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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성남 상승세의 중심에는 골키퍼 김동준(25)이 있다.

김동준은 최근 K리그1 세 경기에서 1실점만을 기록하며 성남의 3연승을 이끌고 있다. 지난 주말 인천전에서도 유효슈팅 12개를 막아내며 무실점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즌 전체 기록도 준수하다. 올시즌 18경기에서 18실점으로 0점대에 가까운 실점률을 유지하고 있다. 성남이 24경기서 21골만 넣고도 중위권에서 경쟁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김동준의 활약은 큰 부상 끝에 얻은 수확이라 의미가 크다. 김동준은 지난해 4월8일 서울이랜드와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다. 결국 시즌을 통으로 날렸다. 김동준은 연령대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돼 리우올림픽에 다녀왔고, 부상 직전까지 대표팀 세 번째 골키퍼로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큰 부상 한 번에 커리어가 단절됐다. 김동준은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워낙 큰 부상이라 그런지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라며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라는 생각을 담담하게 밝혔다.

-팀이 3연승을 달리고 있다.

우리 팀이 좋은 것도 있고, 운도 많이 따르는 것 같다. 저 같은 경우 부상 이후 좋은 경기력 나오지 않았는데 최근 조금씩 회복되는 느낌을 받고 있다. 아무래도 연승을 하다 보니 팀 분위기는 많이 좋아지고 있다. 선수들이 자신감도 생겼다. 강등권에서 멀어지니 마음이 편하다. 훈련, 경기, 일상 생활에서도 편하게 가고 있다.

-부상 부위는 완전히 회복한 것인지?

아직은 완전하지 않다. 워낙 축구선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또 다치면 어쩌지 하는 트라우마가 있다. 신체보다 심리적으로 100% 돌아오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통증은 없고 사실 정상에 가깝다. 다만 다쳤던 당시 자세가 나오면 저 혼자 위축돼 모든 것을 쏟기 어려울 때가 있다. 더 잘할 수 있는데 트라우마로 인해 100% 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

-2018년4월8일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당연히 절대 잊지 못한다. 끔찍했던 기억이다. 월드컵이 몇 개월 안 남았을 때라 더 그렇다. 막상 부상으로 빠지게 되니 현실 감각이 사라지더라. 자고 일어나면 다친 게 꿈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꾸 현실을 도피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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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김동준

-힘든 시기를 보내고 무사히 복귀한 원동력은?

가족의 힘이 컸다. 와이프가 많이 도와줬고, 아기가 곁에서 지켜보는 것도 힘이 됐다. 두 번째는 팬 덕분이었다. 많은 응원을 받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경기를 보러 경기장에 가면 정말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냥 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걷지도 못할 때가 있어서 그런지 몸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동기부여가 생겼다.

-어린 나이에 딸이 생겼다.

지난해 4월4일에 태어났다. 부상 당하기 직전이었다. 이제 16개월을 지났다. 이제 옹알이를 하고 어쩌다 얻어 걸리면 ‘아빠’라는 말도 튀어나온다. 아직 어린데 아빠가 돼 책임감도 크고 인생을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분들이 젊어서 힘 있을 때 키워놓고 나중에 놀러다니면 좋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나름 공감하고 있다.

-맨 뒤에서 볼 때 올시즌 성남은 어떤가? 수비가 굉장히 좋아 보이는데.

(임)채민이 형과 (연)제운이가 2016년부터 함께했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다.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이다. 누가 말 안 해도 융화가 잘 되는 게 눈에 보인다. 사실 우리 팀 스쿼드를 보면 강등 안 당하면 정말 잘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도 시즌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시즌 들어와서 보니 할 만한 것 같다. 다른 팀들이 부진한 것도 우리에겐 행운이다.

-최근 연승하기 전 남기일 감독에게 혼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독님께서 저를 믿고 계속 기용해 주신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제가 실수를 했다.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실점 후에 앞에 있는 선수들을 다독여야 하는데 그 부분을 잘못해 감독님께 꾸중을 들었다. 제가 미흡했다. 감독님께서 선수들 앞에서 혼내신 후에 뒤에서 저를 격려하며 다독여 주셨다. 저도 덕분에 마음을 다시 잡고 팀을 위해 헌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포토]제리치의 슛 선방으로 막는 김동준
성남 골키퍼 김동준(오른쪽)이 지난 5월19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K리그 성남FC와 강원FC의 경기에서 강원 제리치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성남 | 박진업기자

-18경기 18실점이다. 경남전을 무실점으로 막으면 0점대 실점률을 기록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팀 4연승도 걸려 있다. 4연승과 개인 기록을 모두 잡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다. 팀에게도, 저에게도 중요한 경기가 될 것 같다.

-상위 스플릿 도전도 가능할까?

솔직히 우리는 강등후보 1순위였다. 상위 스플릿을 바라보는 것은 백두산에 한 시간 만에 올라가는 수준으로 어려운 미션이라고 봤다. 지금 팀 분위기가 크게 욕심을 내는 것 같지는 않다. 강등은 안 당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목표다. 상위에 올라가서 전패 하는 것보다 하위에서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대표팀 욕심은 없나?

다시 해보면 정말 좋은데 운이 따라야 하지 않을까. (김)승규형, (조)현우형은 최고의 골키퍼들이고 제 친구 구성윤도 잘하고 있다. 그 선수들을 제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부상 전 기대를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저도 내심 대표팀에 다시 합류해서 경쟁하고 싶다. 그런데 부상 당한 후에는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대표팀은 어느 정도 내려놓고 선수 생활을 안정적으로 하고 싶다. 또 다치면 겉잡을 수 없다. 대표팀에 대한 열망, 욕심은 있지만 욕심내지 않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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