인해 그분들의 명성도 오르고, 한국 콘텐츠 산업과 상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개척자가 되고 싶다. 그게 꿈이다” 고 전했다.

◇ 이상백 대표 주요약력

現 에이스토리 대표이사

前 엔터원 대표이사

前 국민일보 비서실기자

前 KMTV(현 Mnet) 음악 PD

前 뉴욕 공과대학교 TV프로덕션 석사

hh2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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